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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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23년~2024년

모종 키우고 대청소하며 봄 맞을 준비

백화골 2023. 3. 1. 21:30

백화골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다시 농사일을 시작하니 참 좋습니다. 겨우내 잘 쉬고 재충전이 잘 되어서인지 기운이 넘치네요. 햇빛 보며 밖에서 일하는 농사는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도 평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강렬한 햇볕이 주는 기운이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우리가 바로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겠지요. 흙을 만지고, 그 속에 있는 수많은 생명들의 에너지를 체험하는 일. 힘들어도 농사가 행복한 이유 아닐까요.

 

 

저장해둔 가을무를 꺼내 무말랭이를 썰어 말리기 시작했어요. 작년 백화골 제철꾸러미 회원분들이 무말랭이가 맛있다며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올해도 거르지 않고 무말랭이 작업 시작했습니다.

 

며칠에 걸려 컨테이너 박스에 가득 담긴 무 수십 상자를 씻고 써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꼬들꼬들 맛있게 마른 무말랭이를 보니 보람이 느껴집니다.

 

 

차분히 한 해 농사 계획을 세우고, 일정에 맞춰 고추, 풋고추, 대파, 브로콜리, 콜라비, 쌈배추, 양배추, 피망 등을 심었습니다. 함께 농사짓는 정토 농부 친구들과 함께 씨앗 하나하나 정성껏 파종했어요. 매년 첫 파종 하는 날은 왜 이렇게 추운지, 손이 곱아서 계속 손을 호호 불며 일했습니다. 이 씨앗들이 자라나 밭에 옮겨질 때쯤이면 날씨도 많이 풀리겠지요?

 

 

아직은 아침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 추위가 물러갈 기미가 없어서 온상에서 모종들이 잘 자라도록 아이 키우듯이 잘 돌보고 있습니다. 많이 바쁘진 않지만 한번만 실수해도 모종이 싹 죽어버리거나 어린 시절 상처를 받아서 나중에 문제가 생깁니다. 온도는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지, 물은 충분한지 세밀한 부분까지 확인하며 정성스럽게 모종을 보살핍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는 새싹들은 볼수록 신비로워요.

 

 

20년 전에 귀농지 알아보러 다닐 때 선배 농부들의 농장을 많이 방문했습니다. 그 때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고 귀한 말씀도 많이 들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적지 않은 농장들이 너무 지저분하고 쓰레기로 가득한 풍경이라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다른 나라 농장을 방문할 때도, 이렇게 농업 폐기물이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잔뜩 쌓여있는 지저분한 농장은 좋아 보이지 않았고요. 오래될수록 더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열심히 행복하게 일해 온 농부의 자부심과 역사가 느껴지는 농장이 좋더라구요. 백화골도 올해 유기농 20년차가 되어,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올해의 첫 일로 농장 주변 정리 정돈을 하고 있습니다.

 

 

봉사자 숙소 앞에 대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서 쳐냈습니다. 가지치기를 하다 보니 날카로운 가지에 찔려 양팔에 울긋불긋 상처가 많네요. 그래도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합니다.

 

 

이제 영하의 기온이 풀리는 대로 곧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황량한 밭에 작물이 들어가 자라고, 따뜻한 봄이 오고, 땀 흘릴 생각을 하면 설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