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유기농 제철꾸러미/2016년~2021년

2016 백화골 일곱 번째 유기농 제철꾸러미, 바질 스파게티

백화골 2016. 6. 22. 22:08

드디어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오래 가물어 흙먼지 날리던 땅에 촉촉하게 물기 차오르는 모습을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원래 농부란 걱정이 끝없는 사람들인 터라, 축축한 장마철에 혹시 배송 과정에서 농산물들이 상하진 않을지 조금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농산물 발송하는 날마다 비가 오는 것으로 예고가 되어있네요. 한동안은 우비가 필수겠어요.

 

지난주 회원분들께서 보내주신 여러 가지 반응들부터 소개합니다.



감자가 포슬하니 넘 맛나요. 완두콩은 9살 아들이 껍질을 다 까요. 완두콩 가족 최고 수는 12명이네요. 감사히 잘 먹고 있어요~”


고사리 손으로 완두콩 껍질을 까면서 한 깍지에 완두콩이 몇 개나 들어있나 일일이 세어 보는 아이의 모습이 선하게 눈에 그려져 한동안 미소 지었습니다. 완두콩 가족이 12명이면 정말 대가족이네요~




저번 주에 비트가 와서 걱정했습니다. 흙내음을 품고 있는 비트를 즐겨먹지 않거든요. 백화골에서 알려주신 보르쉬라는 스프를 끓여봤는데 이거 참으로 맛있네요~!!!!! 식초가 신의 한 수였습니다.”


백화골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주신 회원분의 글과 사진입니다. 지난주에 비트 수프에 대한 소개글을 올리면서도 설마 바로 이렇게 응용하실 분이 계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싫어하던 채소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발견하셨다니 농부인 저희에겐 정말 반갑고 기쁜 소식입니다.



원래 이런가요? 저번 주에도 이래서 버렸는데

한 회원분께서 보내주신 문자입니다. 또 다른 회원 한 분 역시 지금 꾸러미 열었는데 브로콜리 위가 초록색이 아니고 전체가 거무스레하네요. 어떻게 된 건가요?”하고 문의하는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이번 주 꾸러미 안내장에도 썼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검보라빛 브로콜리는 지극히 정상이랍니다.


날씨가 더위지고 햇볕이 강해지면 노지에서 재배하는 브로콜리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생겨 이렇게 거무스름한 색이 돼요. 안토시아닌은 가지, 블루베리, 포도 등 주로 보라색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색소로, 산화방지 작용을 해 체세포와 면역체계를 보호하는 좋은 성분이지요. 이 계절 검보랏빛 브로콜리는 저희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회원분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생각 못했습니다. 미리 설명해드리지 못한 저희 잘못도 있지만, 그래도 유기농으로 정말 힘들게 키워(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유기농 브로콜리는 온갖 벌레들의 표적이 되거든요) 보내드린 브로콜리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는 사실이 조금 슬펐어요. 검보라빛 브로콜리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면 바로 선명한 초록빛으로 변하니까 그대로 이용하시면 된답니다.


그리고 저희가 최대한 이모저모 살펴보며 나비 애벌레를 잡아낸 뒤 보내드리고 있긴 하지만, 브로콜리 형태 특성상 안 속 깊숙이 애벌레가 숨어들어갈 경우 그대로 브로콜리와 함께 배송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애벌레가 징그럽게 느껴지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실 나비 애벌레는 더럽거나 위험한 것이 아닌 만큼 벌레만 살짝 제거하고 드시길 부탁드립니다. 화학비료와 화학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은 농산물 크기가 작고 벌레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정상이니까요.

 


이번 주 유기농 제철꾸러미 품목이에요. 작은가족회원 기준이고요, 양배추, 브로콜리, 완두콩, 바질, 컵 로메인, 오이, 애호박, 비트, 배무채, 햇양파, 깻잎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받으시는 요일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을 수 있어요.


양배추는 노지에서 재배한 것인데, 올해 초반기에 벌레 공격을 너무 많이 받은 탓에 크게 자라지 못하고 이렇게 작은 양배추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을 재배 땐 정말 크게 키워서 넉넉히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완두콩은 이번 주가 마지막 발송이고요, 비트도 가을 재배 전 마지막 발송입니다. 깻잎은 올해 첫 발송이네요. 요일에 따라 녹색 깻잎이 아닌 자색깻잎(다른 이름으로 자소, 차즈기라고도 합니다)을 받으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드디어 햇양파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매년 백화골에 양파를 공급해주고 계시는 장수의 두 유기농 농부님들의 양파를 올해도 발송해드릴 예정입니다. 양파는 기본 채소라 앞으로 2~3주에 한 번씩은 빠지지 않고 꾸준히 보내드릴 거예요.


배무채는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은데요, 백화골에서도 올해 처음 키워본 작물이랍니다. 배추와 무를 섞어놓은 새로운 채소예요. 맛도 딱 배추와 무청 중간 맛이 납니다. 이용법은 열무와 비슷해요. 듬성듬성 썰어서 비빔밥에 넣어도 되고, 살짝 소금에 절였다가 겉절이 양념에 버무려 먹어도 되고요.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어도 좋습니다.

 


이번 주 발송 품목인 바질을 이용한 요리입니다. 백화골 농부들은 바질 향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많이 넣어 먹어요. 샐러드에도 넣고, 고기 재울 때에도 양념으로 쓰고요. 바질 스파게티는 바빠서 요리할 시간이 별로 없을 때 후다닥 만들어 먹는 백화골표 패스트푸드랍니다.


스파게티 면을 삶는 동안 소스를 만들어요. 생 바질잎 한 줌, 올리브 오일 넉넉히, 소금, 후추, 마늘 한 조각, 땅콩 한 줌, 두부 반 모를 한꺼번에 넣고 핸드 블랜더나 믹서기로 드르륵~ 삶아 건져낸 스파게티 면에 부어 비벼주면 끝입니다.


원래 파마산 치즈가 들어가야 하지만, 시골에선 구하기도 어렵고 값이 비싸기도 해서 백화골에선 쓰지 않아요. 대신 근처 두부 공장에서 만든 신선한 생두부를 반 모 정도 넣어주지요. 땅콩도 저희가 매년 재배하는 작물이라 집에 늘 있기 때문에 원래 들어가야 할 잣 대신 넣었어요. 꼭 잣이나 땅콩이 아니더라도 집에 있는 어떤 견과류든 대체 가능해요. 요리는 가능한 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 바질잎은 냉장고에 넣으면 바로 검게 변해버리니까 꼭 물컵에 담아 실온 보관하시는 것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