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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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16년~2021년

2016 백화골 여섯 번째 유기농 제철꾸러미, 비트 수프 '보르쉬'

백화골 2016. 6. 13. 23:34

오랫동안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올해 조금 늦게 심은 콩이 아예 싹조차 나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엊그제부터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기특해서 둥글둥글한 초록 머리를 막 쓰다듬어주고 싶습니다. 새벽이슬이 그래도 꽤 내리는가봅니다.

 

요즘 백화골에는 러시아에서 온 우퍼(유기농 농사를 돕는 자원활동가) 두 명과 수원에서 온 한국 우퍼 한 명이 머무르고 있는데, 지난 2주 동안 항상 최선을 다해 백화골 농사일을 도와주었던 한국 우퍼가 오늘은 그만 병이 나서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일하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못한 터라, 며칠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자 그만 더위를 먹고 만 것이지요.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곧 나아지길 바랄 수밖에요.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온 친구들은 한국 여름의 뜨거운 날씨에 괜찮을까 걱정했었는데 예상 외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모스코바도 여름엔 꽤 온도가 높게 올라간다고 하네요. 러시아 하면 꽁꽁 얼어붙은 얼음 왕국 이미지로만 생각했었는데 잘못된 편견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번 주 작은가족회원 기준 발송품목을 소개합니다. 감자, 브로콜리, 완두콩, 근대(또는 청경채), 콜라비, 상추, 오이, 봄무(또는 애호박), 루꼴라, 풋고추입니다. 감자는 노지에서 수확한 햇감자입니다. 조금 크기가 작은 편이긴 하지만, 유기농으로 농사지으면서 크기도 넉넉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요. 몇 주 동안 가물었던 터라 퍼슬퍼슬 맛은 좋답니다.

브로콜리도 노지에서 수확한 것인데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벌레들이 유난히 기승을 부린 터라 크기가 작고 벌레 먹은 자국도 좀 많은 편입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지난주에 이어 보내드리는 완두콩은 이번 주면 거의 끝나지 않을까 싶고요, 콜라비 역시 이번 주가 끝입니다

근대는 쌈으로 드셔도 좋고 된장국에 넣어 끓여 드셔도 좋아요. 요일에 따라 근대 대신 청경채를 받으실 수도 있답니다.

루꼴라는 작년부터 재배해 보내드리기 시작한 채소인데,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올해도 또 보내드립니다. 다른 어떤 채소와도 다른 독특한 향을 가진 루꼴라는 샐러드로 드셔도 좋고, 스파게티 소스에 넣어도 좋답니다. 올리브오일과 함께 섞어 페스토를 만들어도 좋고요. 아직은 많은 분들에게 낯선 채소이기 때문에 전체 발송은 한 번으로만 끝내려고 해요.


 

이번 주 추천 요리는 조금 특별한 러시아 요리입니다. 작은가족회원은 지난주에, 큰가족회원은 지난주와 이번 주에 연속해서 보내드리고 있는 비트가 주인공인 요리랍니다. 요리를 해준 친구들 말에 따르면, 비트 수프인 보르쉬는 러시아에선 거의 한국의 김치찌개 같은, 아주 흔하고 대중적인 요리라고 하네요. 지역마다, 집집마다 만드는 법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한 가지 방법이 맞다고 하기도 어렵고요.


이번에 러시아 우퍼들이 만들어준 보르쉬는 고기나 유제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0% 채소 수프인데, 한국인 입맛에 전혀 거슬리지 않고 정말 맛있었어요. 어느날 문득 특별한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을 때 러시아 비트 수프 보르쉬 한 번 만들어보시면 어떨까요.


필요한 채소 : 비트, 양배추, 감자, 당근, 토마토, 양파, 마늘, 파슬리 (비트와 양배추는 꼭 필요한 채소, 나머지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빼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해도 괜찮습니다)


1. 먼저 비트 일부는 갈아서 식초에 버무린 다음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채썰어주세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보르쉬의 핵심인 선명하고 맑은 분홍빛을 살리기 위해서예요. 비트를 오래 끓이면 색이 탁하고 어두워지는데, 식초에 버무려둔 비트를 나중에 첨가하면 선명한 분홍색을 살릴 수 있답니다.

2. 당근, 양파, 양배추도 채썰고 마늘은 다지고 감자는 깍두기 크기로 잘라주세요. 토마토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4등분 해둡니다.

3. 살짝 기름 두른 팬에서 당근, 비트, 양파를 볶다가 물을 붓고 감자, 토마토를 추가한 다음 1시간 가까이 충분히 끓입니다.

4. 채 썬 양배추와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식초 비트를 넣고 15분 정도 더 끓입니다. 양배추가 다 익으면 불을 끄고 식초와 소금, 설탕, 후추로 간을 맞춥니다. 불을 끄고 난 뒤 3분 정도 그대로 두어 뜸을 들인 뒤 개인 그릇에 담아냅니다. 취향에 따라 잘게 썬 파슬리와 다진 마늘을 올려서 먹습니다.

5. 보통 보르쉬에는 구운 마늘빵을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은데, 밥과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싱싱한 초록의 6, 백화골 요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