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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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가뭄에 콩 나듯이

백화골 2009. 4. 13. 09:28

재앙 같은 봄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2, 3월에는 그나마 간간이 눈, 비가 내렸지만 본격적인 농사철인 4월이 된 후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한창 씨앗이 들어갈 때라 하루 걸러 한 번씩 비가 와도 반길 판인데, 보름이 다 되어가도록 비 한 방울 구경을 못 하니 농민들 속도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우리 마을에도 지하수가 많이 말라서 하우스 몇 동을 동시에 물 주면 단수가 되어 버린다. 관수 시설을 갖춘 밭은 걱정이 없지만, 물을 대기 힘든 노지 밭은 씨를 넣으면 싹이 나지 않고, 작물을 심으면 자라질 못한다.

작물에 물을 주기 위해 조리개를 아예 들고 다닌다. 물 주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끝난다. 공기가 하도 건조해서 일하는 사람도 콧속이 아프고 목이 탄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크게 일어난다.

건조해서 빨래는 잘 마른다. 밖에 널어놓으면 두 세 시간이면 바짝 말라버린다.

고구마 심을 밭에 골을 타는데 땅이 하도 말라서 사막에서 일하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장수 와서 처음 심은 작물이고, 지난 4년간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아서 자신 있었던 완두콩이 싹이 나지 않는다. 땅을 파보니 씨가 말라서 비틀어져 버렸다. 물을 준다고 줬는데도 워낙 건조해서 발아가 되지 않은 것이다.

40m 정도의 골 두 줄을 심었는데, 싹이 난 건 딱 네 개. ‘가뭄에 콩 나듯이’란 속담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하게 알았다.

완두콩을 다시 심었다. 이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 주고, 해질 무렵 또 물 주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비님, 제발 좀 어서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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