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부부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결혼식 날짜가 좋네요. 춘분. 몸풀기는 경칩 즈음에 진작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덤벼들기 시작하는 절기랍니다.
아침까지 10주년은커녕 결혼기념일인 것도 모르고 있다가 부모님의 축하 전화를 받고서야 둘 다 “맞다! 정말 그렇네!” 하고 맞장구를 쳤지요.
요즘 하우스 짓는 작업 마무리며 여러 가지 농사 준비 때문에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보통 결혼기념일도 아니고 10주년인데, 무엇을 할까. 일을 좀 일찍 끝내고 전주에 가서 요즘 재밌어 보이는 영화인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오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감자밭에 거름 내고, 로터리 치고, 골 타고, 새로 지은 하우스 주변에 배수로 파고... 고개를 들어보니 해는 벌써 산너머로 꼴까닥 넘어갑니다. 시간도 늦었거니와 하루 종일 삽질을 했더니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이 듭니다.
뻣뻣해진 허리를 두드리며 겨우 쌀 씻어 밥 하고 아침에 남은 반찬 냉장고에서 꺼내 데워 먹는 것으로 저녁 만찬 끝!
그래도 화창한 날씨 속에서 하루종일 뿌듯할 정도로 신나게 일할 수 있어 행복한 10주년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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