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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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2년

태풍 복구 작업 완료!!

백화골 2012. 10. 1. 22:36

 

드디어, 드디어!!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이 끝났습니다. 8월 28일 아침 8시30분에 날아간 비닐하우스를 꼬박 한달 동안 다시 세웠습니다. 땅과 하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농민에게 자연 재해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한 달 내내 시간에 쫓겨가며 복구 작업을 하면서, 몸이 너무 힘들거나 마음이 울적해질 때마다 솔직히 농사일 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도 울컥 울컥 올라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 하며 일하다 보니 어느새 힘든 마음도 차분히 정리되어 간 것 같습니다. 일정이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완성된 하우스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하우스 작업을 하다보면 쇠파이프에 피스못 박을 일이 정말 많습니다. 오른쪽 손목을 다치는 바람에 왼손으로 드릴질을 했는데, 익숙한 손이 아니어서 그런지 전동드릴이 빗겨가면서 새끼손가락까지 다치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후반 작업 때는 아내가 전동 드라이버로 피스못을 박았습니다. 동네 할아버지 한분이 지나가다 “아이고, 그런 일도 하네요!” 하며 놀라십니다. 상황이 급하니 안 되는 일이 없네요. 어쨌든, 옆구리에 담까지 결려가며 아내가 열심히 피스못질도 하고 망치질도 했습니다. 고생고생 하는 와중에 침 맞은 손목도 조금씩 치료가 됐구요.

 

 

비닐하우스 만드는 일은 세세하게 손봐야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더구나 태풍에 한 번 휘어졌던 파이프를 펴서 다시 만드는 것이라 들쑥날쑥 각이 맞지 않아 더욱 고생을 했지요. 그래도 한 번 하늘로 날아가는 하우스를 보았기 때문에, 전보다 몇 배 더 신경 써서 꼼꼼하게 작업했습니다.

 

 

하우스 뼈대 작업을 마치고 비닐을 씌우는 날, 봄에 비닐 씌우는 작업을 도와줬던 친구들이 또 와서 도와주었습니다. 한 해에 두 번씩이나 비닐 씌우기 부탁을 하려니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면목도 없고... 그래도 두 말 없이 흔쾌히 와서 도와준 친구들 덕분에 비닐 씌우는 작업을 쉽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팽팽하고 짱짱하게 비닐하우스를 다시 지었습니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끄떡 없을 것 같지만, 정말 큰 바람이 분다면 이런 일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겠지요. 비닐 씌우며 지역에서 오래 농사지어온 은진이한테 우리처럼 하우스가 뿌리채 뽑힌 적이 있냐고 물으니, 1994년에 한번 큰 바람이 불어 하우스가 날아갔다고 하네요. 저랑 동갑내기 친구니까 당시 20대 중반이었을 테고, 그동안 정말 별별일 다 겪었을 테지요. 저희도 다음에 또 이런 일을 겪는다면 조금 더 담담해질 수 있을까요?

 

 

비닐 씌우고 나니 마음이 더 가벼워집니다. 일하는 내내 계획보다 늦어져서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작업을 했는데 이제 끝이 보입니다. 비닐 씌우는 작업 마무리하고, 고정 고리에 끈 붙들어 맨 다음 관수시설 점검까지 끝내자 뿌듯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작업 마치고 기념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 하우스 안에 상추나 시금치처럼 추위에 강한 작물들 위주로 심고, 가족회원 막바지 발송 때까지 보내드릴 계획입니다. 백화골 농산물 컴백 날짜도 가까워졌습니다. 개천절 지나고 나면 목요일 회원부터 다시 발송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따뜻한 격려와 함께 땀흘리며 복구작업 도와주신 분들, 농산물 기다려주신 가족회원분들께 정말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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