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11월의 비가 내렸습니다.
집 앞으로 보이는 남덕유산은 벌써 설산이 되었습니다.
네팔에서 보았던 히말라야 설산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여전히 가을 하늘빛은 아름답습니다. 숨막힐 듯 멋진 가을 날에 마무리 수확이 한창입니다.
첫 해에 심었다가 크게 망하는 바람에 그 이후로 쳐다보지도 않았던 콩 농사에
다시 도전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역시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양을 심어놓아서
콩 베어놓고 옮기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습니다.
며칠 잘 마르라고 마당에 죽 펴서 널어놓았습니다.
바짝 말려서 털고 콩대는 잘게 잘라 땅심 살리기를 위해 낙엽과 함께 밭에 넣어줄 계획입니다.
며칠 전 영하 5도까지 내려간다는 일기예보에 부랴부랴 얼어죽을 만한 노지 작물들을 수확했습니다.
무도 다 뽑았는데, 무청을 분리하고 다듬는 일을 하면서 보니 요렇게 요상한 포즈로 춤추는 무들이 많이 나와서 재밌었습니다. 물론 이런 못난이 무들은 주인장 몫입니다. ^^..
무는 잘 정리해서 저온저장고에 넣어두었고 무청은 그늘지고 찬바람
잘 드는 창고 뒤편에 잘 널어두었습니다. 내년 봄 쯤 되면 맛있는 무시래기가 되어 있을 거예요.
콩 벤 자리에 마늘을 심기로 했습니다. 해마다 횡성 부모님께 마늘 농사를 부탁드렸었는데, 올해부터는 땅이 넓어진 만큼 직접 지배하기로 했습니다. 일정은 쫓기고 작은 관리기로 땅을 만들자니 눈앞이 캄캄했는데 옆 마을 사는 형님이 흔쾌히 트랙터를 몰고 와 로타리를 쳐주셨습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요렇게 마늘 심기 좋은 밭이 완성되었습니다.
마늘을 직접 심어보니 다른 농민들이 왜 그렇게 마늘 어렵다고 하는지 알 것 같네요.
심기도 어렵고 거름도 많이 줘야 되고, 봄에는 저 작은 구멍으로 풀도 엄청 올라올 것 같네요.
그래도 이왕 도전해보는 거 정성껏 잘 키워보려구요.
집 앞 숲은 이제 마지막 붉은 빛이 돌고 있네요.
며칠만 있으면 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겠지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 농사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네요. 저 숲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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