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34

백화골, 2018년은 잠시 쉬어가는 안식년으로 삼겠습니다

유난히 맵고 사나웠던 이번 겨울, 잘들 지내셨는지요? 저희 백화골 농부들은 작년 마지막 꾸러미 안내글에서 말씀드렸던 대로, 필리핀 민다나오에 있는 구호단체 JTS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돌아왔습니다. 한국 겨울이 유난히 춥다는 것은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만 보았지요. JTS에서는 소외된 지역인 민다나오 오지 마을 곳곳에 학교 짓는 일을 주로 하는데요,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영양불균형이 심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학교 텃밭에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채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농사 기술을 알려드리고 함께 실습도 하면서 겨울을 보냈습니다. 민다나오에서의 농사 봉사활동은 생각보다 어렵기도 했고,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했어요. 학교 텃밭을 살피기 위해..

3월. 농부의 요리_ 청국장의 도전

얼마 전 강원도 횡성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어느 날에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저희가 오는 날짜에 맞춰 청국장을 띄워놓겠다고 하십니다. 콩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은 종종 손수 농사지은 콩으로 청국장을 띄우곤 하시는데, 아시다시피 청국장은 짧게 발효시켜서 바로 먹는 음식이라 날짜에 맞춰 만들어 놓겠다고 하신 것이지요. “이걸 어쩌냐. 얼마 전에 띄웠을 때는 아주 기막히게 떴었는데 이번엔 잘 안 띄워졌네. 너도 주고 이모도 주고 언니도 주려고 잔뜩 만들어놨는데 잘 안 떴으니 그냥 니가 다 가져가서 먹어라.” 이렇게 해서 갑자기 커다란 김치통 하나 가득 청국장이 생겼습니다. 한 번 먹을 분량만큼 비닐팩에 넣어 냉동실에 꽉꽉 채워 넣고 난 뒤에도 김치통엔 청국장이 반도 훨씬 넘게 남..

봄을 기다리며 토종 씨앗 나눔합니다(마감되었습니다)

“아직 많이 바쁠 때 아니잖아. 놀다가 하룻밤 자고 가.”“아뇨, 모종들 돌봐줘야 해서요...”“어이구, 벌써 모종이 들어가나?” 해마다 2월이면 누군가와 이와 비슷한 맥락의 대화를 하게 됩니다. 밤마다 얼음이 꽝꽝 얼고 눈발도 종종 날리는 2월이기에 농사일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다른 많은 농가들처럼 백화골에서도 2월이면 그 해의 첫 씨앗을 넣곤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단 씨앗이 들어간 뒤로는 어디 멀리 가지 못합니다. 어린 모종이 너무 춥거나 너무 덥지는 않은지, 목마르거나 어디 불편하진 않은지 하루 종일 세심하게 돌봐줘야 하거든요. 고추, 가지, 봄배추, 브로콜리, 양배추, 대파, 토마토, 피망, 파프리카. 2월 중순 무렵 씨앗을 넣은 올해의 첫 주자들입니다. 씨..

2월. 농부의 요리_ 냉이들깨파스타와 봄동무침

낮에는 햇볕이 제법 따뜻해 봄날 같습니다. 봄감자 심을 밭을 준비하려고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갔더니 작년에 수확하고 남은 떨거지 배추들이 겨우내 살아남아 무럭무럭 자라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봄동을 수확하게 된 것이죠. 그냥 갈아엎기엔 아까워서 다 뽑아다 손질해 마을 할머니들께 가져다 드렸더니 너무나 좋아하십니다. 시골 할머니들이 대부분 그렇듯 우리 마을 할머니들도 공으로 남의 것 얻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시는 편인데요. 파릇파릇한 봄동은 정말 반가우셨나봅니다. 안 받을 거 뻔히 알면서도 꼬깃꼬깃한 5천원을 건네시며, 봄동 좀 더 갖다 달라고 부탁까지 하시네요. 이렇게 좋아하시니 드리는 마음도 기뻐서 밭에 남은 작은 배추까지 알뜰히 다 수확했습니다. 봄동 수확하는 김에 그 옆에서 무성하게 자라난 냉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