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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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23년~2024년

이집트 청년 농부의 농장에서 팜스테이를 했습니다

백화골 2024. 1. 6. 17:29

 

 

겨울 여행을 떠난 백화골 농부들은 23년 12월 이탈리아 팜스테이를 끝내고 이집트로 이동했습니다.

 

보통 이집트 여행하면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떠올리지만 저희는 고대 유적지보다는 현재, 오늘을 사는 이집트 농부들의 삶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유명 관광지 룩소르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팜스테이를 하게 됐습니다. 26살인 청년 농부 엘노피의 집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이집트 농업과 농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예쁜 옥탑방에서 나일강의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나일강 주변은 어디나 땅이 좋아서 농사짓기가 좋아요. 수천 년 전부터 강이 범람하며 옮겨 놓은 퇴적물들이 옥토를 만들어 농사가 잘 됩니다. 이집트는 비가 안 와서 농작물에 물주는 게 중요한 일인데, 나일강 주변은 관개시설이 잘 되어 있고, 땅을 조금만 파도 지하수가 나와서 괜찮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한 자기 먹을 건 자기가 재배하고, 농사를 기반으로 살아갑니다.”

 

대가족이 함께 사는 엘노피의 집

 

엘노피는 7개월 전에 결혼한 신혼부부로 독실한 이슬람 신자입니다. 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을 놓치지 않고,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한 집에 대가족이 함께 살고 있어서 언제나 복작복작 하고 활기가 넘쳤어요. 엘노피의 부모님은 영어로 소통은 어려웠지만 만날 때마나 “웰컴, 웰컴”하면서 반겨주셨습니다.

 

파종한 지 얼마 안 된 양파, 물이 귀해서인지 고랑에 심어져 있네요,

 

지금은 가장 온도가 낮은 계절이라, 양파와 밀을 많이 심어 놓았는데, 양파를 두둑(식물을 심기 위해 만든 흙 두덩이)에 심지 않고 고랑(두둑과 두둑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에 심은 것이 특이했습니다. 아마도 물이 귀하니 고랑에 심어서 물을 흡수하도록 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비가 많이 오니 고랑은 물 빠지는 역할만 하는 것과 달랐어요.

 

강에서 물을 끌어 올리는 커다란 양수기가 밭 앞에 있습니다. 관개 시설이 잘 되어 있었어요.

 

이집트 농사는 나일강변과 일부 오아시스 지역에서만 가능하지만 이 작은 지역의 땅이 엄청 좋아서 농사가 잘 된다고 하네요. 특이한 점이라면 비가 거의 안 와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 싶지만, 수천 년 전부터 관개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해요. 비가 안 오니 풀 뽑는 일도 한결 쉬워 보였어요.

 

26살의 청년 농부 엘노피, 농사도 짓고 요리사로도 일하며 열심히 사는 청년입니다.

 

엘노피에게 백화골 농장에서 토마토 키우는 사진을 보여주니 굉장히 신기해합니다. 왜 이렇게 지주대를 올리고 크게 키우느냐고요. 비닐하우스도 신기해 하구요. 한국은 4계절이 있고,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비닐하우스가 필요하고, 토마토도 여름에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알려줬습니다. 이집트에서 토마토 농사는 그냥 밭에 꼽아만 놓고 물만 준다고 하네요. 지주대 같은 것도 필요 없고, 그냥 물만 주면 강렬한 아프리카의 햇볕 받고 잘 자란다구요.

 

몇천년 동안 땅을 옥토로 만든 나일강의 석양이 아름다웠어요

 

농작물에 오는 병충해는 대부분 비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집트는 늘 햇볕만 쨍쨍하고 비가 내리지 않으니 이집트 농부들은 별로 병충해 걱정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땅이 좋아서 비료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요. 하지만 몇천년간 잘 지속되던 이집트 농업도 최근에 축산 농가가 늘어가면서 땅이 황폐화 되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들이 풀을 뜯어 먹기만 하고 다시 땅을 비옥하게 하는 일은 안 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육식산업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입니다.

 

밤이면 모두 함께 모여 앉아 축구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이집트와 한국은 수천년의 농사 전통을 가진 농사 강국입니다. 이집트 농부들은 세계 최초로 달력을 활용해 농사를 지어왔고, 체계적인 관개시설을 구축해왔습니다. 고대부터 밀을 키워 유럽으로 수출해왔다고 해요.

 

이집트 농부들을 밀을 많이 키웁니다.

 

이집트와 한국 농업은 정말 많이 달랐습니다. 토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집트 농토는 옥토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농경지는 흙이 좋지 않습니다. 산이 많고 비가 많이 와서 좋은 흙이 쌓여 있지 않아서 입니다. 그래서 이집트 농부들은 옥토에서 단순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왔고, 한국 농부들은 나쁜 흙을 옥토로 만들기 위해 갖가지 유기농 기술을 만들며 열심히 농사 지어왔습니다. 땅을 깊게 쟁기질하고, 흙이 유실되지 않고 풀이 나지 않도록 무언가로 덮고, 지주대를 만들어주고, 퇴비를 만들어서 땅 속에 공급해주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등 정말 열심히 농사지으면서 5천년 역사를 이어온 셈이지요.

 

각 나라별로 기후와 역사에 따라 농사법이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이집트 농부들이 수천년 이어온 농사 전통을 따르듯이 우리도 수천년 이어온 한국의 전통 유기농법을 따르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집트의 유기농 현황도 궁금했는데, 유럽으로 수출하는 일부 농작물만 유기농 재배를 하여 면적은 0.2%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너무 궁핍해서 환경 보호라던가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은 적었습니다.

 

이집트 서민 음식 코사리

 

이집트에서 제일 많이 먹은 음식은 코사리입니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습니다. 렌팅콩과 쌀, 파스타, 양파, 마늘 등을 함께 넣고 볶은 음식인데, 잡탕밥 같은 느낌입니다. 지역마다 식당마다 조금씩 요리법이 다른데, 2011년에 오랜 독재정권에 항거해 이집트 민중들이 벌인 항쟁을 ‘코사리 혁명’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코사리 가격이 오른 것에 항의해서 항쟁이 시작되었다고요.

 

2011년 코사리 혁명 이후에 잠시 민주정부가 들어섰지만, 바로 군부세력에 의해 축출되어, 권위주의적인 군부독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능한 독재정권 탓에 통화 가치 하락, 39.7% 인플레이션 기록 등 현재 이집트의 정치, 경제 상황은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집트 과일은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았습니다.

 

이집트 머물면서 제일 맛있게 먹은 것은 과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음식이 맛있었지만 특히 과일이 정말 달고 맛있었어요. 바나나는 1kg에 300원, 오렌지 1kg에 450원, 멜론은 1kg에 600원. 가격도 정말 저렴했어요.

 

팜스테이를 하며 저를 형제라고 부르게 된 엘노피가 떠나기 전에 갑자기 “룩소르로 와서 같이 농사 지어보면 어때? 내가 땅은 다 알아봐줄게”하고 뜬금없는 제안을 합니다. 날이 더운 것 빼고는 농사짓기도 쉽고, 모든 물가가 저렴해서 그러지 않아도 ‘이집트에서 농사 지어보면 어떨까?’ 상상했었는데, 솔직히 아주 솔깃한 제안이었어요.^^

 

룩소르를 떠나려니 나일강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아쉬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집트 팜스테이를 통해 많이 느끼고 배우고 재충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