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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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백화골 2010. 4. 29. 19:58

2010년 4월 28일의 아침 풍경입니다.  
수레에 고인 빗물이 살얼음도 아니고 아주 꽝꽝 얼어붙어 있습니다.

2010년 4월 29일의 아침 풍경입니다.   
여기가 무슨 히말라야도 아니고 설산이 왠말이랍니까!! 

밤새 집이 날아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몰아치더니, 추위는 낮에도 좀처럼 풀리지가 않네요.

모두들 무사한지, 밭마다 돌아다니며 살펴보았습니다. 노지에 올라온 감자싹은 위와 같이 얼어붙어 있고, 느릿느릿 올라오던 시금치 싹도 삶아 데친 것 마냥 힘이 없네요. 하우스 안에 심었던 오이와 애호박도 잎 끝이 노랗게 된 것이 밤새 단단히 추위에 떨었나 봅니다. 하우스 배추는 삶에 심각한 위기를 느꼈는지 갑자기 곁순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색깔도 비리비리하고 하나도 크지를 못하네.”

“그래도 살아있는 게 어디야, 이런 날씨에.”

맞아요. 이런 악천후 속에서 버텨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지요. 아마 따뜻한 해가 좀 비춰준다면 대부분 힘차게 다시 자라줄 거예요. 이상이 생긴 놈들은 각각 그에 맞는 처방을 해주면 될 터이고요.

그나마 저희 집처럼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농가는 이런 저런 위기가 닥쳐도 그리 피해가 크지 않습니다. 피해를 본 놈이 있으면 멀쩡한 놈도 있고, 여기서 생긴 손실은 저기서 메우고 하는 식으로 서로서로 보완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농가의 경우 그 타격이 엄청납니다. 해당 작물 하나에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거니까요.

재작년인가, 몇 천 평 밭에 일찌감치 가지 모종을 심었다가 늦서리가 오는 바람에 다 죽어버리자 절망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에 대한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뉴스를 보며 참 가슴 아팠고, 이렇게 때 아닌 한파가 닥치거나 하면 또 다시 그런 분이 생기면 안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상기후로 참 농사일하기 힘든 올 봄! 우리 농민 동지들 다같이 기운 잃지 말고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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