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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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 241

2017년 백화골 유기농제철꾸러미 스물네 번째 발송, 올 한 해 감사했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달, 11월이 왔습니다. 2017년 백화골 꾸러미 마지막 발송입니다. 스물 네 번의 꾸러미.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백화골 채소들과 함께하며 마침내 이렇게 끝맺음까지 같이 해주신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저희가 정성껏 재배한 채소들이 매주 135 가구의 밥상 위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변신해 올라가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늘 즐겁고 뿌듯했답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을 텐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함께해주신 회원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백화골 농부들은 이제 내년 봄에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회원 모집은 내년 4월 2일에 백화골 블로그를 통해 시작할 예정이며, 올해 회원이셨던 분들께는 문자메시지로 미리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겨울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작은가족..

2017년 백화골 유기농제철꾸러미 스물세 번째 발송, 낙엽 쌓이는 밭

올해 농사철도 어느덧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씩 작물 수확을 완전히 끝날 때마다 빈 밭이 늘어갑니다. 오만가지 작물들이 북적북적 경쟁하듯 자라던 여름철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밭 같습니다. 휑한 빈 밭 위로 바람 불 때마다 근처 숲에서 불어오는 낙엽이 떨어져 흩어집니다. 조금은 쓸쓸한 듯도 한 풍경이지만, 차분하게 비우고 정리할 수 있는 이 계절의 변화가 참 좋습니다. 밭이 비어갈수록 마당은 좁아지고 있습니다. 땅콩, 고구마, 야콘 등 연달아 수확하고 있는 땅속 작물들을 선별해 쌓아놓고, 내년 농사를 위해 온갖 씨앗들을 받아서 널어놓고, 기나긴 겨울에 대비해 여러 가지 말림 채소들을 주렁주렁 걸어놓습니다. 분주한 타작마당의 한복판에서 막바지 초록잎 채소들을 수확해 보내드립니다. 다음 주면 이제 올해..

2017년 백화골 유기농제철꾸러미 스물두 번째 발송, 막바지 가을 수확

겨울 느낌이 성큼 다가온 쌀쌀한 밭에 앉아 호박고구마를 캡니다. 고구마는 땅 속 깊이 숨어들어가기 때문에 상처를 내지 않고 온전하게 캐내려면 강철로 만든 크고 두꺼운 특수 삼지창이 필요하답니다. 호미나 삽으로 캐면 시간도 오래 걸리거니와 흠집이 나기 쉬우니까요. 그런데 아뿔싸, 올해 호박고구마들은 땅에서 나올 때부터 흠집 있는 놈들이 유난히 많네요. 땅강아지와 굼벵이들이 땅 속에서 고구마로 이미 한바탕 잔치를 벌여놓았습니다. 너무 흔적이 심하게 남은 고구마들만 골라내고, 땅강아지가 갉아먹은 흔적이 조금씩 남아있는 고구마들은 그냥 그대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백화골 회원분들이라면 이 정도 벌레 흔적은 이해해주시겠지 하는 믿음 덕분이지요. 벌써 스물두 번째 꾸러미와 함께 해주시고 계신 회원분들께 늘 감사한 ..

2017년 백화골 유기농제철꾸러미 스물한 번째 발송, 단풍 시작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어느덧 산과 숲이 하루하루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10월입니다. 아름다운 단풍숲과 가을 하늘 아래서 백화골 농부들은 땅콩 수확하기 바빴습니다. 땅콩 캐는 일은 고구마 캐는 일처럼 힘들지는 않지만,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땅에서 쑥 뽑아낸 땅콩을 한 알 한 알 떼어내 물로 깨끗이 씻어 멍석 위에 펼쳐 널고, 잘 마르도록 뒤적여주며 며칠 동안 뽀송뽀송 말린 다음, 다시 한 알 한 알 골라가며 예쁜 것과 못생긴 것을 선별합니다. 예쁜 땅콩을 추려 회원분들께 보내드리고 나면, 못생긴 땅콩은 백화골 1년 양식이 되지요. 갓 볶은 땅콩의 고소한 냄새는 손 많이 가는 긴 작업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고도 남는 것 같아요. 몇 주 동안 이어진 땅콩 수확 작업도 거의..

2017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스무 번째 주 발송, 추석

완연한 가을입니다. 요즘은 하루 일을 시작하기 위해 장화를 신을 때마다 바로 신지 않고 거꾸로 뒤집어 들고서 한참 톡톡 털어주곤 합니다. 밤새 메뚜기나 여치 같은 풀벌레가 기어들어가서 장화 속을 아늑한 하룻밤 거처 삼아 늦잠을 자는 경우가 가끔 있거든요. 밭에서 만나면 소중한 배춧잎을 야금야금 뜯어먹고 가는 웬수들이지만, 쌀쌀한 가을밤을 피해 장화 속에서 옹송그리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지요. 농사에 해를 끼치는 생물이라도 ‘완전박멸’이 아니라, 어우렁더우렁 어떻게든 부대끼며 같이 살아보자는 것이 어찌 보면 유기농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주에 미리 말씀드린 대로 이번 주가 추석 전 마지막 발송입니다. 9월 마지막 주와 10월 첫째 주 2주 동안 배송이 없고요, 21번째 꾸러미는..

2017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열아홉번째 주 발송, 밤고구마

매년 추석이 돌아올 때마다 백화골 꾸러미도 짧은 방학 시간을 갖습니다. 추석 연휴가 끼어있는 주와 추석 연휴 바로 전 주, 이렇게 2주 동안 발송을 중단하곤 하는데요. 추석 전 주는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택배 물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면서 제 날짜에 택배가 배달되지 않는 발송 지연 사고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아예 발송을 하지 않는답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추석이 늦은 편이라 추석 방학도 느지막이 갖게 되었습니다.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쉽니다. 그러니까 20번째 꾸러미는 다음 주에 평소처럼 배달될 예정이고요, 이후 2주간 쉬었다가 10월 두 번째 주에 21번째 꾸러미가 배달될 예정입니다. 연휴 때 여행 가시는 분들도 많고 하니까 택배 배달 일정을 일찌감치 확인해 두시는 것이 편..

2017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열여덟번째 주 발송, 가을 하늘

요즘 티 한 점 없이 푸르른 가을 하늘이 참 보기 좋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곳도 이곳 백화골과 비슷한 하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볕 아래서 일을 하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 호강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곳에서 보이는 하늘과 산의 고운 자태, 햇볕에 반짝이며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송 숲, 하루 종일 배경음으로 들리는 가을벌레 소리들, 모두모두 커다란 보자기에 잘 담아서 회원분들에게 보내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택배 상자 속에 이런 것들은 담을 수가 없기에, 대신 그런 하늘과 햇볕 아래서 자란 9월의 채소들을 대신 보내드립니다. 오이와 부추로는 겉절이를 만들고, 들깨가루 한 숟가락 넣어 구수한 고구마순 볶음도 만들어보세요. 소박하면서도 풍성하게 차린 여러..

2017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열일곱번째 주 발송, 쇠비름

몇 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숙제하듯 내리던 비가 이제는 좀 진정된 듯합니다. 계속된 비 때문에 진창이 된 밭에서 일하기도 힘들었고, 몇몇 작물들은 잎이 녹아내리거나 곰팡이가 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새로 심은 가을 작물들은 매일매일 비에 신이 나서 잘 자라고 있답니다. 여러 작물들을 키우다 보니 똑같은 날씨에도 웃는 작물이 있고, 우는 작물도 있네요. 변화무쌍한 자연에 어느 정도 초연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농부의 첫 번째 과제인 것 같아요. 이번 주에는 그 어떤 날씨에도 꿋꿋하게 잘 자라는 신비의 야생초, 쇠비름을 보내드려 봅니다. 보통 산나물 들나물은 잎이 연한 봄에 뜯어서 먹는 게 일반적인데, 쇠비름은 봄부터 가을까지 언제 먹어도 좋은 나물이랍니다. 어디서나 흔하게 잘 자라기 때문에 오히..

2017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열여섯번째 주 발송, 갈색날개매미충

십 오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오다 보니, 매년 비슷비슷한 해충들을 똑같이 만나게 됩니다. 고추에는 진딧물, 배추에는 청벌레, 가지에는 이십팔점 무당벌레,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올해는 농사짓기 시작한 이래 처음 보는 곤충을 만났습니다. 이 곤충이 올해 갑작스레 얼마나 많아졌는지, 나뭇가지에 수 십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기도 하고, 창문 방충망이나 집 벽에도 몇 마리씩 붙어있습니다. 갈색날개매미충.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뒤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외래 해충이라고 하네요. 백화골 근방에선 작년까지만 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어딜 가나 이 갈색날개매미충이 득실득실 합니다. 농사일을 하다 보니 기후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생태계의 변화 속도도 아찔할 만큼 빠르다는 것이 실감납니..

2017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열다섯번째 주 발송, 늦장마

지난주에 택배 발송과 관련해 작은 사고가 있었답니다. 목요일 오후 우체국으로부터 갑작스레 연락이 왔습니다. 수요일에 발송한 백화골 꾸러미 상자들을 포함해, 장수 지역 택배 상자들을 싣고 서울 쪽으로 올라가던 우체국 탑차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화물 절반 이상이 파손되어 배송이 어렵게 되었으니, 혹시 택배를 못 받은 회원들은 없는지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목요일에 택배 받으시는 회원분들에게 얼른 전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기다리는데, 답문자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역시나 택배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인가, 하고 문자들을 열어보다가 백화골 농부들은 감동하고 말았어요. “우리 집은 잘 도착했으니 염려하지 마세요.” “운전기사분은 무사하신가요? 큰 사고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수십 통의 답문자들이 모두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