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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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2년

봄날 근황들

백화골 2012. 4. 30. 23:28

 

농부에겐 하루가 백일 같은 소중한 봄날입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휙휙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러고보니 벌써 5월이네요. 올해 백화골 밥상을 함께 나누어주실 가족회원 분들도 다 모집이 되었고, 모두들 언제쯤 농산물이 오려나 궁금해 하며 기다리고 계시겠네요. 이런 저런 근황들을 자주 올리고는 싶지만,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신없이 달리며 일하는 계절이다 보니 마음처럼 잘 되질 않네요. 문자 메시지에도 바로바로 답장 못하고 있고요. 이참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려요.

 

 

정신없이 땅만 보며 일하다가도 고개를 탁 들면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만 나올 뿐입니다. 신록.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숲과 논밭의 푸른빛이 힘든 몸에 저절로 힘을 줍니다. 집 앞 낙엽송 숲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요즘은 한창 숲에서 고사리가 올라오는 철이기도 합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고사리를 끊어다 삶고 채반에 잘 널어 말립니다. 건조한 봄볕에 하루만 지나도 고슬고슬 잘 마릅니다. 말린 고사리는 소중히 갈무리해 두었다가 회원분들 집으로 보내드릴 예정이랍니다.

 

 
너무 바쁘고 일이 많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구세주처럼 도시에 사는 벗들이 방문해 1주일 동안이나 머물다 갔습니다. 하던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자연 속에서 푹 쉬고 가겠다며 내려왔으나, 보시다시피 쉬기는커녕 1주일 내내 고된 일만 하다 갔습니다. 도시 사람에겐 일하는 게 쉬는 거라며 즐거운 얼굴로 일을 하긴 했지만, 안 쓰던 근육을 혹사시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바쁜 농가 일손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고마운 마음, 말 안 해도 다 알지요. 덕분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 정말 고맙습니다~~!!

 


이 새싹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쭉쭉 자라나 나중엔 사람 키보다 더 커진다, 때가 되면 맛있는 열매를 맺는다, 가지와 같은 과에 속하는 채소이다, 등입니다. 이제 살짝 감이 오시나요? 바로 토마토 새싹입니다. 요즘 모종 하우스에선 토마토 외에도 방울토마토, 참외, 수박, 단호박, 가지, 브로콜리 등이 빼곡히 자라고 있습니다. 튼튼하게 키워서 5월과 6월에 차례로 본밭에 옮겨 심을 예정입니다. 오이와 애호박, 쌈채소류는 며칠 전 본밭으로 내려가서 잘 적응하고 있답니다.

 

 

잘 되는 작물이 있으면 잘 못되는 작물도 있기 마련. 발송 첫 주에 보내드리려고 야심차게 잔뜩 심어놓은 비타민채가 그만 봄철의 무법자 톡톡이 벌레(정식 이름은 잎벼룩벌레랍니다)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초기에 구멍이 송송 뚫리면 자라서도 그 자국이 그대로 남기 때문에 아주 흉한 모습의 야채가 되고 맙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다 뽑아버렸습니다. 조금 더 일찍 초기 방제에 신경 썼더라면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강풍에 부서진 하우스 문짝과 너덜너덜해진 치마비닐 손보느라 방제를 며칠 미루었더니 바로 이런 결과로 돌아오네요. 역시 농사일이란 일한 만큼 바로 정직하게 표가 납니다.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요즘엔 역시 톡톡이에 약한 작물인 열무와 배추, 청경채, 봄무 등에 매일 저녁 유기농 기피제를 뿌려주며 방제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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