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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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무시무시한 막걸리 카피! (2006.04.06)

백화골 2009. 3. 4. 08:58

장수에 귀농해서 이 지역 술인 장수 막걸리(서울의 장수 막걸리와 다른 전라북도 장수군 막걸리)를 마시다가 병 껍데기를 보고 한참 웃었다. '18년간 끼니 굶고 안주도 없이 막걸리만 마시고 살아온 53세된 경북 상주의 곽장희 씨'라니....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던 시절 카피라이터로도 일한 경력이 있어 제품 카피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아직 남아있는데, 이렇게 무시무시한(?) 카피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덧붙여진 카피에는 '이젠 술도 골라 마시는 향토 참 막걸리로! IMF를 극복합시다'라고 적혀 있다.

IMF 극복 운운하는 정황으로 미루어보건대 적어도 7~8년 전에 만든 껍데기 디자인이 아직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듯.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TV 프로에서 라면만 먹고 사는 할아버지 이야기는 본 기억이 나는데, 혹시 곽장희 씨도 예전에 TV에 나왔던 막걸리 스타이신가?

IMF 이후로도 곽장희씨가 술을 계속 마셨다면 최소한 25년간은 끼니 굶고 안주도 없이 막걸리만 마시며 살아온 셈. 나이도 이젠 60이 넘으셨겠군. 그런데 도대체 경북 상주에 사는 곽장희씨와 전북 장수의 향토 막걸리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지역 토박이들에게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이 눈부신(?) 카피를 눈여겨 본 적이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냥 막걸리는 막걸리일 뿐. 아무튼, 이 장수 막걸리가 맛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구수한 효모균이 살아있어 서울의 밋밋한 살균 막걸리들과는 급이 다르다.  

귀농해 농사 지으며 맛보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가 바로 땀흘려 일하다 밭둑에 앉아 마시는 막걸리 맛. 요즘 같은 계절엔 지천에 널린 쑥을 뜯어다 밀가루와 물만 살짝 보태 부치면 막걸리 안주로는 그만이다.

우리는 오늘도 곽장희 씨의 건강을 생각하며 막걸리를 마셨다. 환갑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즐겁게 막걸리를 마시며 염소를 몰고 계시길... 봄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