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넣었는데 싹이 나오지 않자 아내가 마음이 쓰였나보다. 워낙에 장수 날씨가 추워서 그런거야 라고 아무리 말해도 풀어 죽어 있던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하우스에 가보니 감자싹이 틔어 올라와 있었다. 트레이에 씨앗을 넣었던 쌈채소도 함께 말이다. 얼마나 신나고 기분이 좋던지. 게다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백화산이 진달래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봐도 봐도 예쁘기만한 감자싹, 땅을 힘차게 뚫고 나오는 것 같다.
감자싹 난 건 좋은데 이놈의 잡초들은 왜 함께 자라는 건지^^ 작년에 하도 잡초 때문에 고생을 해서 올해엔 아예 싹부터 뽑아주기로 작정했다. 감자 심은 후로 벌써 두 번이나 풀을 뽑아주었다.
작고 귀여운 쌈채소 싹들, 우리마을은 해발 550m의 고랭지인지라 며칠 전까지도 밤엔 영하로 내려갔다. 날씨가 조금 풀리니 이제야 싹들이 솟아났다. 농사 2년차에 싹 조차 안 나오는 줄 알고 자존심에 상처 많이 받았다(^_^). 우리에게 힘을 준 쌈채소 싹들, 잘 자라서 건강한 분들 밥상 위에 오르거라.
땅 만들기를 위한 가장 좋은 재료가 바로 부엽토! 여기저기 친환경 회사에서 파는 미생물들이나 재료들의 경우 검증 안 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가격도 비싸고. 그래서 다들 부엽토가 좋다고는 하는데, 부엽토 퍼 나르기는 참 힘든 작업이다.
공사하다 버리고 간 흙 넣는 통을 메고 40번을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가족회원제' 작물을 키울 노지밭에 부엽토를 부었다.
나중엔 다리가 휘청 휘청... 원래 100번 정도 나를 예정이었으나 40번에서 포기해야 했다(^^)
부엽토를 넣고 골을 탔다. 줄을 잡고 정성껏 작업을 했더니 아주 멋지게 골이 타졌다.
비닐 멀칭을 하니 밭이 더 보기 좋아졌다. 작년엔 첫해라 항상 시간에 쫓겨 작물 넣기 하루전날 퇴비 넣는 등 서두르며 일했는데, 올해엔 1달 전에 퇴비를 넣어주었다. 퇴비를 미리 넣어주니 땅 속에 하얀 미생물들이 피어나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부엽토까지 부어주었으니...
우리가 실험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제철 농산물 가족 회원제' 첫 작물인 양상추와 배추를 심었다. 중간상인만을 살찌우는 공판장 출하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친환경 시장 출하도 대안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출발한 일이다. 직거래할 가족과 일정 기간 계약을 하고 매주 제철 친환경 농산물을 보내주는 것이 주요 내용. 한 마디로 우리가 시골에서 먹는 건강하고 푸른 밥상을 도시 사람들 밥상으로 그대로 옮기자는 취지다. 계획은 멋지게 세워놨는데 씨앗 넣고 나올지 안 나올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 농사 2년차인 초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봄 배추 심고 산을 오르다 우연히 발견했다. 와! 진달래다! 전날까지도 없던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남쪽 지방이나 도시에서는 벌써 진달래니 벚꽃들이 피었지만 여긴 추운 고랭지인지라 아직 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진달래가 얼마나 보기 좋고 아름답게 느껴지던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취했다.
1주일만 지나면 백화산 자락이 분홍빛으로 물들 것 같다. 이웃들과 막걸리에 진달래를 띄워서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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