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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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농촌에 피어나는 따뜻한 봄기운! (2006.04.02)

백화골 2009. 3. 4. 08:38

봄이 왔다. 농촌에 사니 계절을 제대로 깊게 느낀다. 지난 겨울 동안 눈도 많이 오고 영하 21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시기를 지낸 만큼 이번 봄은 더욱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제일 먼저 봄 소식을 알려준 것은 냉이! 지천에 냉이가 가득 피어올라왔다.

가장 좋은 음식은 제철에 나는 채소라고 한다. 봄 소식과 함께 찾아온 냉이는 겨울동안 빈약했던 우리 밥상에 풍요로운 푸른빛을 가득 채워주었다.

밭 곳곳에서 파릇파릇 솟아나는 쑥. 마트에 가면 가격이 꽤 되지만 시골에서는 아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시골 사람들에게 쑥은 빨리 제거해야할 잡초일 뿐이다(^^)... 

위장병에 좋다는 구절초도 마당에서 싹을 틔우며 올라왔다.

밭둑에서 봄 소식을 전해주며 피어오르는 버들강아지

나무들이 하나둘씩 입을 틔우기 시작한다.

각종 씨앗을 사왔다. 올해부터 시작할 가족회원제를 위해 쌈채소를 먼저 심으려고 준비했다.

트레이에 상토를 넣고 쌈채소 씨앗을 넣었다. 작년엔 씨앗 넣은 곳에 안 나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올해엔 2년차인 만큼 제대로 모종을 키우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쌈채소 재배와 각종 모종을 키우기 위해 집 옆 텃밭에 작은 비닐 하우스를 만들었다. 이웃들과 함께 품앗이로 하우스를 만들었는데, 다들 초보라서 힘들었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며 즐겁게 일했다.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 미리 만들어놓은 풀퇴비를 넣고 돌을 골라 주었다.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골짜기에 마을을 만들어서인지 마을 땅은 곳곳이 다 돌밭이다.

고구마 모종을 직접 키우기로 하고 이중 비닐터널을 쳐주고 고구마를 심었다. 그런데 날씨가 아직 덜 풀려서인지, 제대로 못 심어서인지(^^) 싹이 나오지 않는다.

마을 밖에 노지밭을 조금 빌렸다. 자주 감자와 땅콩, 고구마를 심을 계획. 감자를 심기 위해 퇴비를 뿌려주고 밭을 만들었다. 밭 주변에 푸릇푸릇한 풀들이 올라와 봄이란 걸 실감하게 한다.

익숙해졌나 싶으면 서툴고 어려운 게 농사같다. 관리기를 잘 다루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골과 골 사이 간격 맞추기가 어렵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자주 감자를 심었다. 왠지 모를 기대와 설레임이 몰려왔다.

비가 많이 오면 마당이 질척여서 걸어다니기도 힘들다. 도시에서야 시멘트 바닥이 대부분이라 비가 와도 별 신경쓸 일이 없지만 시골에서는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속담이 실감난다. 그래서 돌을 깔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공구리를 치기도 하는데, 우린 솔잎을 마당에 깔아주었다.

나름대로 생태적 마당 만들기를 한 셈인데, 솔잎 향기도 좋고 밟을 때 느낌도 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