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고 높은 하늘을 배경으로 주황색 전구처럼 매달린 감을 땁니다. 백화골 농장에 있는 감나무는 나이도 많고 키가 워낙 커서, 지붕 위에 올라가 긴 장대를 이용해도 겨우 나무 중간까지 밖에 따지 못한답니다. 곡예를 하듯 조심스레, 하나씩 하나씩 감을 따다보면 어느새 온몸이 가을 하늘빛에 물드는 것만 같습니다.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에는 이렇게 수확한 감을 비롯해 양배추, 상추, 호박, 무, 양파, 감자, 브로콜리(또는 가지) 등을 보내드립니다. 요일에 따라 품목은 조금씩 변경될 수 있으니 참고해 주시고요.
올해 가을 양배추 농사가 제법 잘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 한 번 더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양배추는 워낙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은 채소라 부담 없이 이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저희가 양배추를 보내드릴 때는 시중에 나오는 것처럼 하얀 부분만 보내드리는 것이 아니라 초록색 겉잎도 최대한 많이 붙여서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이 초록색 잎은 몸에도 좋고 요리에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니까 최대한 알뜰하게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을 양배추는 일단 아무 조리도 안 하고 생으로 그냥 먹어도 맛있어요.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썬 뒤 고추장이나 된장과 함께 그대로 상에 올리면 양배추 반통쯤은 한 끼에도 뚝딱 없어진답니다.
양배추 찜도 빼놓을 수 없겠죠. 찜기에 사등분 해 심지 부분만 도려낸 양배추를 넣고 10분 정도 쪄요. 양배추 찜은 식감이 너무 아삭거리거나 너무 무르지 않도록 적당한 시간 동안 찌는 것이 핵심이에요. 찜을 할 때 나오는 물이 잎에 고이지 않도록 잎을 그릇 모양으로 뉘여서 찌지 말고, 오목하게 엎어서 찌는 것이 좋고요. 뜨거운 김만 뺀 다음 따뜻할 때 상 위에 내고 간장 양념장을 곁들여 쌈밥으로 먹으면 정말 맛있지요.
양배추 볶음도 간단해요. 기름 살짝 두른 팬에 양파와 양배추를 약간 굵게 채 썰어 넣은 뒤, 숨이 죽고 살짝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아주세요. 5분 정도만 볶아줘도 충분해요. 마지막에 소금을 조금 넣고,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와 후추를 넣은 뒤 조금 더 볶다가 마무리합니다.
양배추를 잔뜩 썰어 넣은 떡볶이는 또 얼마나 맛있는데요.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고추장을 풀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 채 썬 양배추, 가래떡이나 떡볶이 떡, 고구마, 당근, 대파, 호박, 어묵, 통깨 등 집에 있는 재료를 적당히 응용해서 넣은 다음 중불에서 5분, 약불에서 5분 정도 가끔 뒤적여가며 익혀줍니다. 취향에 따라 조청이나 물엿을 넣어 마무리해주세요.
양배추 스테이크도 재미있는 요리예요. 양배추의 중간 부분을 심지에서부터 통으로 썰어주세요. 두께는 1.5~2cm 정도가 적당해요. 이렇게 둥근 스테이크 모양으로 썬 양배추는 겉잎이 요리 도중 풀리지 않도록 이쑤시개로 두 군데 정도 찔러서 고정해 주세요.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넉넉히 넣어 조금 볶다가 기름 온도가 너무 올라가기 전에 바로 양배추를 넣고 익혀주세요.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충분히 익히다가 뒤집어서 다른 한 면도 노릇해질 때까지 익혀주세요. 잘 익은 양배추 스테이크를 접시에 담고 소금과 후추, 허브 가루 등으로 간을 하면 보기에도 예쁘고 맛있는 양배추 스테이크가 완성돼요.
양배추 샐러드는 기름진 요리에 곁들이기 딱 좋은 짝이지요. 물론 양배추 샐러드 하나만 놓고 먹어도 손색이 없고요. 양배추를 씻은 뒤 물기를 최대한 빼고 가늘게 채 썰어서 소스와 함께 버무리면 끝! 백화골에서 추천하는 양배추 샐러드 소스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간장 머스터드 소스인데요. 간장, 으깬 두부, 통겨자(홀 머스터드), 다진 마늘을 넣고 섞어주시면 돼요. 다른 하나는 사과 식초 소스예요. 요즘 사과도 제철이니까 집 냉장고에 사과 하나쯤 있으실 텐데요. 사과 간 것, 레몬즙이나 레몬 식초, 마요네즈 약간, 소금, 다진 마늘, 후추를 섞어서 만드시면 된답니다.
혹시 지난주에 보내드린 양배추를 아직 다 못 먹었는데 이번 주에 또 양배추를 받으셨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습기가 날아가지 않게만 비닐봉지에 잘 싸서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주세요. 양배추는 보관 기간이 길기 때문에 몇 주 정도는 끄떡없이 보관할 수 있답니다.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스물 세번째 주 풍경
가을이 지나가고 있는 밭에서 수확하고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해가 짧아져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계획을 잘 세워서 일해야 합니다. 지난 한 주간은 오랜만에 가을 날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였습니다. 강렬한 가을 햇살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지는 숲속 풍경은 참 아름답습니다.
가을 햇살 아래 작물들이 막바지로 여무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산속 밭에서 무와 양배추 등을 수확하고 나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신명나게 일했습니다.
2016년에 백화골에 찾아왔었던 싱가포르 친구 이본이 경주에 방문한 길에 농장에 잠시 들렀습니다. 참 밝고 활기찬 친구입니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회사에서도 중역으로 일한다고 하네요. 이본이 찾아와서 다른 봉사자들과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이본은 나중에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게 꿈이라고 하네요. 농장에서 머물고 자연 속에서 지내고 싶다고요. 아쉽지만 하루 만남을 뒤로한 채 싱가포르에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습니다.
10월 중순이 넘어가는 요즘, 저녁노을이 참 멋집니다. 오늘도 내일도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농사지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한 하루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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