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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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22년~2024년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스물한 번째 주 들깨 보숭이

백화골 2022. 10. 4. 22:52

 

환절기가 되면서 점점 더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됩니다. 밥상 위에 올라오는 음식들도 생채소나 샐러드보다는, 보글보글 끓이거나 기름으로 볶아서 요리하는 종류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에는 생땅콩, 감자, 양파, 풋고추, 들깨 보숭이, 순무(또는 콜라비), 호박(또는 가지나 브로콜리순), 만리향꽃 등을 넣어서 보내드립니다. 품목은 요일에 따라서 조금씩 바뀔 수 있고요. 감기 걸리기 쉬운 환절기에 백화골 채소들로 따뜻한 밥상 차려보세요. 이번 주에 소개해드리는 요리는 따뜻한 들깨 보숭이 튀김입니다.

 

 

들깨 보숭이는 아마 이름부터가 생소한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간단히 말하면 들깨의 꽃송이 부분을 튀긴 음식이에요. 들깨는 참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지요. 여린 초록색 깻잎은 따서 쌈을 싸먹고, 곁순인 들깨순은 따로 수확해서 볶아서 먹고요. 가을이 되어 노랗게 단풍이 진 들깻잎조차 좋은 장아찌 재료가 됩니다. 늦가을 야무지게 여문 들깨는 털어서 들깻가루도 만들어 먹고, 고소한 들기름도 짜고요.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가지 이용법이 있어요. 들깨 꽃송이 부분이 완전히 여물기 전에 수확해 들깨 보숭이 튀김을 만들어 먹는 방법이에요.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워낙 짧다보니 들깨 보숭이를 시장에서 만나기는 어렵고, 자기 텃밭이 있는 분들만 재미삼아 이 계절에 먹는 음식이지요. 뭐든 튀기면 다 맛있다고는 하지만, 들깨 보숭이는 원래 가지고 있는 들깨향과 고소한 깨 맛이 어우러져 정말 별미랍니다.

 

 

보내드린 들깨 보숭이는 일단 물에 잠깐 담갔다가 흔들어서 씻어주세요. 그리고 튀김 반죽을 만들어주시면 되는데요. 집에 튀김가루나 부침가루가 있다면 그걸 쓰셔도 되고, 아니면 그냥 밀가루와 소금만 섞어 쓰셔도 괜찮아요. 밀가루에 녹말가루를 조금 섞어주셔도 좋고요. 아무튼 튀김 반죽은 조금 묽게 만들어주시는 것이 좋아요. 반죽이 되직할수록 들깨 송이에 밀가루가 너무 많이 달라붙기 때문에 모양이 예쁘게 안 살거든요.

 

튀김팬에 기름을 넣고 적당한 온도로 뜨거워지면 들깨송이를 반죽에 잠깐 담갔다 뺀 다음 기름에 넣고 튀겨주세요. 앞뒤로 한 번 뒤적여가며 노릇해질 때까지 튀긴 다음 건져내어 기름을 빼요. 갓 튀겨낸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들깨 보숭이를 접시에 담고 양념 간장을 곁들여 내면 끝이에요. 튀김 요리니까 식기 전에 따뜻할 때 드셔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그런데 혹시라도 튀김 요리를 안 좋아하거나 못 드시는 분이 계시다면 다른 방법으로 드실 수도 있어요. 씻은 들깨 송이를 자잘하게 채 썬 다음, 여러 가지 채소들을 섞어 만든 샐러드에 생으로 넣고 버무려 드셔도 된답니다. 들깨 송이가 언뜻 보기에는 거칠어 보여서 생으로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막상 먹어보면 그렇게 질기지 않아요. 오히려 여러 가지 채소들 속에서 톡톡 씹히는 들깨 향이 샐러드의 풍미를 살려준답니다.

 

딱 요맘때만 먹을 수 있는 들깨 보숭이 요리로 10월의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보세요~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스물한 번째 주 풍경

 

마음 졸이는 한주였습니다. 백화골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봉사자가 지난 주말에 밖에 나갔다 돌아왔는데, 모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겁니다. 설마 괜찮겠지 하고 월요일에 하루 같이 일을 했습니다. 밥도 두 끼나 같이 먹고요. 물론 혹시나 해서 식사 시간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일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화요일이 되자 이 친구 몸이 아프기 시작해 일단 집으로 보냈는데, 코로나 확진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 부부와 다른 봉사자인 프랑스 친구는 혹시나 코로나에 옮았을까봐 4일 정도 걱정을 하며 조심조심했는데, 다행히 이상 없었습니다. 그래도 며칠 동안 노심초사 했습니다. 다른 일과 달리 농사일은 아파도 해야 하는 일이라, 모두가 동시에 코로나에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어요. 아직까지 저희는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미집을 해칠까봐 조심조심한다는 프랑스 친구 마일리스를 지난주에 소개시켜드렸었죠. 들깨 보숭이를 함께 수확하는 데 정말 재밌어 합니다. 평소 작은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는데, 호박잎을 먹는 것도 들깨 보숭이를 먹는 것도 새롭고 좋은 생각이라며 프랑스에 돌아가서도 꼭 먹어보겠다고 합니다. 평소 김치도 자주 만들어 먹었다고 하네요.

 

 

마일리스는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쉬는 날 백화골 풍경을 멋지게 그려서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농장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림이었어요. 덕분에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난주에 심은 마늘이 오늘 비 한번 맞더니 오후에 싹이 솟아 올라옵니다. 마늘은 참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는 채소입니다. 한국의 건국신화에 나올 정도로 오래된 채소이기도 하구요. 오랫동안 힘들게 심었는데, 싹이 잘 올라오기 시작해 뿌듯합니다.

 

 

10월이 시작되고 날씨가 조금 더 서늘해졌습니다. 계속 맑은 날씨가 이어지다 오늘 발송날에 맞춰 마침 비가 오네요. 비 맞으며 일해서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오는 비라 좋아라 할 밭의 채소들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수확하고 포장했습니다. 이번 비 덕분에 막바지에 보내드리기 위해 잔뜩 심어놓은 잎채소들이 쑥쑥 자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