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미 발송날 아침, 한겨울처럼 칼바람이 붑니다. 두꺼운 작업복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밭으로 나가 배추와 양배추 등을 수확합니다. 박스 가득 양배추를 담아 가파른 오르막길로 나르기를 몇 번 하니 어느새 추위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오히려 땀이 나기 시작하네요. 그동안 정말 열심히 보살펴가며 키웠는데, 이렇게 묵직하게 자라준 모습을 보니 힘들어도 참 뿌듯합니다. 이번 주에 보내드리는 유기농 제철꾸러미 채소는 양배추, 배추, 상추, 풋고추, 청양고추, 순무(또는 콜라비), 말린 고춧잎, 호박(또는 브로콜리나 가지) 등입니다.
요즘 배추 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이번 주에 배추를 보내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는 크기의 소형 배추예요. 벌레들의 극성을 피해 최대한 빨리 수확해 보내드리려고 일부러 소형 배추 품종을 심었답니다. 간단하게 겉절이 김치를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김치 만드는 게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다음과 같이 활용하시면 돼요.
우선 큰 겉잎은 따로 떼어 데쳐서 물기를 짜낸 뒤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배추 된장국으로 이용하시면 되고요, 중간 크기 잎들은 배추찜이나 배추전으로 이용하시면 돼요. 작은 크기의 속잎은 쌈장에 찍어 바로 먹는 쌈채소로 이용하시면 되고요. 배추찜 만들 때는 배춧잎을 세로로 길게 잘라 냄비에 다시마와 함께 넣는데요, 배춧잎 사이사이에 된장 양념을 적당히 발라주세요. 된장 양념은 된장, 다진 마늘, 들기름, 다진 고추, 다진 파 등을 넣어 만들면 되고요. 냄비 뚜껑을 덮고 가장 약한 불에서 20분 정도 익히면 되는데요. 물을 넣지 않아도 배추에서 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타지 않고 잘 익는답니다.
배추전은 더 쉽고 간단해요. 먼저 적당한 크기의 배춧잎들을 깨끗이 씻은 다음 도마 위에 한 장씩 뒤집어 놓고 볼록 튀어나와 있는 하얀색 윗부분을 칼등으로 살살 두드려 펴주세요. 잎이 너무 크다 싶으면 세로 방향으로 반으로 잘라 주시고요. 볼에 밀가루, 소금, 물을 넣고 섞어서 약간 묽게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주세요. 배춧잎을 밀가루 반죽에 살짝 담갔다가 기름 두른 팬에서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지져내면 끝입니다.
배추전은 양념장 맛으로 먹는다는 말도 있는 만큼, 미리 양념간장을 만들어놓는 것도 중요하겠죠?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고춧가루, 다진 고추 등을 넣어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따뜻하게 부친 배추전이 식기 전에 양념장을 곁들여 상에 냅니다.
배추전은 참 소박하면서도 풍성한 요리인 것 같아요. 일단 배춧잎 크기가 크다보니 몇 장만 부쳐도 접시가 하나 가득 차거든요. 상에 올리면 넉넉하고 푸짐해 보이지요. 그리고 배추가 물기가 많아서인지, 다른 전들에 비해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좋아요.
배추전은 백화골에 오는 외국인 봉사자들도 참 좋아하는 메뉴인데요, 샐러드 같기도 하고 팬케이크 같기도 한 맛이 신기하다며 레시피를 물어보고들 하지요. 하지만 맛있는 배추전의 비결은 그저 맛있는 제철 배추에 있을 뿐이지요. 때 이른 10월의 찬바람이 배추 맛을 더더욱 좋게 만들어 주면 좋겠네요.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스물 두번째 주 풍경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그리고 계속 흐린 날이 이어집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월 중순이면 날씨가 기막히게 좋았습니다. 파란 하늘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였습니다. 농작물들도 한창 자라는 시기였구요. 하지만 기후가 변했는지 벌써 농사 정리할 시기가 된 느낌입니다. 가을을 느낄 틈도 없이 겨울이 성큼 다가왔어요. 태풍 한번 세게 맞고 날씨고 안 좋은데 그래도 농작물들이 버티고 자라주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주에는 양배추와 배추를 한꺼번에 수확했습니다. 그동안 벌레와 무름병 방제 때문에 고생고생 했는데 이렇게 수확하게 되어 즐겁습니다. 양배추는 특히 최근 가을 날씨가 안 좋아져서 작년 영농일지를 참고해 1주일 정도 일찍 심었는데, 그 덕에 잘 자랐습니다. 화학농으로 키운 양배추처럼 엄청 크지는 않지만 알차게 속이 차고 맛도 좋네요.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풋고추가 끝물까지 잘 자랍니다. 태풍 때 물에 한번 침수되기도 했는데, 워낙 세력이 좋아서인지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춧잎도 수확할 겸, 남은 기간 동안 열매에 더 집중해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밑 부분 잎을 50cm 정도 정리해주었더니 위쪽에서 아직도 고추가 많이 열립니다. 일교차가 커져서 아삭아삭한 단맛이 납니다.
땅콩 수확한 자리에 심은 유채나물, 열무, 시금치, 갓도 잘 자랍니다. 며칠 전 비가 연달아 내린 뒤 쑥쑥 올라오는 모습이 예쁘네요. 2주쯤 지나면 꾸러미 상자에 넣어 보낼 예정입니다.
요즘 제일 비싼 채소라는 무도 땅 위로 쑥 올라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주변에 유기농사를 가르쳐주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무가 갑자기 위쪽으로 올라왔다며 잘못 된 것 아니냐고 물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무의 맛있는 파란 부분은 이렇게 위로 쑥 올라와 햇볕을 받고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일기예보에 따르면 한동안 날씨가 맑고 바람도 잦아들 예정이라, 10월의 남은 날들은 가을 농사 제대로 즐기며 막바지 농산물꾸러미 발송에 전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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