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유기농 제철꾸러미/2022년~2024년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스무 번째 주 말린 브로콜리잎 나물

백화골 2022. 9. 26. 23:06

 

요즘 백화골에 머물고 있는 봉사자 중에 프랑스에서 온 마일리스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키가 아주 큰 친구인데, 비닐 하우스 안에서 일할 때 종종 키 큰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거미줄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자기는 거미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거미가 저녁이면 자기가 쳐놓았던 거미줄을 먹고, 아침이면 새 거미줄을 짜곤 한다나요. 그래서 생각 없이 거미줄을 망가뜨리는 건 거미가 먹고 기력을 보충할 밥을 망가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거미줄을 보면 몸을 잔뜩 구부려 피해간다는 겁니다.

 

다른 봉사자 수아 님도 채소 꾸러미 포장을 하다 작은 벌레들을 발견할 때마다 손으로 조심스레 벌레들을 받쳐 들고 벌떡 일어나 창문가로 가곤 합니다. 창문 너머에 있는 덤불들 사이로 벌레를 놓아주기 위해서이지요. 바쁘게 포장 작업을 하다보면 귀찮기도 할 텐데, 매번 빠짐없이 창문가로 달려가곤 합니다.

 

희한하다면 희한한 일이지요. 유기농 채소를 기르는 농부의 일 중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벌레를 죽이고 방제하는 일인데요. 이렇게 채소를 위해 수많은 벌레를 죽이면서도, 동시에 작은 벌레 한 마리의 생명도 차마 함부로 하지 못하니 말이에요.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다 보면 자연스레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생명을 귀히 여기는 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 덕에 이번 주 꾸러미 발송 작업도 힘차게 시작해봅니다.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에는 생땅콩, 열무, 양파, 풋고추, 호박잎, 말린 브로콜리잎, 호박, 가지(또는 오이나 껍질콩) 등을 보내드리고 있고요, 품목은 요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이번 주에 보내드리는 품목 중에서 이번에는 말린 브로콜리잎 요리를 소개해 드릴게요. 갑자기 무슨 브로콜리 잎이냐고요? 올해 초여름 브로콜리를 한창 수확해 보내드렸을 때, 연한 잎을 따로 모아서 말려둔 것이에요. 그때도 설명해 드렸다시피, 브로콜리는 꽃송이 부분뿐만 아니라, 잎도 좋은 먹거리가 될 수 있거든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잎이 쏟아져 나와 그때는 미처 다 보내드리지 못했고요. 대신 썰어서 삶고 말리고 하는 작업을 거쳐 저장해두었던 브로콜리잎을 지금 보내드리는 것이랍니다.

 

브로콜리잎은 일단 물에 10분 정도 불려주세요. 바싹 말라있던 잎이 살짝 물을 먹어 나긋나긋 해지면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중불에서 10~15분 정도 삶아주세요. 부드럽게 삶아진 잎을 건져내 찬물로 헹궈내시면 되는데요. 잎에 흙 같은 이물질이 묻어있을 수도 있으니까 물에 두세 번 헹궈낸 뒤 물기를 꾹 짜냅니다. 이제 거의 다 되었어요. 기름 살짝 두른 팬에 삶은 나물과 다진 마늘, 간장을 넣고 3분 정도 주걱으로 저어가며 볶아주면 끝이에요. 간이 골고루 잘 배게 하려면 마지막에 불을 끈 뒤 뚜껑을 덮고 2~3분 정도 뜸을 들여 주어도 좋아요. 접시에 내기 직전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어 버무려내면 됩니다.

 

이렇게 설명으로 들으면 좀 복잡해보일 수도 있지만, 직접 해보시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뚝딱 나물 한 접시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말린 채소로 나물을 하면, 생채소로 하는 나물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요. 말리는 과정에서 향과 풍미도 더 깊어지고, 불리고 삶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부들부들 연해지기 때문에 식감이 아주 부드러워요.

이번 주에는 이렇게 말린 브로콜리 잎으로 나물 요리 해보시고요, 조만간 갓 수확한 가을 브로콜리도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지금 밭에서 무럭무럭 잘 크고 있는 중이랍니다.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스무 번째 주 풍경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해질 무렵이면 배추랑 무, 브로콜리 등을 방제하느라 유기농 자재를 뿌려주는데요, 해가 떨어지자마자 금세 어두워지고 분홍색 저녁하늘이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태풍 맞고도 살아남은 작물들을 살리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날씨는 이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밖에서 일하기 가장 좋은 날씨가 되어갑니다. 멋진 계절 가을입니다.

 

 

마늘을 심었습니다. 벌써 내년 농사 시작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9월25일 정도에 난지형 마늘을 심습니다. 저희도 지역 일정에 맞춰 마늘을 심었습니다. 심기 전에 유박퇴비를 넣고, 굴껍데기 가루인 패화석도 뿌렸습니다. 관리기로 땅을 잘 뒤집고 괭이와 평탄기로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였습니다.

 

 

3일간의 작업 끝에 마늘 심는 일이 끝났습니다. 구멍 하나하나에 마늘을 심다보니 집중을 해야 해서 모두 명상하듯 아무 말 없이 일했습니다. 모쪼록 기나긴 겨울잠 잘 자고나서 내년 봄에 굵고 건강한 햇마늘로 돌아오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