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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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22년~2024년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열아홉 번째 주 호박잎 쌈밥, 호박잎 전

백화골 2022. 9. 20. 07:39

 

혹시 만리향이라는 나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꽃 피는 철이 되면 그 향이 만리까지 퍼진다고 해서 만리향이고 불리는데요. 백화골 농장 한 구석에 바로 이 만리향 나무가 있답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꽃이 피지요. 며칠 전부터 그 주변을 지날 때마다 어찌나 황홀한 향기가 나던지, 이 향을 저희만 맡는 것이 아쉬워 이번 꾸러미에 꽃송이 몇 가지씩이라도 넣어 보내드리자고 마음먹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발송 전날 확인하러 나무 앞에 가보니 이런, 그새 꽃이 다 져 있었어요. 자연 속에 살다보면 쏜살같이 빠르게 흐르는 시절의 속도를 늘 실감하게 됩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또 찬바람 부는 겨울이 오겠지요.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이 가을의 순간들을 백화골 채소들에 담아서 보내드립니다.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에는 콩, 말린 생강, 청경채, 상추(또는 껍질콩이나 오이), 공심채, 호박잎, 호박, 청양고추(또는 꽈리고추) 이렇게 보내드립니다. 만리향 꽃은 내년 꾸러미에 넣어서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

 

 

이번 주에는 호박잎을 이용한 요리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사실 호박잎은 딱히 요리가 필요 없는 재료예요. 쪄서 쌈을 싸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니까요. 호박잎을 찔 때는 먼저 호박잎을 물로 씻어준 뒤 잎 뒷면을 보면서 잎자루에서부터 잎맥까지 섬유질을 살짝 벗겨줍니다. 작은 잎까지 벗길 필요는 없고, 큰 잎만 대충 손질하면 돼요. 사실 채소의 섬유질에 익숙한 분이라면 큰 잎도 꼭 껍질을 벗겨야 할 필요는 없답니다. 백화골에서도 껍질 벗기지 않고 항상 그냥 쪄서 먹곤 해요.

 

이제 찜통에 물을 조금 넣고 찜기 위에 호박잎을 서로 겹치지 않게 올려줍니다. 뒷면이 위로 가게 놓으면 물이 고이지 않아 더 좋아요. 잎자루도 따로 잘라내지 말고 그대로 쪄주세요. 5분~10분 정도 쪄서 이파리 색이 아직 파릇파릇할 때 불을 꺼줍니다. 부드럽게 쪄진 호박잎을 접시에 담아 강된장이나 양념장과 함께 내면 됩니다. 호박잎은 찌지 않고 썰어서 된장국 국거리로 이용하셔도 되구요.

 

 

호박잎 쌈밥이나 호박잎 부침개를 만들어도 맛있어요. 호박잎 쌈밥은 모양이 예쁘고 먹기도 편해서 도시락에 넣거나 손님상에 올리기에 특히 좋아요. 찜기에 쪄낸 호박잎은 뜨거운 김이 빠질 때까지 체에 올려놓고 식혀주세요. 호박잎이 식는 동안 안에 넣을 쌈장을 만드는데요. 취향에 따라 된장, 다진 마늘, 참기름, 다진 견과류, 다진 고추 등을 섞어주세요. 밥을 너무 크지 않게 먹기 좋은 크기로 뭉쳐 주먹밥을 만든 뒤, 호박잎 뒷면 위에 올리고 쌈장도 곁들여 넣은 뒤 호박잎을 예쁘게 말아주세요. 호박잎이 너무 큰 경우에는 적당한 크기로 미리 잘라주시고요.

 

 

호박잎 부침개도 아주 쉽고 간단한 요리예요. 먼저 밀가루와 소금, 물을 섞어서 반죽을 만들어요. 호박잎은 씻어서 잘게 썬 다음 반죽에 넣어주세요. 호박잎 외에 호박, 당근, 고추, 양파 등 집에 있는 채소들 아무거나 같이 채 썰어서 섞어 넣어주셔도 돼요.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데운 뒤 반죽을 넣고 앞뒤로 뒤집어가며 꾹꾹 눌러서 노릇노릇하게 부쳐주세요. 호박잎은 향이 강하지 않고 무난하면서도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있기 때문에, 밀가루 양을 줄이고 호박잎 양을 많이 넣어도 먹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요. 호박잎의 진한 초록 빛깔이 끝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보기에도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호박잎으로 이번 주에도 맛있는 푸른 밥상 차려보세요~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열 아홉번째 주 풍경

 

 

이른 새벽부터 태풍 난마돌이 찾아왔습니다. 발송하는 날에 비바람이 몰아치니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난번 태풍처럼 정통으로 지나가는 것은 아니어서 피해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작물이 바람에 꺾여 죽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웃의 작은 비닐하우스가 저희 밭으로 날아오는 바람에 막 잘 자라고 있던 상추가 좀 죽었구요. 일기예보에서 비껴 지나간다고 예보가 나와서 이웃이 준비를 잘 못했나 봅니다. 비닐하우스가 통 채로 날아오는 바람에 좀 놀랐습니다. 태풍 지나가고 바로 복구를 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기후위기로 바뀐 날씨 탓에 가을 배추 농사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지난 영농일지를 바탕으로 심는 일정도 바꾸고, 밭을 반들 때도 온갖 주의를 기울여 만들었습니다. 배추는 나방 애벌레와 무름병, 진딧물이 대표적인 병해충인데, 초반부터 열심히 방제해서 심었습니다. 한 달 정도가 지난 현재 아직까진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맑고 쾌청한 날이 별로 없습니다. 태풍 지나가고 나니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작물이 자라려면 햇볕이 중요한데, 오랫동안 햇볕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작물들이 영 자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가을날은 맑고 쾌청하길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