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쉬고 인사드립니다.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백화골에서는 주로 태풍 복구 작업을 하면서 추석 방학을 보냈답니다. 이번에 경주, 포항 지역을 휩쓸고 갔던 태풍 힌남노가 백화골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거든요. 다행히 바람은 그리 세지 않아 시설물이 파손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밭 옆을 흐르던 작은 계곡물이 엄청난 규모로 불어나 범람하면서 밭 대부분이 잠기고 일부는 쓸려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아예 끊기는 바람에 한동안 고립되어 있기도 했고요.
감사하게도 피해 소식을 듣고 달려와 준 봉사자들이 쓰러진 작물은 일으켜 세우고, 흙 묻은 이파리 하나하나 닦아가며 밭 복구 작업을 도와준 덕에 지금은 많이 정상화 되었답니다. 호박, 감자, 풋고추, 상추와 깻잎, 양파, 가지(또는 오이), 근대(또는 껍질콩), 열무 등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에는 태풍을 견디고 살아남아준 귀한 채소들과 그동안 수확해 갈무리 해두었던 작물들을 소중히 모아서 보내드려요.
이번 주 요리법의 주인공은 바로 양파예요. 양파는 워낙 모든 많은 요리에 들어가는 기본 채소라 6월 햇양파 수확 이후로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꾸러미에 넣어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국이면 국, 찌개나 탕은 물론이고 온갖 볶음요리나 김치, 무침, 샐러드 등 정말 양파가 빠지는 곳은 드물 정도로 참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지요. 그런데 이렇게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양파지만 정작 양파 자체가 주인공인 요리는 의외로 찾기가 힘들어요. 양파링 튀김이나 양파 장아찌 정도?
이번 주에는 양파로 하는 조금 특별한 요리를 소개해볼까 해요. 한 끼 식사처럼 먹어도 좋고, 디저트로 먹어도 좋은 양파 타르트입니다. 전문 제빵사들이 만드는 것처럼 완벽한 형태는 아니고요, 최대한 손이 덜 가는 방법으로 만드는 소박하고 단순한 방식의 타르트예요.
타르트니까 먼저 그릇 형태의 반죽을 만들어야겠죠? 시중에서 판매하는 냉동 타르트 쉘 생지를 사서 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직접 만들어도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볼에 녹인 버터와 소금 약간, 설탕을 넣고 잘 섞어서 크림처럼 만든 뒤 달걀을 추가로 넣고 섞어줘요. 여기에 밀가루를 뭉치지 않도록 나누어 넣고 살살 치댄 뒤 반죽이 완성되면 비닐봉지에 넣고 냉장고에서 약 20분 동안 휴지시켜줍니다.
냉장고에서 잠깐 잠자다 나온 반죽을 꺼내 덧 밀가루를 뿌려가며 밀대로 밀어줍니다. 양파 타르트는 디저트보다는 주 요리에 더 가깝기 때문에, 다른 에그 타르트나 과일 타르트 등보다 큼직한 크기로 구워주는 것이 잘 어울려요. 파이 틀도 조금 큼직한 것으로 준비합니다. 반죽은 틀보다 조금 더 여유 있는 크기로 밀어서 틀 모양에 맞게 넣어줍니다. 포크로 바닥에 구멍을 몇 개 송송 뚫고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반죽을 넣어 2~30분 정도 구워줍니다.
이제 양파를 볶을 차례예요. 카라멜라이징, 즉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양파를 오랫동안 볶아줄 거라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양파가 필요해요. 양파를 깨끗이 씻어서 얇게 채 썬 다음,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약한 불에서 저어가며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볶아주세요. 양파는 익혀도 영양 성분이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에 마음껏 열을 가해 요리해도 괜찮아요. 갈색으로 졸아든 양파를 구운 타르트 그릇 속에 담은 뒤 오븐에서 10분 정도 더 구워주세요. 통깨나 검은 깨, 견과류 등을 뿌려주어도 좋아요. 맛있는 양파 타르트가 완성되었어요.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열 여덞번째 주 풍경
기상청 일기예보는 잘 안 맞을 때도 많은데, 이번 태풍 힌남노는 기상청 일기예보와 거의 비슷한 경로로 저희 지역을 덮쳤습니다. 다행히 바람은 세게 불지 않아서 피해가 줄었지만, 비가 많이 왔습니다. 딱 한 시간, 아침 6시부터 7시 사이에 400mm가 넘는 비가 내리는데 정말 아찔했습니다.
백화골에서 머무는 봉사자들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피난 가방을 챙겨들고 만약 건물 안에 물이 차 들어오면 바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정말 최악의 피해가 닥치기 전에 비가 그치더라고요.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길이 끊겨서 마을이 고립되고 전화와 인터넷도 먹통이 되긴 했지만, 하루가 지나자 전화선과 인터넷선이 모두 연결되고, 이틀이 지나자 마을길도 다시 뚫렸습니다.
태풍으로 한 순간에 마을이 물바다가 되는 것도 거짓말 같았지만, 엉망진창이 된 마을이 순식간에 복구되는 모습도 정말 기적 같았어요. 다른 나라에서 온 봉사자 친구들도 이 산골 구석까지 하루 만에 복구되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더라고요. 참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 좋은 나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스레 실감합니다.
집 주변에 하천이 완전히 범람하여 집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네 들어오는 입구가 완전히 봉쇄되어 마을 사람들은 고립되어 하루를 보냈습니다.
산사태가 여기저기 나서 길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이런 태풍 피해는 처음이라고들 하시네요.
저희도 밭 옆 강물이 범람하여 울타리가 쓰러지고 밭 작물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태풍 지나간 다음에 밭에 가서 확인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두둑이 빗물에 쓸려 내려가서 작물이 죽기도 하구요.
태풍 피해 소식에 주변에서 봉사자들이 찾아와 복구 작업을 도왔습니다. 강물 범람으로 물에 잠겼던 무를 하나하나 씻어주고 세워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태풍 이후에 맞은 추석에 써니, 쉬안, 키스톤, 여주, 해숙 님이 함께 복구 작업도 하고 땅콩도 캤습니다. 대만, 캐나다, 한국으로 이루어진 다국적팀이 팀웍도 좋아서 땅콩도 다 캐고 가을 작물 심을 밭도 다 만들었습니다.
태풍에 비닐하우스마저 물에 잠겼습니다. 한여름에 어렵게 심어서 살려낸 상추가 물에 잠겼다 나오니 상태가 영 안 좋습니다. 가뜩이나 최근 일조량도 안 좋은데 말이에요. 날씨가 점점 안 좋아져서 농사짓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자란 상추를 조금씩이라도 회원분들께 보내드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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