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중부권에는 비가 아주 많이 왔다는데, 남쪽 지방은 폭염이 이어집니다. 8월에 접어든 이후 최고 기온이 매일 35도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백화골 농부들도, 백화골 농장에 머물며 농사를 도와주고 있는 봉사자들도, 모두 조금씩 어질어질한 상태로 농사일을 합니다. 다들 밥 먹는 양이 줄긴 했지만, 다행히 입맛을 아예 잃어버린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보내드리는 채소들이 백화골 밥상 위에도 똑같이 올라옵니다.
특히 8월 한 달 간 백화골에 머물기로 한 포르투갈 봉사자 친구들이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이라, 요즘엔 된장찌개도 멸치 없이 끓이고, 김치도 액젓이 들어가지 않은 사찰식 김치로 식단을 꾸리고 있답니다. 평소에도 거의 우리 채소들로만 밥상을 차리긴 했지만, 이렇게 엄격하게 다른 요소들을 배제하고 밭에서 나오는 채소들로만 요리를 하다 보니, 채소가 제각각 가지고 있는 깊은 맛이 새삼스레 느껴집니다.
지친 몸에 활기를 넣어주는 고마운 채소들.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에는 단호박, 꽈리고추(또는 피망이나 가지), 공심채, 양파, 오이, 조림용 알감자, 깻잎, 애호박(또는 토마토나 가지고추) 이렇게 보내드립니다. 공심채는 한여름에 잘 자라는 채소라 요즘 자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볶아서 드셔도 되고 된장국에 넣어서 드셔도 됩니다. 요일과 날씨에 따라서 발송 품목은 조금씩 변동될 수 있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이번 주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상자 속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품목은 단연 단호박! 둥글둥글한 모습이 보기만 해도 흐뭇해집니다. 이번 주에는 단호박 샐러드 요리법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따로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간단한 요리인데요, 단호박을 어떻게 손질해야 되는지조차 모르는 초보분들을 위한 요리법 안내입니다.
수확 후 신선할 때 바로 먹어야 맛있는 다른 채소들과 달리, 단호박은 인내심을 가지고 한참 기다려야 하는 채소예요. 고구마나 야콘처럼 충분한 후숙 기간을 거쳐야 전분이 당분으로 전환되어 단맛이 진해지거든요. 보내드리는 단호박은 이미 2주 이상 충분한 후숙 기간을 거친 것이므로, 받으시자마자 바로 드셔도 된답니다. 물론 급할 것은 없으니까 며칠 더 두셨다가 드셔도 되고요.
단호박은 우선 수세미로 문질러가며 겉면을 깨끗하게 씻어주세요. 요리에 고운 노란색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호박은 껍질 채 그냥 요리해 먹어도 좋아요. 쪄서 바로 먹는다 생각하고 물로 깨끗이 씻어주세요. 씻은 단호박은 큰 식칼로 손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사등분 해주세요. 두꺼운 꼭지와 배꼽 부분만 칼로 잘라내 주시고요. 숟가락으로 속의 씨 부분을 긁어낸 다음, 다시 적당한 크기로 잘라 찜기에 올리고 뚜껑을 덮은 뒤 10분~15분 정도 중불에서 쪄주세요.
단호박을 맛있게 찌려면 시간이 중요해요. 너무 불을 일찍 끄면 덜 익어 서걱서걱하고, 너무 오래 찌면 흐물흐물 짓물러져 버리니까 그 중간을 잘 찾으셔야 해요. 10분 정도 찌다가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속까지 쏙 들어가면 다 된 거예요.
이렇게 찐 단호박은 그냥 바로 먹어도 참 맛있는데요. 으깨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아요. 찐 단호박을 볼에 넣고 포크를 이용해 곱게 으깨주세요. 여기에 집에 있는 채소 한두 가지 더 섞어 넣어요. 백화골에서는 브로콜리를 데쳐서 잘게 자른 뒤 같이 섞어주었어요. 자, 지금부터가 중요한데요. 보통 단호박 샐러드 레시피들을 보면 설탕이나 올리고당 등을 넣으라고 되어 있어요.
단호박은 이름부터가 ‘단’ 호박이라 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어요. 자체적으로 천연의 단맛을 가지고 있는 채소니까요. 물론 정말로 단 음식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취향에 따라 설탕 등을 추가하실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데 찾아본 레시피에 그렇게 나와 있어서 별 생각 없이 설탕을 넣으셨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단맛은 아니더라도 좀 더 부드러운 질감을 원하신다면 마요네즈를 조금 섞어 넣으실 수도 있는데요, 마요네즈도 꼭 넣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으깬 단호박을 예쁘게 접시에 담은 다음 집에 있는 견과류나 말린 과일 등을 조금 뿌려주세요. 잘게 썬 양배추나 새싹 채소를 토핑으로 올려도 좋겠지요. 단호박 샐러드가 남았다면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식빵 사이에 도톰하게 끼워 넣어서 단호박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어요.
단호박은 이밖에도 다양하게 활용하실 수 있어요. 된장찌개나 고추장찌개에 단호박을 깍둑썰기 해 넣고 끓이면, 애호박을 넣었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부침개도 마찬가지예요. 밀가루 반죽에 애호박 대신 단호박을 채 썰어 넣으면 맛있는 단호박전이 돼요. 단호박은 과육이 단단해서 채썰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요. 칼질하기 전에 통째로 찜통에서 살짝 쪄주거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살짝 돌렸다가 꺼내면 단단한 과육이 부드러워져서 쉽게 손질할 수 있어요.
이밖에도 단호박과 찹쌀을 갈아 뭉근하게 끓여서 단호박 죽을 만들어 먹어도 되고요, 찐 단호박을 깍둑썰기 해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우유나 두유, 꿀과 함께 갈아서 단호박 쉐이크나 단호박 라떼를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답니다.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열네번째 주 풍경
오늘 새벽에 찍은 사진입니다. 막 해뜨기 전의 맑은 기운이 좋습니다. 올해 여름은 지금까지 계속 흐리고 소나기가 간간히 내리면서 덥지 않았는데, 이제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습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여름 농사에 매진합니다.
가을 작물 심을 준비를 합니다. 봄 작물 재배가 끝난 밭을 정리하고, 무 심을 자리를 만들어 퇴비를 미리 넣어주었습니다. 가을 작물은 이렇게 한 여름에 준비를 해야 해서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곧 지나갈 여름과 다가올 가을을 생각하며 농사일에 집중합니다.
가을배추를 파종하고 한랭사로 감싸 놓았습니다. 가을 배추는 기후 위기 이후 유기농으로 키우기 가장 어려운 작물이 되었습니다. 벌레가 너무 많이 달려들고 무름병도 심해 해마다 점점 키우기가 어려워집니다. 파종한 순간부터 벌레 방제를 시작합니다. 잘 자라서 맛있는 김치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진짜 더운 여름날! 봉사자들과 함께 정신없이 자라난 풀을 매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준, 수아, 토마스, 안나와 함께 새벽부터 점심 전까지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뽑았습니다. 혼자서는 엄두도 안 날 일인데 여럿이 함께 하니 어느새 밭이 깨끗이 정리되었습니다. 함께 해준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녁에 경주에서 국악 공연이 있어서 공연도 볼 겸 도시락을 싸들고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지난 몇 년 간 못 보았던 전통연희극단 두드리팀의 사물놀이 공연도 관람했습니다. 포르투갈 친구들이 사물놀이 공연이 너무 멋있다며 발을 떼지 못합니다. 신명나는 사물놀이 장단에 속이 다 뻥 뚤릴 정도로 시원해집니다. 백화골 농부들의 여름밤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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