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분들에게 꾸러미 보낼 때 변동 사항을 적어놓는 노트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빽빽합니다. 휴가를 떠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요일 변경이나 주소 변경을 요청하신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다들 어디로 휴가를 가셨을지 궁금합니다. 백화골 농부들은 농사철이 끝난 뒤 긴 겨울 휴가를 갖는 대신, 여름철에는 단 하루도 농장을 비우지 못한답니다. 땡볕에 하루라도 작물들 물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다 타 죽어버릴 지도 모르니까요. 작물에 극성스럽게 달려드는 벌레들도 매일 관찰하며 지켜봐야 하고요.
농사짓기 시작한 뒤로 한 번도 여름 휴가를 가본 적은 없지만, 여름을 심심하게 지내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휴가길 떠난 김에 백화골에 들렀다 가는 친구나 지인 분들이 꽤 많이 있거든요. 혹시 꾸러미 회원분들 중에서 경주 근처를 지나는 분이 계시다면 백화골에도 한 번 놀러오세요. 매주 받고 계신 채소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구경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참, 지난주에 보내드렸던 콩잎은 다들 잘 요리해 드셨나요? 며칠 전 한 회원분께서 콩잎 요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답니다.
이번 주에 보내드리는 유기농 농산물꾸러미 품목은 자주감자, 풋고추, 애호박(또는 토마토), 가지, 당근, 오이, 대파, 청양고추 등이고요, 이번 주에는 소개해 드릴 요리는 가지토마토구이입니다. 품목 구성은 날씨나 요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참고해주시고요.
얼마 전부터 자주 가지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가지는 참 요리하면 할수록 믿음직스러운 채소인 것 같아요. 요리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길고 복잡하게 요리할 필요 없이 짧은 시간에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반찬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가장 쉬운 가지 요리는 쪄서 양념장에 무쳐 먹는 방법일 텐데요. 적당한 크기로 썬 가지를 5분 정도 찜기에서 찐 뒤 간장, 다진 마늘, 고추, 대파, 고춧가루, 참기름 등을 섞은 양념장에 무치면 요리 초보자들도 맛있는 가지 반찬을 만들 수 있어요. 아주 더운 날이라면 이렇게 무친 가지를 미리 만들어 차게 해둔 냉국(간장, 다시마 우린 물, 식초, 설탕)에 넣고 얼음을 띄워 가지 냉국을 만들어 먹어도 좋고요.
가지는 볶아 먹어도 맛있지요. 반으로 자른 가지를 어슷썰기 한 뒤 올리브유, 마늘, 간장, 양파와 함께 짧은 시간 동안 볶아내면 맛있는 가지 볶음이 완성돼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가지 요리는 오븐을 이용해 구운 것인데요. 집에 오븐이 없다면 프라이팬을 약불에서 예열하다가 뚜껑을 덮고 이용하셔도 돼요.
일단 가지를 씻어서 큼직한 크기로 어슷썰기 해주세요. 두께도 약 2cm 정도로 좀 도톰하게 썰어주면 좋아요. 자른 가지 단면 한쪽에만 칼로 가로세로 칼집을 내주시는데요, 칼은 가지 위를 살짝 스쳐지나가는 느낌으로만 사용해야 가지가 완전히 썰려서 분리되지 않아요.
이제 가지 위에 얹을 고명을 만들 차례예요. 양파, 마늘, 토마토, 고추나 피망 등을 작은 크기로 썬 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붓고 중불에서 같이 볶아주세요. 중간에 소금과 후추를 넣어 간을 해주시고요. 토마토 물기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으면 불을 끄고, 칼집 낸 가지 위에 고명을 골고루 얹어주세요. 예열해둔 오븐에서 200도에 맞춰 20~30분 정도 가지를 구워주면 맛있는 가지구이가 완성된답니다.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열세번째 주 풍경
마른 장마 같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흐렸다가 가랑비가 내렸다가, 해가 뜨지 않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폭염은 없지만, 흐리고 습하니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병충해가 많아집니다. 노지 작물 중에서는 흐물흐물 죽어버리기는 것들도 있네요. 지금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냥 평안하게 마음을 다스리려 합니다.
이번 주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몇 년 전에 필리핀에서 봉사 활동할 때 함께 했던 분이 와서 일손을 도와주고 갔습니다. 가까운 부산에 사시는 분인데, 필리핀에서 오랫동안 함께 농사일을 함께 했던 덕에 손발이 착착 맞았습니다. 정말 너무 바쁜 주말에 와서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 콜라비를 다 심고, 한랭사까지 씌워주고 갔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월요일 꾸러미 발송하는 날에는 20년 전에 서울에서 함께 일하던 직장동료가 가족들과 함께 놀러왔습니다. 휴가 기간 부산에 사는 가족 집에 방문하는 길에 잠시 들렀다고 했습니다. 20년 만에 만나니 참 반가웠습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족들이 다 건강해보여서 좋았구요.
다시 공심채를 심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희귀 채소였는데, 이제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채소가 되었네요. 봄에 심었던 공심채가 수명이 다 되어가서 다시 아주심기를 했습니다. 요즘은 이것저것 새로 심는 것들이 많아 바쁜 시기입니다.
삼색 옥수수 수확이 끝나서 싹 걷어냈습니다. 8월 한 달간 백화골에 머물 포르투갈 커플이 함께 일손을 도왔습니다. 농사일은 난생 처음이라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밝은 얼굴로 최선을 다해 농사일을 도와주네요. 옥수수 싹 걷어내고 풋호박과 가을 오이를 함께 심었습니다. “이 벌레는 이름이 뭐예요?” “이 까만 천은 왜 고랑에 깔았어요?” “이 채소는 언제 수확하는 거예요?” 쭈그리고 앉아 일하는 자세가 익숙하지 않아 힘겨워하면서도 일하는 시간 내내 질문이 끊이지가 않네요. 호기심 많은 새 봉사자 학생들 덕에 8월은 재미있는 농사학교 현장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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