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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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22년~2024년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열두 번째 주 콩잎찜

백화골 2022. 7. 26. 13:40

 

이른 아침, 온 마을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스피커로 이장님이 마을 방송을 하시네요. “삼복 더위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오늘 중복이라고 농협에서 수박을 보내왔으니 낮에 시원한 마을 회관으로 나오셔서 수박 잡수시기 바랍니다.”

 

시골에 살아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장님이 하는 마을 방송은 여름엔 보통 아침 6시 정도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시면 마을 사람들 모두 한참 전에 일어나 급한 밭일 마치고 허리 한 번 펴고 있을 때쯤입니다. 이른 시각이라고 뭐라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뿐더러, 어르신들 대부분은 귀가 안 좋으시기 때문에 커다란 스피커 소리도 당연하게 생각하십니다. 백화골에 잠시 머무는 봉사자들만 아침에 깜짝깜짝 놀라곤 하지요.

 

아무튼 이장님 방송 덕분에 오늘이 중복이라는 걸 알았네요.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백화골이 있는 곳은 워낙 산 속이라 그런지 아직은 그렇게 덥지 않습니다. 어쩌면 백화골 농부들이 이미 더위에 적응이 되어서 괜찮은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삼복 더위에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힘이 들지만, 채소들을 가지고 부엌에서 요리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더울 때는 그냥 불 앞에 서있는 것 자체가 힘들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삼복 더위에 건강을 지켜주는 진정한 몸보신 음식은 바로 여름의 기운을 잔뜩 받고 건강하게 자란 제철 채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분들에게 몸보신 음식 보내드린다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도 마늘, 풋고추, 애호박(또는 가지나 토마토), 공심채, 상추와 깻잎, 오이, 양파, 콩잎 등 유기농 농산물꾸러미 채소들 보내드립니다.

 

 

이번 주에 보내드리는 마늘은 한지형 마늘입니다. 장마 전에 수확해서 처마 밑에 걸어두고 잘 말려두었어요. 한지형 마늘은 저장 마늘, 육쪽 마늘이라고도 하지요. 지난번에 보내드렸던 건 난지형 마늘이고요. 이름처럼 오랫동안 저장이 잘 되는 마늘이니까 통마늘 째 보관하시다가 그때 그때 필요할 때마다 까서 이용하시면 됩니다.

 

공심채는 이번이 두 번째 보내드리는 것인데요. 첫 발송 때는 좀 낯선 채소라 일단 조금씩만 보내드려 봤는데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요리해 드시라고 양을 넉넉히 조정해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공심채는 데쳐서 먹는 채소가 아니라 볶아서 먹는 채소라는 점 잊지 마시고요.

 

 

오이는 새로 심은 노지 오이를 수확해 보내드리고 있어요. 새로 심은 오이 품종은 여름에 잘 자라는 가시오이와 매끈한 수박색 오이 두 가지예요. 가시오이는 흔하게 먹는 품종이라 익숙하실 테지만, 매끈한 오이는 아마 처음 보시는 분도 많으실 거예요. 처음 보는 분들 중에는 오이인지 주키니 호박인지 헛갈려 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가시는 거의 없고 매끈매끈한 껍질에 색깔은 수박처럼 어두운 진청색이 도는 것이 특징인데요. 겉보기와 달리 먹어보면 속은 아주 부드럽고 살짝 단맛까지 나서 백화골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즐겨 심는 품종이랍니다.

 

 

콩잎은 1년에 딱 한 번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소박한 별미예요. 이맘때 콩잎을 먹는 이유는 지금 이 시기가 콩잎 순지르기를 해주어야 하는 철이기 때문이에요. 마늘 키울 때 일정 시기가 되면 마늘쫑 뽑아주는 일을 해줘야 하다 보니 마늘쫑을 먹게 되는 것처럼, 콩 역시 이맘때 순지르기를 해줘야 하다 보니 부산물로 나오는 콩잎을 먹게 되는 것이랍니다. 물론 가을에 노랗게 물든 단풍 콩잎을 수확해 장아찌를 담아 먹기도 하지만, 연한 햇 콩잎은 딱 지금이 먹기 좋은 때예요.

 

콩잎은 콩보다 몸에 더 좋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이소플라본, 테로카판 등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요. 섬유질이 많아 조금 억센 것이 특징인데요. 섬유질 자체도 우리 몸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필수 요소인 만큼, 섬유질의 억센 질감과 조금 더 친해진다면 좋겠지요.

 

콩잎 요리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초보분이라면 백화골에서 추천하는 요리 방법은 콩잎찜이에요. 콩잎을 한장씩 떼어서 물에 씻은 다음 찜기에 켜켜이 올리고 10분 정도 쪄주세요. 알맞게 쪄진 콩잎을 접시에 담고 쌈장과 함께 상에 올리면 끝이에요. 쌈장은 맛있는 된장이 있다면 그냥 된장 하나만 올려도 충분하고요. 변화를 주고 싶다면 된장+다진 마늘, 된장+다진 마늘+들기름+채 썬 대파, 된장+고추장+으깬 두부, 된장+고추장+잘게 다져 볶은 버섯 등 취향에 따라 무한 조합이 가능해요. 마트에서 파는 시판 쌈장 대신 국산콩 된장을 기본으로 다양한 맛의 쌈장을 만들어보세요.

 

 

그냥 콩잎만 찌는 게 좀 심심하다면 양념장을 넣어 쪄먹는 방법도 있어요. 깻잎찜 만들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면 돼요. 먼저 양념장을 만들어요. 양념장 만드는 데는 다양한 레시피가 있지만 간장, 액젓, 다진 마늘과 다진 멸치, 잘게 썬 대파와 양파와 풋고추와 당근, 고춧가루, 들기름, 물 조금, 이 정도면 무난해요. 잘 섞은 양념장을 콩잎 사이사이에 끼얹어 가며 냄비에 켜켜이 올려요. 뚜껑을 덮고 중불에서 시작했다가 약불로 조절해서 뭉근하게 15분 정도 익혀주세요. 물이 졸아들어 타지 않도록 중간에 잘 감시해 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맛있는 콩잎찜으로 삼복 더위 건강하게 지나가시길 바랍니다.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열두번째 주 풍경

 

이른 새벽에 밭에 올라가보니 울타리 문이 열려 있습니다. 콩 잎이 누가 수확한 것처럼 윗부분이 뜯겨져 있네요. 고라니가 침입한 게 틀림없습니다. 지난 저녁에 울타리 문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해서 살짝 열려 있었는데, 그 틈으로 고라니가 들어온 겁니다. 윗 밭으로 올라가니 역시 작은 고라니 한 마리가 밭을 여기 저기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하필 콩잎을 수확하는 날 고라니가 들어와 먼저 콩잎을 시식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한바탕 난리를 피운 뒤에야 겨우 고라니를 울타리 밖으로 쫒아냈습니다. 다행히 고라니가 어린놈이어서 밭에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지난주에 삼색 옥수수를 보내드렸죠. 두 번째로 심은 토종 쥐이빨 옥수수가 너구리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수확하지 않았더라면 삼색옥수수도 피해를 입을 뻔 했습니다. 옥수수는 비교적 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이었는데, 최근 들어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가 옥수수를 먹어치우기도 하고, 야생동물과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많아서 농사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세 번 옥수수를 심고, 한 번이라도 잘 수확하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옥수수를 키웁니다. 세 번째로 심은 강원도 찰옥수수는 야생동물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를 해야겠습니다.

 

 

이번 주는 한지형마늘을 보내드리는 주입니다. 처마 밑에 말려 놓은 마늘을 걷어 하나하나 흙을 털어내고 상한 것이 없나 확인하는 데 시간이 참 많이 걸립니다. 다행히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평상에 앉아 차분한 마음으로 마늘을 다듬고 포장했습니다. 여름 오후에 매미 소리 들으며 나무 밑 평상 아래 앉아 일하는 기분이 사뭇 좋습니다.

 

 

요즘 채소가 많이 나와서 이것저것 남는 채소들을 모아 물김치를 담갔습니다. 여름 배추, 오이, 양파, 마늘, 대파, 브로콜리 곁순 등을 같이 넣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알려주신 대로 굵은 소금을 살짝 물에 씻어 넣고, 밀가루 풀을 쑤어 넣어주었습니다. 며칠 지나니 맛있게 잘 익은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더운 여름나기가 든든해집니다.

 

 

삼복더위에 제일 중요한 농부의 일은 가을 농사 준비입니다. 잘 자라고 있는 가을 작물 모종을 살피고 밭을 만들었습니다. 가을 농사 준비가 차근차근 잘 되어가고 모종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양배추를 밭에 옮겨 심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밭에 양배추 모종을 들고 나가 옮겨 심고 한랭사를 씌워놓았습니다. 한랭사를 씌울 때쯤 되니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힘들었지만, 함께 일한 수아, 마이카가 즐겁게 일손을 도와주어 작업이 잘 끝났습니다. 이 양배추가 잘 자라서 가을에 회원분들 댁으로 잘 배송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한 달간 함께 일했던 네덜란드 친구 마이카가 떠났습니다. 성격이 차분하고 착해서 같이 지내기에 참 좋았던 친구였어요. 네덜란드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하는 NGO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해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한 친구였습니다. 떠나기 전에 태권도 기초를 조금 가르쳐주었는데, 발차기 동작이 제법 그럴 듯합니다. 백화골에서 보낸 시간을 소중한 추억삼아 더 행복하게 여행하길 기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