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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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22년~2024년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열 번째 주 알감자 조림

백화골 2022. 7. 12. 07:47

 

이번 주에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에는 풍성하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여름 채소들을 정성껏 담아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가지, 애호박, 오이, 풋고추, 방울토마토 같은 열매채소와 상추, 깻잎, 포기상추, 근대 같은 잎채소, 당근, 알감자 같은 뿌리 채소가 골고루 섞여있어요. 매주 같은 종류 농산물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품목 구성은 요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참고해주시고요.

 

이번 주에 소개해 드릴 요리는 알감자 조림이에요. 따로 요리법 소개가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쉽고 간단한 요리이긴 하지만,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저희 백화골 블로그를 통해 안내해 드리는 요리법들은 초보자들을 위한 것이니까요. 요리 초보인 분들 중에는 아마 알감자를 이용한 요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는 재료를 만나면 늘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지요.

 

먼저 알감자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간혹 알감자라는 품종이 따로 있는 줄 생각하는 분도 계신데 그런 건 아니고요. 감자를 수확하다보면 새끼손톱만큼 작은 것부터 주먹보다 큰 감자까지 다양한 크기의 감자가 나오기 마련인데, 알감자는 조림해 먹기 좋은 크기의 감자만 따로 모아놓은 거예요. 해마다 감자 농사 작황에 따라 알감자가 나오는 양도 달라지는데요. 올해는 역대 최고로 많은 알감자가 나왔어요. 심각했던 봄 가뭄의 영향 때문이지요. 감자 농사가 잘 안 되었다는 의미지만, 그래도 맛있는 알감자 요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점은 좋네요. ^^

 

 

알감자 요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 ‘고속도로 휴게소 감자’가 아닐까 싶어요. 알감자를 껍질 벗겨서 삶은 다음, 버터를 녹인 팬에 노릇노릇하게 볶아 소금과 설탕으로 마무리하면 휴게소 버터구이 감자가 완성돼요.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지요. 하지만 오늘은 반찬으로 먹기 좋은 알감자 조림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집밥을 해먹을 때는 아무래도 간식거리보다는 반찬거리가 더 요긴하기 마련이니까요.

 

먼저 알감자를 씻어주세요. 알감자를 껍질 벗겨 요리하면 식감은 좀 더 부드러워지겠지만, 백화골에서는 껍질 채 요리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껍질 채 요리하는 이유는 세 가지예요. 껍질 채 요리해 먹는 감자가 더 맛있고, 필러 쓰기도 애매한 크기의 작은 감자를 일일이 껍질 벗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며, 오래 졸인 뒤에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깔끔하다는 점 등이지요.

 

감자 씻는 게 어렵지 않느냐고요? 물 세 바가지면 충분하답니다. 첫 바가지에서는 흙감자를 넣고 슥슥 비벼가며 초벌로 씻어줘요. 아마 흙이 많이 나올 거예요. 첫 번째 물을 버린 뒤 두 번째 물을 받고 이번에는 수세미로 감자를 하나씩 닦아주세요. 감자 뿐 아니라 당근이나 오이 등 다른 채소들도 껍질 채 먹는 것이 좋은데요, 부엌에 설겆이용 수세미와 별도로 채소 닦는 수세미가 하나 있으면 편리해요. 천연 수세미나 망 수세미처럼 입자가 거칠지 않고 채소 표면의 흙 정도만 닦아낼 수 있는 질감이면 좋겠지요.

 

수세미로 감자를 너무 빡빡 문댈 필요도 없어요. 가볍게 한 바퀴 문대주는 정도만 해도 흙은 충분히 씻겨 나가요. 간혹 수세미가 닿지 않을 만큼 옴폭 팬 부분이 있으면 거기만 과도로 손질해주시면 돼요. 수세미질이 다 끝났으면 세 번째 물을 받고 마지막 헹굼을 해주세요.

 

손질이 끝난 알감자는 냄비에 넣고 물이 자작하게 잠길 만큼 부어 뚜껑을 덮고 10분 정도 중불에서 끓여주세요. 이때 냄비는 좀 여유 있는 넉넉한 크기인 것이 좋아요. 졸일 때 물이 끓어 넘칠 수 있거든요.

 

 

알감자는 크기가 작아 10분 정도만 끓여도 아마 대충 익었을 거예요. 이제 불을 끄고 냄비에 물이 얼마만큼 남았는지 확인해보세요. 물이 많이 졸아들었다면 물을 더 넣어서 감자가 자작하게 잠길 만큼 부어주시고요, 물 양이 거의 처음 그대로라면 바로 조림 양념을 넣으시면 돼요. 조림 양념으로는 간장, 매실액, 다시마 이 정도만 넣어주면 충분하고요, 살짝 매콤한 맛을 내고 싶다면 마른 홍고추나 페페론치노, 청양고추 등을 조금 넣어주셔도 돼요. 간장에 졸인 다시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시마는 넉넉히 넣어주셔도 괜찮아요. 매실액은 한 숟가락 정도, 간장은 집집마다 간을 하는 정도가 달라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백화골에선 4숟가락 정도 넣어주었어요.

 

처음 5분 정도는 중불에서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서 20분 정도 졸여주세요. 가끔씩 뚜껑을 열고 냄비 바닥에 다시마가 달라붙지 않도록 주걱으로 휘저어주는 것 잊지 마시고요. 이제 불을 끄는 타이밍이 중요한데요. 간장물이 너무 바싹 졸아붙어도 안 되고, 물이 흥건하게 너무 많이 남아있어도 안 돼요. 냄비 바닥에 물이 1cm 정도 남아 보글보글 끓고 있다 싶을 때 불을 끄면 되는데요, 불끄기 직전에 조청 한 숟가락 넣어 버무려주세요. 조청은 국내산 쌀로 만든 것이 맛있어요.

 

완성된 알감자 조림을 접시에 담고 냄비에 남아 있는 걸쭉한 조림 양념도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서 감자 위에 끼얹어주세요. 마지막으로 검은 깨나 통깨를 살살 뿌려 상 위에 놓으면 끝! 큰 감자로 하는 요리도 맛있지만, 알감자는 또 알감자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맛이 있는 것 같아요.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열 번째 주 풍경

 

7월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폭염과 소나기가 교차하는 날씨가 이어집니다. 밭에는 할 일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날씨는 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매년 여름이면 되풀이되는 상황입니다. 잎채소들은 해가 뜬 이후에 수확하면 배송 과정에서 상할 수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서 수확하고, 낮에 뜨거울 때는 조금 쉬었다가 또 저녁때까지 일하고... 쉽지 않은 일정이에요.

 

하지만 여름 농사일은 강렬한 여름의 기운을 느끼며 일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도 처음에는 힘들어 하다가 그냥 땀으로 푹 젖어서 지내는 걸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게 되는 다음부터는 같이 여름을 즐기며 지냅니다. 똑같은 상황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아요. 이왕이면 여름 지옥 대신 여름 천국에서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

 

 

여름의 선물인 옥수수가 늠름하게 자랐습니다. 봄에 가뭄으로 잘 못 자라서 걱정을 했는데, 한여름이 되니 갑자기 쑥쑥 자라서 사람 키보다 커졌습니다. 아마 다음 주면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고라니나 밭쥐, 멧돼지 등이 습격하지만 않는다면 맛 좋은 오색 옥수수가 농산물꾸러미 박스에 담겨 배송될 예정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싱싱한 옥수수 잎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7월의 여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