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째 주이자 올해 아홉 번째 꾸러미 발송이네요. 새로운 여름 작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수확하느라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이번 주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에는 어떤 채소들이 담겨있는지 소개해 드릴게요.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에는 양배추(또는 컬리플라워나 브로콜리), 당근, 공심채, 양파, 상추와 바질, 가지(또는 오이나 애호박), 루꼴라, 꽈리고추(또는 피망이나 방울토마토), 셀러리 등을 수확해 보내드리고 있어요.
당근은 이파리를 다 떼어내지 않고 조금씩 붙여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당근 잎도 잘만 활용하면 좋은 식재료가 될 수 있거든요. 잘게 썰어서 전을 부쳐도 되고, 찌개난 탕 같은 국물 요리에 넣거나 살짝 데친 다음 양념에 버무려 무쳐서 드셔도 돼요. 당근은 씻지 말고 흙이 묻어있는 상태에서 습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싼 다음 냉장실에 보관하시면 2~3주 정도는 문제없이 보관할 수 있어요.
셀러리는 잎보다는 대를 중심으로 먹는 채소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잎을 아예 못 먹는 것은 아니에요. 대 부분과 잎 부분을 나누어 잘라낸 뒤 각각 다르게 활용하시면 된답니다. 먼저 대 부분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소스에 찍어먹는 것이 가장 간편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에요. 이번 주 발송 품목인 당근과 오이, 셀러리를 각각 비슷한 길이로 잘라 상 위에 모둠 스틱 채소로 올리면 상이 한결 풍성해질 거예요. 찍어먹는 소스로는 초고추장(고추장+식초+매실액), 마늘마요(다진 마늘+마요네즈+식초), 루꼴라페스토(이번주에 보내드린 루꼴라+마늘+견과류+올리브오일+소금) 이렇게 세 가지 소스를 추천해드려요.
이밖에도 각종 채소 볶음이나 볶음밥에 넣어 같이 볶아 먹어도 맛있고요, 맑은 국물요리에 조금 넣어주어도 색다른 맛이 된답니다.
대 부분과 분리해둔 셀러리 잎 부분은 당근, 과일 등과 같이 갈아서 채소 주스를 만들어 먹으면 좋고요, 그냥 샐러드 만들 때 잘게 썰어서 섞어 넣어도 돼요. 셀러리 특유의 강한 향이 조금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전을 부쳐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셀러리 자체가 워낙 개성 있는 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냥 평범한 밀가루 반죽에 셀러리 잎만 넣어 부쳐 먹어도 꽤 근사한 맛이 난답니다.
이번 주에 첫 인사 드리는 또 다른 여름 작물인 공심채도 소개해 드릴게요. 공심채는 백화골의 주요 여름 작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기 때문에, 단골 회원분들에게는 이제 익숙한 채소일 거예요. 하지만 처음 보시는 분들도 계실 테니 한 번 더 소개해 드릴게요.
공심채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줄기 속이 비어있어요. 겉으로 보기엔 줄기가 꽤 통통하고 굵기 때문에 질겨 보이지만, 속이 텅 비어있기 때문에 실제로 먹어보면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좀 낯선 채소이지만 중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많은 아시아 나라들에서는 아주 일반적으로 먹는 흔한 채소랍니다.
요리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먼저 공심채를 씻어서 적당한 길이로 썰어주세요. 공심채만 볶아도 되지만 백화골에서는 가지, 양파, 마늘와 함께 볶아보았어요.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먼저 넣고 볶다가, 마늘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바로 공심채와 가지를 넣고 볶아주세요. 채소 숨이 살짝 죽었다 싶으면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마저 볶은 뒤 불을 끄고 접시에 올리면 끝이에요. 공심채는 끓는 물에 데치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꼭 이렇게 볶아서 드시는 방법을 추천해드려요.
공심채를 부르는 다른 이름은 깡콩인데요. 아마 동남아시아를 여행한 분이라면 ‘삼발 깡콩’을 한 번쯤은 드셔보셨을 거예요. 인도네시아의 고추 양념인 삼발 소스를 넣은 공심채 요리인데요. 다국적 아시아 식재료들을 파는 곳들이 많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삼발 소스를 쉽게 구할 수 있지요. 공심채를 볶을 때 이 삼발 소스를 넣어 볶으면 동남아에서 먹던 매콤한 삼발 깡콩을 재현할 수 있답니다.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아홉째주 풍경
이번 주에는 태풍 예보가 있어서 잔뜩 긴장을 했습니다. 7월에 태풍이 온 것은 거의 없는 일이여서 당황스럽기도 했고, 잘 자라고 있는 작물들, 특히 막 수확을 앞둔 옥수수가 다 쓰러져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항상 어긋나는 기상청 예보가 다행히 또 바뀌어서 태풍이 한국에는 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럴 때는 기상청 오보가 참 좋네요. 태풍 대신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새벽과 늦은 오후 밖에 없는 시절이 되었어요. 특히 채소 수확은 새벽에만 할 수 있어 일을 서둘러야 합니다.
농사일을 좋아해 종종 백화골을 찾아오는 반가운 봉사자 해숙님이 주말에 와서 함께 가을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네델란드에서 온 마이카도 함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유기농장에 봉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후 운동, 채식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폭염 속에서 밭일을 했습니다.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땀이 납니다. 힘들지만 이렇게 땀흘리며 일하는 것이 여름 농사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어느새 두둑이 만들고 옥수수까지 다 심었습니다. 8월에 태풍만 잘 비켜간다면 가을에 맛 좋은 옥수수가 될 겁니다.
멧돌호박을 비닐하우스 뒤편 애매한 땅에 심었더니, 이 좁은 땅이 답답하다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자라고 있습니다. 호박은 퇴비만 많이 넣어주면 정말 쑥쑥 잘 뻗어나가며 자랍니다. 여름의 기운을 호박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여름 백화골 식단은 풍성한 채소 잔치입니다. 매일 매일 수확하는 채소에 물김치를 곁들여 비빔밥을 해 먹습니다. 함께 지내는 외국인 봉사자들도 한국 채식 음식의 매력에 빠지는 중입니다. 말 그대로 보약이 따로 없습니다.
우연이 2014년 7월에 적어 놓은 ‘백화골 농부의 하루’ 내용을 보았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지만, 또 비슷비슷해서 즐겁습니다. 2014년이면 8년 전인데, 그 때도 여름을 즐기며 살았구나, 그리고 여전히 행복하게 지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땅 속 작물들 수확이 다 끝났으니 이제 남은 큰일은 가을 농사 준비입니다. 빈 밭 정리하고 거름 넣고, 쟁기질해서 뒤엎고, 골 만들어 새로 심고... 어휴, 당근 수확까지 끝나고 나면 한시름 돌릴 줄 알았는데 어느새 또 가을 농사 준비가 코앞에 다가왔네요.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하루도 쉴 틈이 없는 농부의 일상. 하지만 바빠도 좋아요. 어딜 봐도 싱그러운 아름다운 계절, 7월이니까요! ”
'유기농 제철꾸러미 > 2022년~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열한 번째 주 삼색 옥수수 (0) | 2022.07.19 |
---|---|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열 번째 주 알감자 조림 (0) | 2022.07.12 |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여덟 번째 주 근대 & 대파 밥 (2) | 2022.06.27 |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일곱째 주 자색 양파 김치말이 국수 (0) | 2022.06.21 |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여섯째 주 봄무로 만드는 삼색 단무지 (0) | 2022.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