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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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22년~2024년

백화골 제철꾸러미 추천요리 - 2022년 여섯째 주 봄무로 만드는 삼색 단무지

백화골 2022. 6. 13. 22:29

 

기나긴 가뭄이 끝나는가 싶더니 요 며칠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랑비가 오락가락 하다가, 갑자기 햇빛이 쨍쨍 났다가, 바람이 불면서 겨울 날씨처럼 어두컴컴하게 추워지기도 합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맞춰 백화골 농부들도 이 밭 저 밭 옮겨가며 일하고 있어요. 그래도 6월로 접어들면서 수확하는 채소도 늘어가고, 새로 거둔 채소를 꾸러미에 넣어 보낼 때마다 행복한 마음이랍니다.

 

이번 주 백화골 유기농 농산물꾸러미 품목은 햇마늘, 양배추, 비트, 로메인 상추, 봄무, 아이스플랜트, 오이(또는 애호박이나 노랑주키니 호박), 상추와 깻잎 등이에요.

 

이번 주에는 봄무로 단무지를 만들어보아요.

 

무는 추위를 겪어야 맛이 달아지기 때문에, 봄에 심어 초여름에 수확하는 봄무는 가을무처럼 달고 시원한 맛이 나지 않아요. 대신 봄무는 국울을 낼 때 사용하거나, 걸쭉한 양념을 부어서 나박김치를 만들거나, 단무지를 만들어 먹기 좋지요.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것인데요. 무는 다른 채소들에 비해 보관 기간이 길기 때문에 비닐봉지에 싸서 습기가 날아가지 않게 한 다음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시면 오래 두고 드실 수 있답니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오래 묵혀두는 것보다는 바로 이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좋겠지요. 그리고 요리 초보라면 김치 만들기보다 더 쉬운 것이 바로 단무지 만들기예요. 집에서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맛있는 단무지를 만들 수 있답니다.

 

먼저 봄무를 물로 깨끗이 씻고 뽀족한 끝 부분과 무청 부분을 잘라냅니다.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감자칼로 겉껍질을 벗겨주셔도 돼요. 이제 도마 위에 무를 올려놓고 원하는 모양으로 썰어요. 중국집에 나오는 단무지처럼 반달썰기를 해도 되고요, 치킨무처럼 네모나게 썰어도 돼요. 평소 집에서 김밥을 자주 만들어 먹는 분이라면 긴 막대 모양으로 썰어도 좋겠지요. 썰어놓은 봄무에 소금을 골고루 살살 뿌려 1시간 정도 절여주세요.

 

무가 절여지는 동안 적당한 유리병을 찾아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엎어놓고 잠깐 열탕소독을 해주세요. 굳이 물에 푹 담가놓고 달그닥달그닥 끓이지 않아도 돼요. 뜨거운 수증기를 잠깐 쐬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열탕소독 하느라 처음부터 너무 진을 빼진 마세요.

 

이제 피클 물을 만들 차례인데요. 식초 1, 물 2 비율로 섞고 설탕은 취향에 따라 1~2숟가락 정도 넣은 뒤 팔팔 끓여주시면 돼요. 소금에 절인 무를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은 뒤 뜨거운 피클 물을 그대로 부어주세요. 뚜껑을 닫고 충분히 식힌 다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하루 이틀 지난 뒤부터 꺼내 드시면 기분 좋은 홈메이드 단무지가 완성되어 있을 거예요.

 

 

요리법이 너무 간단해 뭔가 허전하다면 삼색 단무지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작은 유리병 세 개를 준비한 뒤 병 하나에는 이번 주에 보내드린 비트를 얇게 썰어서 두 세 조각 정도 같이 넣어주세요. 피클물이 금세 선명한 분홍빛으로 변하는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병 하나에는 치자가루나 강황가루를 넣어 노란색으로 만들어요. 나머지 병 하나는 그냥 투명한 피클물 색깔 그대로 남기는데요. 조금 특별한 향을 넣고 싶어 백화골에서는 지난번에 보내드렸던 초피나무 잎을 넣어보았어요.

 

냉장고에서 하루 묵힌 뒤 꺼내보니 단무지가 이런 모양이 되어있네요. 아직 충분히 색이 들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먹을 만해요. 기름진 음식이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기 딱 좋은 삼색 단무지, 시간 날 때 한 번 만들어보세요.

 

 

2022년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여섯째 주 풍경

 

 

무당벌레가 찾아왔습니다. 유기농사를 짓다 보면 진딧물이 달려들어 방제를 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때론 농사를 포기해야할 정도로 심하게 달려들기도 합니다. 보통 제충국(벌레를 제압하는 국화꽃)이나 난황유(계란노른자와 식용유를 함께 희석해서 뿌려주면 잎에 코팅이 되어 진딧물이 제거됨)를 활용하여 진딧물을 방제하는데요. 이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무당벌레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무당벌레는 수백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28점 무당벌레를 제외한 거의 모든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먹습니다. 하루에 500개 정도씩 먹어치운다고 해요. 그래서 천적 회사에서는 무당벌레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백화골 주변은 거의 풀밭이거나 산이어서 무당벌레가 많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봄에 진딧물 방제가 어려웠는데, 올해는 무당벌레들이 찾아와 진딧물 방제를 알아서 해준 덕에 고추, 오이, 호박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무당벌레!

 

 

고추가 이맘때면 진딧물로 덮여서 방제하느라 고생고생 했는데, 올해는 무당벌레들 덕분에 잘 자라고 있습니다. 조만간에 풋고추 수확이 시작됩니다.

 

 

오이는 진딧물이 오면 금방 번져서 이 시기에 어려운 작물인데, 올해는 조금 늦게 심고, 무당벌레 도움을 받아 잘 자랐습니다. 기분 좋게 오이를 수확합니다.

 

 

이번 주에는 벨기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다 1년 동안 한국을 여행하고 있는 스테파니가 왔습니다. 이미 한국을 8개월이나 여행한 뒤라 한국에 대해 많이 이해하는 친구입니다. 한식을 좋아하고 특히 깻잎을 아주 좋아한다고 해서 이번 주에 같이 수확해서 먹었습니다. 일 마치고 주변에 있는 오랜 역사 유적지 반구대암각화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수천 년 선조들이 바위에 남긴 갖가지 동물 그림들을 함께 보다보니, 마치 국경이 없던 선사 시대로 돌아간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