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초’ 자는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한 여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올 여름은 또 어떤 더위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요즘 백화골에서 일하고 있는 벨기에 봉사자 스테파니의 말에 따르면, 벨기에도 여름에 40도 가까이 온도가 치솟을 때가 있긴 하지만, 더우면서 동시에 습한 날은 절대 없다고 하네요. 비가 오늘 날은 한여름이라도 무조건 춤고, 더운 날엔 사막처럼 건조하게 더운 날씨라고 해요. 유럽 친구들 중에 우리나라의 습하고 더운 여름 날씨를 유난히 힘들어하던 친구들이 많았던 것이 이해가 가네요.
어쨌든 해가 쨍쨍 내리쬐는 더운 여름에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은 세상 누구에게든 힘든 일이겠지요. 신나게 땀 흘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가 다를 뿐인 것 같아요.
이번 주에도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땀 흘리면서 수확한 백화골 유기농 채소들을 여러분들께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드립니다.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 발송 품목은 오이, 근대, 대파, 풋고추, 쌈채소, 애호박(또는 노랑 주키니호박), 노지 양배추(또는 브로콜리나 컬리플라워), 고수 씨앗 등입니다.
풋고추와 근대, 대파는 올해 첫 수확이네요. 풋고추 품종은 맵지 않은 오이맛 고추예요. 아삭이 고추라고도 하지요. 대부분 전혀 맵지 않지만, 열 개에 한 개 정도는 꼭지 부분으로 가면서 살짝 매운 맛이 도는 것도 있더라고요. 매운 고추를 전혀 못 드시는 분이라면 조심조심 맛보아가며 드세요.
대파는 흙뿌리를 잘라내지 않고 통째로 보내드려요. 대파 뿌리는 예로부터 약재로도 사용했을 만큼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해요. 다듬어서 버리지 마시고 요리 재료로 이용해보세요. 깨끗이 씻어서 채수를 끓일 때 넣거나, 다른 재료들과 섞어 노릇노릇하게 굽거나 볶아서 먹어도 별미랍니다. 아니면 집에 있는 작은 화분이나 스티로폼 박스에 흙을 채우고 대파를 뿌리 채 심어 놓으면 오래 보관할 수도 있고, 새 잎도 따먹을 수 있어 좋아요.
고수 씨는 아직 갈색으로 여물기 전인 초록색 햇 씨앗을 따서 조금씩 보내드려 보았어요. 고수 씨는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향신료인데요. 우리가 즐겨 먹는 카레 가루에도 고수 씨가 들어있답니다. 고수 잎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또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지요. 샐러드에 그대로 넣어도 되고, 여러 가지 요리에 다양하게 이용하면 되는데요, 고수 향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많아 일단 조금씩만 보내드려 봅니다.
근대는 된장국에 썰어 넣어 근대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가장 맛있어요. 근대를 넣으면 된장국 맛이 시원해지지요. 긴 잎줄기도 송송 썰어서 그대로 이용하시면 부드러워요. 근대 잎은 부드러워서 된장국 외에도 쌈채소처럼 생으로 먹어도 되고요, 작게 썰어서 다른 채소들과 함께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아요. 물론 볶아서 먹어도 좋고요.
오늘은 이번 주 발송 품목인 근대와 대파를 이용한 ‘근대밥’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 요리는 예전에 백화골에 봉사자로 왔었던 튀니지 친구에게서 배운 것인데요, 튀니지에서는 근대를 주로 이렇게 먹는다고 하네요. 쉽고 간단하고 그러면서도 독특하고 맛있어서 그 이후로 백화골에서는 해마다 근대 철이 되면 한 번씩은 꼭 해먹는 메뉴랍니다.
먼저 쌀을 씻어서 밥솥에 얹어요. 압력솥이 있으면 압력솥이 가장 좋긴 한데, 없으면 그냥 전기밥솥을 써도 괜찮아요. 채소를 잔뜩 넣을 거니까 평소보다 밥물은 조금 적게 잡으시고요. 이제 근대와 대파를 씻어서 송송 썰어주세요. 너무 잘게 썰지 않아도 괜찮아요. 보통 된장국에 넣는 크기 정도면 되고요, 양은 넉넉하다 싶게 넣으면 좋아요. 쌀 반, 채소 반 정도가 되도록요.
이제 집에 있는 콩 아무거나 듬뿍 넣어주세요. 말려둔 완두콩도 좋고 메주콩이나 검은 콩, 강낭콩, 땅콩, 병아리콩, 렌즈콩 다 좋아요. 당근이나 피망, 풋고추 등을 조금씩 추가해 넣어도 좋고요.
마지막으로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고춧가루, 강황가루(울금가루) 등을 조금씩 넣어준 뒤 뚜껑을 덮고 평소처럼 밥을 해주시면 돼요. 익숙한 채소이지만 올리브오일과 강황가루 때문에 살짝 이국적인 맛도 나고, 그러면서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을만큼 무난한 맛의 채소밥 완성입니다!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여덞째 주 풍경
새벽에 발송준비를 하러 밭에 가서 막 일을 시작하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제만 해도 전혀 비 예보가 없어서 대비를 못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일기 예보는 2시간 이후도 맞추지 못합니다. 오전에만 잠깐 내릴 것이라던 비가 하루 종일 어마어마하게 쏟아졌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근대와 고추, 오이, 상추를 수확하러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몸이 다 젖어버렸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늘 이맘때쯤이면 장마가 시작되고, 비 맞으며 일하는 것에 몸이 익숙해졌나봅니다. 천둥과 벼락은 요란해도 마음은 평온합니다.
꾸러미 수확과 포장 작업을 마치고 택배차를 기다리는데도 비가 그치지 않습니다. 택배 소장님이 차에 싣는 동안 박스에 물에 묻지 않도록 비가 조금만 잦아들면 싣자고 하셔서 한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박스에 우산을 씌우고 한 상자 한 상자 택배 차량에 옮겨 실었습니다. 박스가 젖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는 택배 소장님 마음이 참 감사했습니다.
지난번에 미국에서 20년간 유기농으로 농사짓다가 한 해 안식년으로 삼고 한국을 여행하고 있다는 백화골 봉사자 리즈를 소개해드렸었데요. 한 달 동안 정보 공유도 하고, 유기농 농부로서의 연대감도 느끼며 잘 지내다 떠났습니다. 떠나기 전날, 무슨 선물을 줄까 하다가 김치 만드는 법을 안내해주었습니다. 평소 김치 만들기에 관심이 있어서 미국에서 혼자 시도해본 적이 있었는데 실패했었다고 하네요. 함께 겉절이를 만들며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었습니다. 아마 리즈도 다음번엔 성공할 수 있겠지요?
한 달간의 ‘한국 유기농 농부로 살아보기’ 생활을 끝내고 리즈는 바닷가에서 뒹굴뒹굴 하는 진짜 휴가를 즐기러 인도네시아로 떠났습니다. 아쉽지만 인연이 되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헤어지기 직전 리즈가 인상적인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10년 뒤에 너희는 뭐하고 있을 것 같아? 그때도 계속 농사짓고 있을 거니?” “아마 10년 뒤에도 농사짓고 있겠지.” “그럼 그때 다시 한국 백화골 농장 찾아올게. 또 보자!.”
10년 뒤 미국과 한국의 유기농 농부들은 각각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때쯤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농사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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