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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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22년~2024년

백화골꾸러미 추천 요리 다섯째 주 꼬투리째 찐 풋완두콩과 초피나무잎 튀김

백화골 2022. 6. 7. 22:58

 

드디어 비가 왔습니다. 지난 석 달 간 비다운 비가 내린 적이 없었고, 특히 지난 한 달 반 동안은 단 한 방울도 비가 내리지 않았었지요. 매일같이 쨍쨍 내리쬐기만 하는 초여름의 햇볕 아래 계곡과 저수지는 말라붙고, 작물은 시들어가고, 논에 물 대는 문제로 이웃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이런 와중에 많이 늦긴 했지만 그래도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줄 만큼 비가 내려주었습니다. 모두들 한시름 돌렸지요. 홍수도 무섭지만 가뭄이 주는 공포도 만만치가 않은 것 같아요.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백화골 작물들도 가뭄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발아가 아예 되지 않거나 말라죽는 작물들이 속출했지요. 그래도 이런 가뭄 속에서 꿋꿋하게 버텨준 작물들이 대견합니다.

 

이번 주 농산물꾸러미에는 완두콩, 비트, 로메인 포기상추, 쌈배추, 잎상추와 쌈채소, 봄무, 초피나무 잎, 오이 이렇게 보내드려요. 그리고 이번 주에 안내해 드릴 요리 재료는 완두콩과 초피나무 잎이에요.

 

 

백화골 농부들에게 6월, 하면 자연스럽게 완두콩이 떠오를 만큼 초록색 풋 완두콩은 6월의 상징과도 같은 채소랍니다. 해마다 이맘때 딱 한 번 수확하는 채소인 데다가,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에 달착지근한 맛은 누구나 다 좋아할 만하지요.

 

요즘 백화골에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온 칭핑은 지금까지 싱싱한 풋 완두콩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대요. 냉동 완두콩이나 캔에 든 저장 완두콩만 먹었었는데, 갓 쪄낸 풋 완두콩을 한 번 맛보더니 이건 싱가포르에 있는 친구들도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며 씨앗을 가져다가 집에서 심어보고 싶다고 하네요. 그만큼 풋완두콩은 냉동 완두콩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맛을 가지고 있답니다. 완두콩 받으신 다음에 절대 냉동실에 보관하지 마시고 바로 요리해 드시기를 추천해드려요.

 

완두콩을 요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껍질을 까서 완두콩 밥을 하거나, 프라이팬에서 살짝 노릇노릇하게 볶아서 먹을 수도 있고, 오래 끓여서 완두콩 수프를 해먹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갓 수확한 풋완두콩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꼬투리 채 찜기에 쪄서 먹는 방법일 거예요.

 

 

완두콩을 물에 한 번 살짝 씻어주세요. 찜기에 물을 조금 넣고 완두콩을 올린 다음 뚜껑을 덮고 5~8분 정도 쪄내세요. 완두콩은 그렇게 오래 익히지 않아도 금방 잘 익기 때문에 단맛이 빠지지 않도록 가볍게 요리하는 게 중요해요. 불을 끈 뒤 바로 뚜껑을 열고 김을 빼거나 다른 접시에 완두콩을 옮겨 담아 완두콩이 잔열로 흐물흐물하게 익지 않도록 해주세요.

 

갓 쪄낸 완두콩을 하나씩 통 채로 훑어서 먹고 껍질의 섬유질만 남겨서 버려요. 이렇게 먹으면 알맹이 뿐 아니라 햇 완두콩 꼬투리의 달고 부드러운 부분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답니다. 소금도 그 어떤 양념도 필요가 없어요. 가장 쉽고 간단하면서도 가장 완벽한 완두콩 요리랍니다.

 

 

자, 이번엔 초피나무 잎으로 넘어가 볼까요? 보통 허브라고 하면 외국산 허브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부터 이용해 온 허브 식물들이 많이 있답니다. 초피나무 잎과 열매도 그 중 하나인데요. 우리가 보통 추어탕에 넣는 허브가 바로 초피나무 열매 가루예요. 초피는 열매 뿐 아니라 이파리도 허브로 이용하기 좋아요. 지역에 따라서는 김치를 만들 때 초피 가루를 넣어 독특한 향을 내기도 하고, 초피나무 잎으로 고추장 장아찌를 담그기도 하지요.

 

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초피는 여전히 낯선 식물일 텐데요. 초피잎의 매력적인 향을 한 번 경험해보시라고 산에서 새순을 채취해 조금씩 보내드립니다. 초피 잎은 잘게 잘라서 샐러드에 섞어 넣거나, 생선이나 고기 요리할 때 양념으로 넣어도 돼요. 향을 내고 싶은 어떤 요리에 사용하셔도 되지요.

 

 

향이 강한 식물은 튀김용으로도 좋은 재료가 되는데요. 백화골에서는 초피잎에 튀김옷을 입혀 간단하게 튀겨보았어요. 초피잎만 튀기기엔 좀 아쉬워서 이번 주 발송 품목인 비트도 같이 튀겨냈습니다. 튀김을 한 뒤에도 고스란히 살아있는 초피의 상큼한 향이 일품이네요.

 

2022년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다섯째 주 풍경

 

이번 주에는 이탈리아의 유기농 농부인 바티스트가 농장 견학을 하러 왔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농장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한국 여행을 온 김에 유기농 농장도 둘러보고 싶어 연락을 해온 것이었어요. 너무 바쁜 철이라 하루 방문하고 싶다는 바티스트의 연락에 조금 망설였는데, 우리가 찾아갔을 때 반겨주었던 프랑스, 필리핀, 대만, 싱가포르 유기농 농부들이 생각나서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원래 부부가 같이 오기로 했는데, 아내인 일라리아는 갑자기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바티스트 혼자 왔습니다.

 

바티스트는 한국에 아이를 입양하러 온 길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한국에서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다는 소식에 조금 안타깝기도 했지만, 또 저런 좋은 친구가 아빠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티스트는 원래 프랑스 사람으로 스위스와 스코틀랜드 등에서 정유회사 직원으로 일했다고 합니다. 큰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경제적으로는 괜찮았지만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가 없어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아내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가서 땅을 사고 농사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탈리아는 15.19%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유기농 면적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기본적인 유기농 토대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더라구요. 4년 전부터 농사를 시작한 바티스트와 일라리아 부부는 유기농 인증도 받고, 백화골과 비슷한 형태로 제철꾸러미 판매도 하면서 열심히 농사 기반을 다져 나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바티스트와 마침 백화골에 머물고 있는 미국 유기농 농부 리즈가 함께 마늘을 수확했습니다. 전문 농부들이 함께 하니 수확이 금방 끝났습니다. 일하며 유기농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따뜻한 연대감이 느껴졌습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서 농사를 짓지만,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돈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보다 가치 있는 환경 보호와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힘든 육체노동을 마다않는 유기농 농부의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 마치고 칭핑과 함께 경주 보문 호수에 가서 해넘이를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