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꾸러미 추천요리 2022년 셋째 주 브로콜리잎 나물과 브로콜리 롤빵

 

일기예보 사이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며 파란색 우산 표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4월에도 그러긴 했지만, 5월 들어 이렇게 화창하기만 할 수가 없네요. 비 한 번만 제대로 맞으면 하루 만에도 쑥 자랄 작물들이, 농부가 주는 물줄기에 의지해 조금씩 조금씩 간신히 자라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마을 어른들 말로는 불과 이삼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요즘처럼 비가 안 오면 마을에서 당산나무 아래다 상을 차리고 기우제를 지내곤 했다네요. 기우제라도 지내던 그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가 갑니다.

 

자, 하늘의 일은 하늘에 맡기고 농부들은 그저 오늘도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이번 주에는 이른 봄에 씨를 넣어 하우스에서 정성껏 보살펴 키운 브로콜리를 수확해 보내드립니다. 이밖에도 브로콜리 잎, 청경채, 상추와 모듬 쌈채소, 고수, 루꼴라, 버터헤드 포기상추, 시금치, 마늘쫑(또는 콜라비나 비타민채) 이렇게 보내드려요.

 

 

그런데 브로콜리 잎? 이런 채소가 있었나 싶으시죠? 네, 지난 주에 보내드렸던 콜라비 잎처럼, 브로콜리 잎은 시장에서는 볼 수 없고 농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채소랍니다.

 

아시다시피 브로콜리는 몸에 좋은 성분이 굉장히 많이 함유된 귀한 채소예요. 그리고 이런 성분들은 우리가 흔히 먹는 꽃송이 부분뿐만 아니라 잎에도 똑같이 들어있지요. 브로콜리 한 송이를 수확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잎들이 자라야 하고요. 이 많은 잎들이 그냥 버려지는 건 너무나 아까운 일이에요.

 

더구나 브로콜리는 벌레가 굉장히 좋아하는 채소이기 때문에 일반 농업에서는 농약을 아주 많이 치는 편인데요. 농약 없이 깨끗하게 키운 유기농 브로콜리 잎은 참 귀하고 만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주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에는 브로콜리와 함께 브로콜리 잎들도 따로 포장해서 보내드립니다.

 

 

브로콜리 잎은 이용방법도 쉽고 다양해요. 앞뒤로 살펴가며 물로 한 번 씻어준 브로콜리 잎은 사진과 같이 가운데 굵은 잎맥을 잘라냅니다. 갈아서 녹즙으로 드실 분은 통으로 그냥 이용하셔도 되지만, 다른 요리를 할 때는 살짝 질긴 감이 있어 굵은 잎맥은 잘라내는 편이 좋은 것 같아요.

 

 

남은 브로콜리 잎 부분은 채썰어서 끓는 물에 30초~1분 정도 살짝 데쳐주세요. 잎이 생각보다 부드러워 그렇게 오래 데치지 않으셔도 돼요. 찬물로 식힌 잎은 물기를 짜낸 뒤 양념에 무쳐서 상에 내면 끝인데요. 간장, 들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으로 무친 것도 맛있고, 된장+다진 마늘+들기름+깨소금으로 무친 것도 맛있어요. 브로콜리잎 나물무침, 생각보다 간단하지요?

 

이밖에도 가늘게 채썬 브로콜리 잎을 밀가루 반죽에 넣어 부침개를 부쳐 먹거나, 기름 살짝 두른 팬에 다른 채소들과 함께 볶아서 먹는 방법도 있어요. 시간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브로콜리잎 장아찌도 도전해보실 만해요. 작은 네모 크기로 자른 브로콜리 잎을 유리병에 담고 기본 간장 장아찌물(간장, 물, 식초, 설탕)을 끓여서 부어주세요. 일주일 뒤에 맛을 보면 색다른 맛의 브로콜리잎 장아찌가 완성되어 있을 거예요.

 

 

브로콜리잎 요리만 이야기하고 그냥 넘어가기엔 조금 서운하니까 브로콜리 요리 한 가지 더 소개해 드릴게요. 오븐을 이용한 브로콜리 롤빵인데요. 초보자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브로콜리는 살짝 데친 뒤 소금을 넣고 핸드블렌더나 믹서로 갈아주세요. 이제 밀가루를 반죽해 도우를 만들어요.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 설탕, 올리브유나 버터를 넣어 수제비 반죽처럼 만들어주시면 돼요. 잘 치대어 몽글몽글하게 반죽한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밀어서 아주 얇은 도우를 만든 다음, 갈아놓은 브로콜리를 그 위에 골고루 펴 발라줍니다.

 

 

이제 돌돌돌 말아서 김밥 썰듯이 칼로 잘라주세요. 180도로 예열해둔 오븐에서 20분간 구워주면 맛있는 브로콜리 롤빵이 완성됩니다. 굽는 과정에서 크기가 부풀어 오르니까 처음에 너무 붙여서 굽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고요.

 

2022년 백화골 꾸러미 세번째 주 풍경

 

 

지난 한달간 비가 한번도 안 왔습니다. 언제나 밝고 푸르른 하늘, 맑은 공기가 이어집니다. 공기는 나쁘지 않아서 좋지만 비가 안 와서 한국 농부들 모두 참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끊이지 않고 나오는 지하수에 감사하며 농사 짓습니다. 갑자기 일기 예보가 바뀌어서 비 한번만 내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봄 작물 끝나고 여름 작물을 심기 위해서 삽질을 합니다. 유기농에서는 큰 기계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고 작은 관리기나 미니포크레인, 때론 이렇게 삽으로 밭을 일굽니다. 힘들지만 금세 자라서 식탁을 풍성하게 해줄 여름 작물을 생각하며 기쁘게 땀을 흘립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농사법이 있습니다. 백화골에서는 돌려짓기와 섞어짓기, 순환과 조화로운 삶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의 전통 유기농법을 계승합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친환경육성법 유기농 인증관련 법규를 준수하며 농사짓습니다. 유기농 인증은 1년에 한번씩 농약잔류 검사와 심사를 거쳐 갱신하는데, 올해도 검사를 거쳐 유기농 인증서가 발급되었습니다. 유기농 인증 번호는 07100003 입니다.

 

 

하얀 완두콩 꽃이 피었습니다. 햇살과 바람, 농부가 뿌려주는 물을 머금고 자란 완두콩은 조만간 수확해서 택배 상자에 담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