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6월입니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면서 백화골 농부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도 점점 일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꾸러미를 발송하는 날 아침이면 어둑어둑한 새벽부터 수확 작업을 시작합니다. 최대한 싱싱한 상태로 보내드리기 위해서이지요. 하지만 저희가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을 사용하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배송 도중 채소가 시들해지거나 상하는 경우도 가끔 생기곤 해요. 백화골에서는 2006년 처음 꾸러미를 시작할 때부터, 환경 부담이 큰 스티로폼 박스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거든요. 그 대신 농산물이 배송 도중 상하는 경우가 생기면 다음 발송 때 다른 농산물을 보내드려 회원분들께 보상해드리는 것으로 정책을 삼고 있어요.
만약 잎채소가 살짝 시든 상태로 도착했다면, 찬물에 잠깐 담가놓으면 금방 싱싱하게 살아날 거예요. 저희가 비닐봉지도 최대한 줄이고 종이 포장을 많이 하다 보니, 겉으로 보기에 살짝 시들시들해 보이는 상태로 채소가 가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땐 찬물에 담가놓기를 시도해보세요. 만약 그냥 시들시들한 정도가 아니라 짓무르거나 상한 상태로 도착했다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저희에게 꼭 연락주시고요. 다음 발송 때 보상 농산물 보내드리고 있으니까요.
이번 주 보내드리는 농산물꾸러미 채소는 브로콜리, 양배추, 로메인 상추, 뽕잎나물, 적상추와 청상추, 엔다이브 치커리, 아이스플랜트, 오이입니다. 익숙한 채소도 있고 생소한 이름도 있으시지요? 생소한 채소는 조금씩만 보내드립니다. 먼저 뽕잎나물 무치는 법 안내해드릴게요.
오랫동안 저희 회원이셨던 분이라면 해마다 이맘때면 받아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을 텐데요. 뽕잎나물이라는 채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주변에서 자라는 뽕나무의 새 잎을 따서 보내드리는 것이랍니다. 옛날에 누에가 먹던 바로 그 뽕잎이에요.
무슨 나뭇잎을 다 먹나 싶기도 하실 텐데요. 뽕잎에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과 면역력을 높이고 체지방을 분해하는 루틴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해요. 이밖에도 몸에 좋은 성분이 100여 가지나 들어있다고 하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요?
뽕잎은 맛도 순하고 부드러워서 요리로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어요. 먼저 뽕잎을 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잎 모양이 둥근 것과 갈래진 것이 섞어있을 수도 있는데요, 둘 다 뽕잎이 맞아요.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다 이용하시면 돼요. 씻은 뽕잎은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쳤다가 건져내어 찬물로 헹궈주세요. 물기를 짜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자른 다음 간장, 들기름, 깨소금, 다진마늘 양념에 무치면 간단하면서도 몸에 좋은 뽕잎나물 완성입니다.
조금 색다르게 뽕잎을 이용하고 싶으시다면 뽕잎밥을 추천해드려요. 쌀을 씻어서 뽕잎을 같이 넣고 밥을 지은 다음, 따뜻할 때 양념간장에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도 필요가 없어요.
반찬보다 차가 더 좋으시다면 집에서 뽕잎차를 만들어보세요. 씻어서 물기를 뺀 뽕잎을 기름기 없는 팬에서 약한 불로 재빠르게 덖어주시면 구수한 냄새가 올라올 거예요. 이렇게 살짝 덖은 뽕잎차는 습기가 완전히 날아갈 때까지 말렸다가 밀봉 상태로 보관해요. 나중에 따뜻한 물에 몇 잎씩 넣고 우려서 드시면 된답니다.
이번 주 발송품목 중에 뽕잎 못지않게 낯선 것이 또 하나 있을 거예요. 바로 이름부터 예사롭지가 않은 아이스플랜트인데요. 잎과 줄기 표면에 마치 작은 얼음 알갱이가 붙어있는 것 같다고 해서 아이스플랜트라는 이름을 갖게 된 식물이에요. 아이스플랜트의 고향은 머나먼 아프리카 사막 지방이라고 하는데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양 성분을 비축하는 과정에서 이런 생김새를 갖게 되었다고 해요. 중국에서는 빙초라고 부른대요.
아이스플랜트는 생김새만 독특한 것이 아니라 맛도 신기해요. 잎에서 자체적으로 짠 맛이 나거든요. 그래서 아이스플랜트로 샐러드를 만들거나 물김치를 만들어 놓으면 따로 소금을 넣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짭쪼름한 맛이 난답니다.
아이스플랜트는 잎이 여려서 상하기 쉬우니까 씻을 땐 흐르는 물에 살짝만 흔들어서 씻어주세요. 다른 채소들과 함께 섞어서 샐러드를 만들거나 겉절이를 만들어서 드시면 되는데요. 백화골에서는 이번 주 발송 품목인 오이와 로메인 상추를 섞어 넣고 요거트 샐러드를 만들어보았어요.
오이는 얇게 썰고, 씻어서 물기를 뺀 로메인 상추와 아이스플랜트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요. 접시 위에 예쁘게 담은 다음,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요거트를 얹고 발사믹 식초를 살짝 뿌려요. 간단하고 몸에 좋은 아이스플랜트 샐러드가 완성되었어요.
2022년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네번째 주 풍경
재난 상황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지독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비 예보가 있어서 지난 며칠 동안 마을 사람들 모두 기대하고 있었는데, 일기예보는 틀렸고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스프링쿨러를 돌릴 수 있는 곳은 돌리고, 숲속에 있는 밭에는 트럭에 물을 싣고 가서 작물에 주고 있어요. 그래도 말라죽는 작물들이 더러 있네요. 이웃들 중에는 지하수가 끊긴 분도 있다는데, 저희는 아직 지하수가 잘 나오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반가운 손님이 연이어 찾아왔습니다. 2017년에 백화골에 봉사자로 왔었던 싱가포르 친구 칭핑이 5년 만에 다시 찾아 왔어요. 칭핑은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데, 그동안 코로나의 여파로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지난 5년 동안 훨씬 더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 백화골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와주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두 번째 손님은 미국에서 온 유기농 농부 리즈와 이샤입니다. 두 사람은 저희의 제철꾸러미와 비슷한 CSA라는 방식으로 20년 정도 농사를 지었다고 하구요, 너무 지쳐서 올 한 해 안식년 여행을 떠난 것이라고 합니다. 한 달 예약을 하고 와서 이샤는 하루 일하더니 허리와 무릎이 너무 아프다고 먼저 떠나고 리즈만 남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미국은 친환경 농업 쪽으로는 참 어려운 나라더라구요. 2019년 통계에 따르면 OECD 주요국 중에서 가장 유기농 면적인 적은 나라는 일본으로 0.25%이구요, 다음으로 적은 나라는 미국 0,57입니다. 우리나라는 1.8%로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구요.
요즘 미국 친환경 농업 쪽 최고 이슈는 수경재배에 유기농 인증을 주는 것이 부당하다며 유기농 농부들이 소송을 낸 사건이라고 하네요. 수경재배는 물에 화학비료를 풀어서 키우는 방식으로 땅과 미생물, 햇볕으로 키우는 정상적인 농사에 비해 농작물 상품성은 좋지만 농사 후 사용한 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자연스럽지 않은 농사법에 따른 농작물 안전성 등에 문제가 되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유기농 인증을 주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무농약 인증까지만 해주고 있고요. 미국만 수경재배를 하는 대자본의 로비에 의해 유기농 인증을 가능하게 해주어서, 마치 수경재배가 친환경 농업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일하면서 같은 유기농 농부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재미있었습니다. 한국처럼 농업국가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유기농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보다 깊은 교류를 이어나가며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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