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이 화창하고 푸르른 5월의 나날들입니다. 올 봄엔 좀처럼 비가 오지 않아 아침저녁 작물들에게 물 주느라 바쁘긴 하지만,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진 덕분에, 밭에 나갈 때마다 소풍 가는 듯 신나는 기분도 듭니다.
지난 주 첫 꾸러미 채소들은 다들 밥상에 잘 올라갔는지요. 백화골 유기농 꾸러미는 봄에 회원 모집을 해서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정기배송으로 보내드리는 만큼, 유기농 채소에 익숙해지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래기와 무말랭이는 보관해두셨다가 아무 때나 내킬 때 요리해 드셔도 되지만, 다른 잎채소들은 얼른얼른 제 때 이용해주셔야 두 번째 꾸러미 채소들도 밀리지 않고 이용하실 수 있어요. 몇 번 더 백화골 유기농 꾸러미를 받으시다보면, 아마 점점 더 채소들 이용하는데 익숙해지실 거예요. 지난 주 농산물꾸러미를 받으신 뒤 생애 처음 열무 물김치 만들기에 도전하셨다는 분도 계셨는데, 물김치는 성공하셨는지 궁금하네요. ^^
이번 주에는 비타민채, 루꼴라, 콜라비, 열무, 시금치, 청경채, 쌈배추, 모둠 쌈채소 이렇게 보내드립니다. 열무는 이번 주가 마지막 발송이에요. 다음 열무 발송은 아마 올해 늦가을 정도가 될 예정이에요. 꾸러미를 통해 열무를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만큼, 평소 해보고 싶었던 열무 요리에 도전해 보세요. 시원하게 물김치를 만들어도 좋고요, 살짝 절여서 열무 비빔밥을 해먹거나 된장국에 썰어 넣어도 좋아요. 데쳐서 열무 나물을 해도 되고요.
루꼴라는 요즘 젊은 분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는 샐러드 채소인데요. 향이 참 독특하지요. 루꼴라 페스토를 만들어서 스파게티를 해먹거나 빵에 발라 먹으면 맛있어요. 물론 쌈채소처럼 그냥 생으로 드시거나 샐러드를 만들어 드셔도 좋고요.
오늘 특별히 소개해드릴 채소는 콜라비랍니다. 콜라비는 무와 비슷한데 매운 맛이 없고 물기가 많아 아삭아삭 생으로 먹기 좋은 채소지요. 아마 시중에서 진보라색 둥근 콜라비는 많이 보셨을 거예요. 보라색 콜라비가 상품으로 많이 나오다보니, 콜라비는 다 보라색인 줄 아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작년에는 콜라비 색깔이 왜 청색이냐고 이상하다며 전화를 하신 분도 계셨답니다. 상추에 청상추가 있고 적상추가 있듯이 콜라비도 청콜라비가 있고 적콜라비가 있는데요, 백화골에서는 이곳 기후에 잘 맞는 청콜라비를 주로 재배해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보시다시피 유기농 콜라비를 수확하면 이런 모습이에요. 커다란 잎이 많이 달려 있지요? 보통 시중에서는 유통과정의 편의와 장기 보관을 위해 이 잎을 다 떼어내지요. 그런데 이 콜라비 잎이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식재료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케일,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는 모두 비슷한 성질을 가진 같은 과의 채소들인데요. 이 과의 채소들은 모두 수퍼푸드로 불릴 만큼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요.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천연 소염작용 및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밖에도 풍부한 비타민과 칼슘 성분도 많이 들어있고요.
콜라비 잎을 요리해서 먹어본 결과, 영양 성분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맛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회원분들에게 콜라비 잎도 함께 보내드리기로 했답니다. 잎이 붙은 채로 통째로 상자에 넣으면 포장하기가 어려워서 잎은 따로 떼어내 보내드리고요. 그리고 질겨서 이용하기 어려운 단단한 잎 줄기 부분은 잘라내고 부드러운 잎 부분만 보내드립니다. 규격화된 채소의 모습만이 아니라, 평소 보기 어려웠던 채소의 다른 모습도 경험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유기농 제철꾸러미의 소소한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 그러면 콜라비 잎은 어떻게 요리하면 될까요? 우선 추천해드리는 방법은 쌈밥이에요. 콜라비 잎을 쌈으로 먹기 좋을 만한 크기로 적당히 자른 다음, 찜기에 넣고 양배추 찌듯이 쪄주세요. 시간은 5분 정도면 충분해요. 쪄낸 콜라비 잎은 양념장을 곁들여 쌈으로 드시면 되는데, 잎이 부들부들해서 큰 잎도 상에 올리기에 큰 무리가 없어요.
볶아서 먹어도 맛있는데요,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넣고 예열하다가 잘게 자른 콜라비 잎을 넣고 살짝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아주세요. 취향에 따라 마늘과 함께 볶아도 좋아요. 소금과 후추로 나중에 간을 해주시면 되고요.
이밖에 콜라비 잎을 이용하는 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신 분은 댓글이나 문자로 백화골 농부에게 알려주세요. 다른 분들과 유용한 정보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콜라비 알뿌리는 껍질만 잘 벗겨서 그냥 아삭아삭 생으로 먹으면 가장 좋아요. 껍질 벗기는 방법이 초보자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도마 위에 콜라비를 올려놓고 큰 칼로 억센 뿌리 부분을 2~3cm 정도 잘라내세요. 나머지 부분은 부드러워서 과도로 사과 깎듯이 돌려 깎으면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답니다. 콜라비 껍질은 두껍고 섬유질이 질긴 편이므로 껍질 벗길 때 억센 부분은 심이 남지 않도록 두껍게 깎아주세요.
껍질 벗긴 콜라비는 썰어서 그냥 먹거나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 되고요, 깍두기 만들 때처럼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고춧가루, 다진 마늘, 간장, 참깨, 액젓 등과 함께 버무려 드셔도 됩니다.
2022년 백화골 농산물꾸러미 두번째 주 풍경
수확을 앞둔 양배추, 브로콜리가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습니다. 올 봄에는 어찌된 일인지, 극성스럽게 달려들던 나방유충이 적어서 큰 피해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2월 중순에 파종해서 세달 정도 정성스럽게 키웠는데, 잘 자라줘서 좋습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순으로 수확해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감자는 꽃이 필 때 물을 많이 줘야 합니다. 한창 땅 속에서 감자가 크기 시작할 때라서 물와 양분이 많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4월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물주는 게 일입니다. 스프링클러로 틈날 때마다 물을 주고 있습니다. 감자 잎이 쑥쑥 잘 크고 있습니다.
비슷한 또래끼리는 누구라도 금방 친구가 되나봅니다. 20대 독일 친구 율레와 한국인 봉사자 민철님이 며칠 함께 일하더니 금방 친해졌습니다. 일할 때도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풋풋한 젊은 농부들의 기운을 받은 덕인지 백화골 밭도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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