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것 없이 차근차근 밭 정리를 해나갑니다. 이제 단풍도 다 져가는 11월의 산 아래 밭. 새소리와 물소리가 새삼스레 평화롭게 들립니다. 2020년 제철꾸러미 발송도 무사히 다 끝내고 마지막 마무리 농사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장마에 태풍에 바이러스까지,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한해였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 감사한 한해였습니다.
하루하루 색이 변해가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뉴스로 접하는 세상은 시끌시끌하지만 산 속은 조용할 뿐입니다. 밭 정리하며 농사일에 빠져봅니다.
태풍으로 많이 죽기도 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작물들이 있어서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 무 등 가을 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살아남아 무럭무럭 자라준 채소들이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태풍 이후에 죽은 작물을 걷어내고 심은 열무, 유채나물, 시금치, 갓, 청경채 등이 잘 자랐습니다.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어요.
올해 마지막 외국인 봉사자는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고 입국해 백화골을 방문한 미국 친구 로렌스였습니다. 10월을 함께 보낸 로렌스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현대의 육식산업에 대해 중점적으로 공부했다고 해요. 그 결과로 지금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앞으로 농부가 되고 싶다고 하네요. 미국에서도 백화골 농장과 비슷한 유기농 농장에서 일했다고 해서 더욱 반가웠어요. 농사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좋아한 로렌스 덕분에 바쁜 10월 일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가을 작물을 마무리 수확하며 무시래기를 걸어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양이 많다보니 하나씩 줄에 매달아 거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겨우내 찬바람 맞고 실하게 마른 무청시래기를 한솥 가득 푹 삶아 먹을 내년 봄을 생각하니 즐겁습니다.
이제 슬슬 ‘2020년 농사 끝!’을 외칠 때가 다가오고 있네요. 올 한해 백화골 유기농 농사를 도와주러 찾아왔던 수많은 봉사자 분들, 백화골 채소를 받아준 제철꾸러미 회원 분들, 주변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신 마을 어르신들. 참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또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합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1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회원 모집 안내
백화골에서는 1년에 딱 한번. 해마다 4월 초에 제철꾸러미 회원 모집을 합니다. 블로그에 회원 모집 글을 올리면 거기에 댓글로 가입해 주시면 됩니다. 4월에 회원 모집을 하고 5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총 25주간 농산물을 매주 발송합니다. 그래서 회원 모집 시기를 놓치면 회원이 되기 어렵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왼쪽 '백화골 소개'와 '유기농제철꾸러미' 카테고리의 글들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회원이 되실 분은 1.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서 드시는 분이 신청 하시는 게 좋습니다. 매주 채소가 배송되므로 적극적으로 요리를 하시는 분이 가입하시는 게 좋고요. 2.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단지 자신의 건강만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동참하는 일이라는 것을 공감하시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기농은 화학농법과 달리 온실가스를 잡아주어 물과 땅, 공기를 맑게 하는 농사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시기를 놓치게 될까 우려가 된다거나 미리 ‘찜’ 해놓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이 게시글에 비밀 댓글로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남겨주세요. 2021년 회원 모집을 시작할 때 문자로 먼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2020년에 회원이셨던 분들은 따로 문자를 보내드리므로 댓글 남기실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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