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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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긴 장마, 폭염, 태풍, 빠른 추위, 기후 위기를 실감하는 유기농 농부들

백화골 2020. 10. 24. 20:58

2020년 여름, 백화골 농부들은 기후위기를 밭에서 실감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달 간 이어진 긴 장마, 9월에 찾아온 세 번의 태풍... 거의 최악의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

 

기후변화는 지구 온난화, 온실가스 증가 영향으로 시작됐다고 하지요. 온실가스는 주로 석탄에너지를 사용할 때 나오는데, 화학농사도 한 몫을 합니다. 화학비료, 화학농약이 바로 석탄에너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유기농사를 지으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인체와 자연에 안전한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땅 속에 잡아줍니다. 유기농사는 단지 건강한 먹거리 재배에 그치지 않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인 셈이지요. 기후위기를 실감하며 저희가 유기농사를 계속 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더 많은 유기농부들이 나올 수 있도록 좋은 사례로 계속 농사지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여름이었어요.

 

 

 

 

말 그대로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해가 뜨질 않으니 작물이 잘 못 자라고, 비가 계속 내려서 비 맞으며 일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두 달간의 장마가 끝나고 나니, 이번에는 폭염과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8월 중순 한참 가을 작물 심을 시기에 비가 안 와서 물 주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폭염 시기를 잘 넘기고 가을 작물들이 잘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폭염과 가뭄이 끝나고 연달아 세 번의 태풍이 왔습니다. 두 번째 까지는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는데, 세 번째 태풍이 저희 마을을 완전 토초화시키며 지나갔습니다. 집이 통 채로 날아간 가족도 있고, 비닐하우스가 날아간 곳도 있고. 강풍에 폭우까지 같이 와서 폭염에 겨우 잘 살려놓은 가을 작물들이 물에 잠겨 죽거나 성장이 멈춰버렸습니다. 가을배추는 많이 죽었고, 무는 세 번이나 다시 씨앗을 넣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안간힘을 쓰며 가을 작물을 다시 심었습니다.

 

 

 

날씨가 정말 안 좋은데도, 향기가 만리까지 간다는 만리향 꽃이 9월 한 달간 백화골 주변을 풍성하게 물들였습니다.

 

 

 

태풍 이후로 열심히 다시 심은 열무, 얼갈이 배추, 시금치, 유채나물 등이 잘 자랐습니다. 순차적으로 수확해 요즘 제철꾸러미에 넣어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9월 중순부터는 그나마 날씨가 최악이 아니어서 작물이 잘 자랐습니다.

 

 

태풍으로 가을 작물이 많이 죽었지만 살아남은 놈들은 그래도 그럭저럭 잘 자랐습니다. 물론 물에 잠기면서 몸살을 앓는 바람에 크기가 작아요. 그래도 살아남은 게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겨울 농사도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봉사자가 몇 달간 없었는데, 유기농사에 관심이 많은 미국 친구 로렌스가 자가격리 기간을 끝내고 바로 농장으로 달려왔습니다.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다는데, 농사지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네요. 앞으로 농부가 되고 싶다는 젊은이가 찾아와준 덕에 백화골 10월 일이 한결 수월했습니다. 마침 저희와 농사 공부를 같이 했던 한국인 봉사자들이 주말에 찾아와 함께 마늘을 심었습니다.

 

 

 

 

 

마늘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가을 농사가 거의 마무리 되고, 겨울 농사가 시작된 셈입니다. 역시 예상한대로 겨울도 요란하게 찾아옵니다. 강풍이 불고, 첫 서리가 1주일 이상 빨리 내리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농사를 아예 못 지을 정도는 아니니까요. 기후위기에 맞서 석탄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화학농은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