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05년 귀농한 부부 박정선, 조계환이 농사짓는 농장입니다. 13년간 장수군에서 농장을 운영하다가 2018년 봄 울주군으로 이사하여 유기농사를 짓습니다. 건강, 생태, 공정, 배려 등 유기농업 정신을 바탕으로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질 퇴비와 미생물로 땅을 살리며 농사짓습니다. 유기농 자재로 병충해 방제를 하고, 제초 작업은 손으로 뽑거나 부직포를 이용합니다.
농산물 제철꾸러미를 처음 기획하고 시작한 농가
싱싱한 제철 채소로 이루어진 백화골의 푸른밥상을 도시 이웃들의 밥상으로 그대로 옮겨보면 어떨까 하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백화골 유기농산물 꾸러미는 올해(2019년)로 14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백화골 푸른밥상 유기농 제철꾸러미란, 저희가 제철에 맞춰 생산한 여러 가지 유기농 농산물들을 가족회원이 되신 분들에게 약 7개월에 걸쳐 매주 택배로 보내드리는 직거래 방법입니다.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모둠 농산물을 받으시는 것이지요.
저희가 2006년 처음 제철꾸러미를 기획하고 시작했을 때 몇몇 농업 연구자들은 백화골에서 미국의 CSA나 유럽의 농산물 판매 시스템을 모방하여 시작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서구에서 도입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죠. 당시 저희는 미국이나 유럽의 농산물 판매 방식을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저희가 제철꾸러미를 기획한 것은 바로 한국의 전통적인 유기농사 방법으로부터였습니다.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의 기본 취지는 한국 전통 유기농사 방식입니다. 서구화되면서 들어온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그리고 단일 작목 규모화 농사는 농촌을 피폐화시켰습니다. 땅심은 약해졌고 환경파괴와 농촌의 몰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유기농업 역사는 5천년을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신석기 시대부터 농사지으며 다양한 농사 방법을 전수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돌려짓기입니다. 유기농으로 농사지으려면 연작을 하면 안 됩니다. 같은 땅에 한 가지 작물을 몇 년씩 농사짓다보면 땅심이 약해지고 연작장해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연작을 피하고 땅심을 키우며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백화골의 제철꾸러미는 한국의 전통 유기농사 방식인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농사를 지으며 가족과 함께 농산물을 나누는 농사 방식입니다.
작은 농부의 유기농산물 직거래, 작지만 큰 희망 담긴 대안
정부와 대기업에서는 ‘규모화, 조직화’를 통해 농민들을 통제합니다. 일부 대농, 기업농만 남기고 소농들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입니다. 소농들이 사라진 자리에 기업농만 남기고 나머지는 수입 농산물로 채우려 합니다. 농업 보조금도 점점 더 소농보다는 대농과 기업농에 집중됩니다. 진짜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농을 살려야 합니다.
농산물 직거래를 표방하는 단체나 회사는 많지만 대부분 중간 거래하는 곳들입니다. 최근에는 대기업 등에서도 문어발처럼 농산물 유통에까지 나서면서 농산물 직거래를 하는 농부들은 더욱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중간 유통 단계로 농산물을 출하하는 순간 유기농산물은 크기와 모양으로 평가받는 ‘상품’이 되어 버립니다. 유기농산물은 화학비료나 화학농약으로 키우는 일반 농산물과 달리 크기가 작고 벌레자국도 있어서 ‘상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건강한 유기농산물로 이해하는 분들에게 직거래할 때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중간유통업체로 출하하게 되면 최대 40%의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도 오르고 농민들의 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땅과 물, 자연을 함께 살리며 짓는 유기농 농사는 대규모 재배가 원천적으로 어렵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키우는 일반농사나 필요한 양분만 화학비료를 물에 타서 주는 공장형 재배 시스템(수경재배, 스마트팜, 식물공장)과 다릅니다. 유기농사를 지으려면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서 미생물이 살아있는 건강한 땅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없는 농사법이며, 농부의 고된 노동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유기농은 소농이 자연과 환경, 건강을 생각하며 지을 때 가능한 농사입니다.
그래서 저희처럼 농부가 직접 농사짓고 직거래하는 작은 유기농 농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기업들의 농업유통 참여로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지만 백화골 농부들은 계속 유기 농산물 직거래를 할 계획입니다. 저희 같은 작은 소농들의 땀과 노력이 모여서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백화골의 제철꾸러미 농사는 한국 농업의 전통을 이으면서 소농이 유기농으로 농사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작지만 큰 희망이 담긴 농촌 살리기 대안입니다.
덧붙여 백화골은 유기농업과 생태에 관심 있는 전세계 자원봉사자들의 노동과 문화 교류 현장이기도 합니다. 귀농에 관심 있는 한국 젊은이들은 물론, 한국의 유기농업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전세계 여행자들이 하루 4~6시간 정도 자발적으로 일손을 도와주면 숙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로 간에 돈 대신 다양한 삶의 경험과 문화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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