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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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2019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마지막주 발송

백화골 2019. 11. 17. 20:36

 

백화골에 영하의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따뜻한 남쪽, 경주 인근으로 이사 온 덕에 장수에서 살 때 보다 2주 정도 늦게 겨울을 맞네요.

 

2월부터 파종하고 땅을 뒤집기 시작해서 바쁘게 준비하며 보낸 봄, 늦더위에 기진맥진하던 여름, 태풍 세 번이 지나간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입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농부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던 한해였습니다. 그래도 많은 농부들이 변화하는 날씨에 맞춰 안간힘을 쓰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태풍으로 죽은 채소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잘 자란 채소들도 많아서 무사히 올해 유기농제철꾸러미 마지막 발송을 했네요. 백화골 꾸러미를 함께 나누어주신 회원분들과, 힘든 일도 마다 않고 열심히 도와준 봉사자들 덕분입니다.

 

 

 

 

마지막 발송 즈음에 김장도 했습니다. 이제 김치는 전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특히 외국인 봉사자들이 김치 만드는 일을 아주 좋아해서 힘들어도 즐겁게 김치를 담갔습니다. 아시아 여행이 처음인 한 프랑스 친구는 김치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으로만 배워서 프랑스에서 김치를 만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네요. 김치 원조국에서 본격적으로 김치를 만들게 볼 수 있게 되었다며 행복해합니다. 이틀에 걸쳐 1년 동안 먹을 김치를 다 만들었습니다. 올해 날씨 때문에 김장 배추 농사가 아주 힘들었는데, 배추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더 맛있습니다. 꾸러미 회원 한 분이 좋은 막걸리 한 박스를 선물로 보내주셔서 김장 김치에 막걸리 한잔 즐겁게 마셨습니다.

 

 

 

밭으로 올라가는 길, 단풍이 절정입니다. 워낙 첩첩산중이어서 그런지 이곳은 그나마 미세먼지 없이 공기가 맑습니다.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잘 자라준 브로콜리, 올해 하반기에 너무 비가 많이 와서 뿌리가 깊이 뻗어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년에 비해 크기가 크지는 않네요. 그래도 단단하고 고소한 맛이 납니다.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겨울초를 수확하고 포장했습니다. 겨울초는 유채나물이라고도 부르지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워낙 추위에 강한 채소라,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잘 자랐습니다. 겨울초는 괜찮은데 수확하는 농부의 손은 추위에 얼어버리네요. 쌈배추와 상추, 브로콜리와 양배추 등 마지막 주 농산물들을 수확해서 외국인 봉사자들과 포장했습니다.

 

 

트럭에 차곡차곡 꾸러미 박스를 옮겨 싣고 우체국으로 향했습니다. 친절한 우체국장님이 사과 한 개를 쥐어주시며 한 해 동안 수고 많았다고 인사해주시네요. 집집마다 꾸러미 택배 배달해주신 집배원 분들이야말로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

 

 

꾸러미 발송은 끝나도 농사일은 계속됩니다. 어두워지기 전까지 밭 정리를 했습니다. 비닐과 부직포를 걷어내고, 땅이 좋아하는 채소 찌꺼기들을 밭에 골고루 잘 뿌려주었습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한 땅도, 1년 내내 백화골 농부들을 괴롭혔던 땅 속 두더지들도 겨우내 잘 쉬기를!

 

밭 정리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하나둘씩 밭이 정리되어 가는 모습이 보기 참 좋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자 날씨는 쌀쌀해지지만 초겨울 저녁 풍경도 참 아름답습니다. 또 한 해를 유기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고된 일 마다 않고 도와준 외국인 봉사자들, 또 각지에서 찾아오셨던 JTS 봉사자분들. 한 해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겨울 동안 푹 쉬고 따뜻한 봄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