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가을까지는 하루하루 늘 바쁜 농번기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때가 바로 4월과 5월입니다. 특히 올해는 새롭게 밭을 만드는 일까지 겹쳐져 더더욱 바쁜 나날들이네요. 때를 놓치기 전에 씨를 넣고 작물이 밭에 들어가야 하므로 요즘 백화골은 그야말로 ‘비상시국’입니다. 몸 이곳저곳에서 근육과 관절들이 삐그덕삐그덕 비명을 지르든 말든, 해 떠 있는 시간 동안엔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일찌감치 집에서 나와 밭으로 ‘출근’을 합니다. 밭으로 가는 길이 어느 새 푸릇푸릇 풀들과 냉이꽃을 비롯한 작은 들꽃들로 뒤덮였습니다. 특히 들꽃들은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꽃들입니다. 그래도 조금만 시선을 발 밑에 두고서 천천히 걸어가보면, 무심히 밟고 지나가기가 송구스러울 만큼 봄 들꽃은 단아하게 곱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노란색과 흰색, 보라색, 연한 하늘색... 대부분이 1cm를 넘지 않는 작은 크기인데, 이중에서도 연한 하늘빛 꽃(아직 꽃 이름도 모르네요...)은 너무 작아서 사진기를 갖다 대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꽃송이 지름이 1~2mm 정도나 되려나요? 이에 비하면 민들레는 과일로 비유하자면 큼직한 한 덩이 수박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밭으로 출근하던 바쁜 걸음 멈추고 이리저리 사진기를 들이대며 잠시나마 꽃놀이라도 나온 듯한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한창 들꽃 찍기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 자기도 찍어달라는 듯 선명한 빨간 빛의 칠성 무당벌레가 사진기 앞을 지나가네요. 농사꾼들의 든든한 친구, 무당벌레도 반가운 마음에 찰칵~ 한 방 찍어주었습니다.
어느 곳에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름 없는 들꽃들. 누가 밟고 다니든 말든, 보아주든 말든 상관없이 매년 봄마다 잊지 않고 피어나 봄 들판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들꽃들에게 문득 꾸벅, 고개 숙여 절하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