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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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2년

아침 풍경

백화골 2012. 2. 1. 21:35

올 겨울 들어 최고로 많은 눈이 내릴 거라는 뉴스 덕에 미리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지요.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다는 하룻밤을 지나고 난 오늘 아침,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이 “자, 게으름 부리지 말고 얼른 얼른 나와야지!” 하고 재촉합니다.  

아침밥은 생략하고, 세수도 생략하고, 옷만 든든히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해가 뜨기 전이라 세상은 아직 파르스름한 빛에 잠겨 있네요. 장독들 키가 하룻밤새 한뼘씩 커져 있습니다

열 네 개 하우스 문짝 용접을 무사히 다 마치고, 어제 하나 달아놓았더니 내려다 보는 맘 뿌듯합니다. 영하의 날씨에 쇠파이프를 만지며 일하다보면 손이 금방 꽝꽝 얼어버리곤 합니다. 일 진행되는 속도는 영 더디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빨간 열매를 소복하게 달고있는 이 나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집 주변에 이 나무 덩굴이 이리저리 얽혀가며 온통 자라고 있긴 한데,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빨간 열매가 달리는 나무’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까 뜻밖에도 ‘매자나무’라는 검색 결과가 뜨네요. 우리 마을 이름과 같은 매자나무가 정말 맞다면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일일 것 같아요. 

동쪽 하늘 위로 서서히 밝은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예쁘게 포장된 채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새 길...

그러나 그 ‘새 길’의 운명은 곧 이렇게 바뀌고 맙니다. ^^

폭설이 와도 한파가 와도 끄떡없는, 힘 센 겨울나무 눈 위로 아침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힘 센 겨울나무들이 지켜주는 든든한 동네 뒷산과 논밭이 어우러진 모습입니다.

여느 시골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마을 역시 논밭과 야산 사이엔 어김없이 누군가의 무덤이 둥글게 둥글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평생 일궈 먹고 살던 바로 그 흙 속에 자리잡고 누우신 선배 농부 어르신들이지요. 눈 이불 덮은 모습이 포근해 보입니다.

해가 떠오르자 맑고 청명한 아침입니다. 오늘은 쌓인 눈의 양이 워낙 많아서 온종일 쓸어야겠구나 각오하고 있었는데, 조금 있으려니 마을 사람들이 손에 넉가래를 들고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눈 치울 만한 일손이 없어서 큰 길까지 쓰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계시던 마을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도 있고 하니 같이 좀 치워볼까?’ 하고 마음을 보태주신 것이지요. 

여럿이 함께 눈을 쓰니 불끈불끈 새 힘도 솟고 재미납니다. 아직 열 시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버스 정류장이 있는 마을 입구 큰길까지 어느새 눈 쓸기가 다 끝났습니다. 이상, 폭설 다음날 매자마을의 작은 아침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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