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대설주의보가 내렸다가 해제된 오후, 백화골에 정체불명의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수수 팔, 당근 모자, 고수 머리카락, 적양배추 눈, 호박씨 코, 배춧잎 목도리. 채소 눈사람 씨, 안녕하세요? 배추 목도리가 멋지게 잘 어울리시네요!

눈으로 뒤덮인 산골마을에선 의외로 할 일이 많답니다.
이른 아침부터 눈을 쓸기 시작해 큰길까지 다 쓸고 나면 벌써 점심 때가 되고요,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김치만두국으로 점심 먹고 나면 신나는 눈썰매장으로 변해버린 과수원 옆길에서 마을 아이들과 눈썰매도 타야 되고요, 저장해두었던 야채들 겉잎으로 재미있는 눈사람도 만들어야 하거든요.

이런,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가버렸네요.
고라니 두 마리가 저녁빛을 받으며 앞산 산등성이를 겅중겅중 뛰어갑니다. 이런 겨울철에 저놈들은 뭐 먹고 살까 싶기도 하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걸 보니 자기들 먹을 양식쯤은 다 알아서 해결하고 있는가 봅니다.
배 고프거든 밤중에 몰래 와서 눈사람 씨 목도리라도 먹고 가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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