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가을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9월’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같습니다. 8월 날씨에서 갑자기 10월 날씨로 건너뛰었습니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일으킬 정도로 정신없이 폭염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최저온도가 5~6도까지 떨어져 이러다 갑자기 이른 서리라도 내리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기다리던 가을 하늘은 반갑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백화골에는 여전히 평화롭고 소소한 농사 일상이 펼쳐집니다.
토요일에 전주 사는 지인들이 오셔서 땅콩 캐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가물어서 땅이 딱딱하네요. 땅콩 캐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수확량이라도 좀 많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고라니, 꿩, 굼벵이, 땅강아지 등등이 많이 파 먹는 바람에 양도 적게 나왔습니다. 농사란 게 풍년인 해가 있으면 흉년인 해도 있기 마련이지만, 기운이 좀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일손 보탬 와주신 분들이 기운을 불어 넣어주신 덕에 재미나게 일했습니다. 회원 분들께 조금씩 보내드릴 양은 나온 것 같네요. 깨끗이 씻은 후에 햇볕에 쨍쨍 말려서 다음주 쯤 발송할 계획입니다.
처음 심어본 쌈채소입니다. 위의 둥글넓적한 채소는 이름이 ‘목이채’, 아래의 뾰족뾰족 날씬하게 생긴 놈은 ‘교나’라고 합니다. 쌈채소 류는 워낙 다양한 종류들이 많아서 매년 새로운 쌈채소 씨앗을 골라 심을 때마다 ‘이번엔 어떤 채소가 자랄까’ 궁금해지곤 합니다. 특히 이번에 심은 목이채는 씨앗부터가 정말 독특하게 생겼길래 도대체 어떤 모양으로 자랄까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반질반질 윤기나는 잎을 예쁘게 피워 올리네요. 새로운 작물을 심는 건 언제나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번에 회원분들에게 보내드린 민채네 사과밭 사과입니다. 추석 끝날때까지 제대로 익힌 다음에 수확한 민채네사과를 구입해서 회원분들께 보내드렸습니다. 추석 전에 딴 사과하고는 맛이 다릅니다. 맑고 깊은 단 맛이 나네요. 사과도 맛있지만 민채네처럼 양심적으로 농사 짓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며 사는 분들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친환경 토양이 척박하던 장수군에서 저희 같은 사람들이 유기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은 다 민채네사과 같은 좋은 선배님들이 있어서랍니다
이제 올해 농사도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네요. 배추는 벌써부터 포기가 차기 시작했고, 무도 아주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심었던 알타리무는 벌써 수확할 때가 되어 수확을 앞두고 있답니다. 자줏빛 줄무늬가 예쁜 얼룩이 강낭콩도 다음주부터 수확 예정이고요. 이렇게 수확을 코앞에 둔 작물들도 있지만 샐러리, 청경채, 열무, 시금치 등은 언제 자랄까 싶을 만큼 아직 어린 잎 상태입니다.
해마다 시기별로 비슷한 듯 싶으면서도 조금씩 다르게 자라는 작물들. 익숙해질 듯 싶으면서도 어려운 농사일이 많은 것을 배우게 합니다. 이번 가을은 특히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서 짓는 마지막 농사라 더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기억에 남길 것은 남기고, 소중한 추억은 마음에 간직한 채 서서히 새로운 터전으로 옮길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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