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갔네요. 추석 전후 혼란스런 택배 대란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2주 연이어 발송을 쉬는 동안, 저희는 근처 과수원 가서 일손도 돕고, 다음 작기 작물들도 심으며 평온하게 임시 방학을 보냈습니다. 추석은 지나가고 이제 오랜만의 휴가 기간도 끝나갑니다. 다시 바쁘게 수확하고 발송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네요.
햇볕이 쨍쨍~ 입니다. 고랭지 장수도 덥습니다. 추석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더운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이제 곧 이 더위도 물러가겠지요.
발송을 안 하는 동안에도 밭에선 꾸준히 농산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덕분에 평소 잘 못 먹던 우리 농산물들을 이번 기회에 아주 실컷 먹었습니다. 이웃들과도 넉넉히 나누었고요. 피클 오이와 방울 토마토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배가 부를 때까지 먹기도 했답니다. 추석 동안 아무 것도 안 사 먹고 우리 농산물만으로 자급자족을 했습니다. 아주 건강해지는 느낌이예요.
추석 직전에 포이동 재건 마을에 한번 더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장수군 농민회 회원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사과, 배, 토마토, 쌀, 토란대, 쌈채소, 표고버섯, 소고기 등 지난번 보다 훨씬 많은 농산물들이 모였습니다. 언론의 관심으로부터도 점점 소외되어 가고 있는 포이동 재건 마을 주민분들의 딱한 사정에 추석 명절 잘 모내시라고 많은 분들께서 귀한 농산물들을 주셨어요. 포이동 재건마을 분들도 참 좋은 추석 선물을 받았다며 좋아들 하셨습니다.
포이동은 상황이 좋지 않더군요. 주민분들이 화재 현장에다 어렵게 임시 주택들을 지어놓았는데, 새벽에 강남구청에서 동원한 용역 깡패들이 몰려와 다 때려부수고 갔다고 합니다. 지금 또다시 짓고 있는 건물에도 철거 계고장을 붙어놓고 위협하며 엄포를 놓는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현실이 계속될런지. 참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살기 힘든 대한민국입니다.
추석 기간 동안 가지 말리기에 도전해 봤습니다. 가지는 말려서 보관했다 먹으면 참 맛있는데 말리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안 써도 금세 곰팡이가 슬어버립니다. 이번에는 5일 정도 햇볕이 쨍쨍일거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아침부터 썰어서 말리기 시작했는데, 가을 날씨답지 않게 한여름처럼 습한 기운 때문인지 또 일부에 곰팡이가 생기네요. 나머지라도 어떻게 건져보려고 아침에 내놓고 저녁 땐 들여놓고를 반복하며 열심히 말리고 있는 중입니다.
쌈배추용으로 키우고 있는 배추입니다. 딱 요 계절에 맞는 작물이지요. 배추 속잎만 뜯어서 쌈으로 먹는 것인데, 초기 관리를 잘해서인지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 불기 시작하며 맛이 드는 쌈배추는 상추쌈과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쌈채소랍니다. 저희도 아주 좋아합니다.
추석 끝나고 발송하려고 새로 심은 상추랍니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좀 느리게 크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 전에 여유를 두고 심은 덕에 추석 이후부터 발송하기에 딱 알맞게 자랐습니다. 쌈배추, 상추 이외에도 몇 가지 새로 심어본 쌈채소들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8월 초에 심어 놓고 3주 동안이나 계속 땜질을 해가며 키운 배추와 무입니다. 고놈의 왕귀뚜라미들이 활약한 탓에 땀 깨나 흘렸었는데, 땀 흘린 보람이 있네요. 역대 최고로 배추와 무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노지에서 이처럼 배추가 잘 자라긴 처음이에요. 올해는 회원분들한테도 넉넉히 보내드리고 겨울 내내 먹을 김장 김치도 충분히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이사갈 집터에 드디어 이만큼 벽체가 올라갔습니다. 바쁜 농사일을 핑계로 공사 현장에는 가뭄에 콩나듯 가끔 얼굴만 비추고 가는 무심한 집주인들을 대신해, 자기 집 짓듯이 열심히 집을 지어주고 계시는 아랫마을 목수님(사진 속 파란 옷 입은 아저씨) 덕분에 그래도 다른 분들보다는 쉽게 집을 짓고 있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의 맡기다시피 짓는 것인데도 어려운 일도 많고 크고 작은 우여곡절도 많았답니다. 그래도 이제 벽체까지 올라갔으니 가장 어려운 과정들은 다 끝난 셈입니다. 다음 달 말 가족회원 발송이 끝나갈 즈음 새 집으로 이사할 예정입니다. 이곳에서 겨울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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