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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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때 이른 서리, 배추 강낭콩 수확

백화골 2011. 10. 5. 23:01

올해 이럴 줄 알았습니다! 해가 갈수록 점점 극과 극을 오가는 날씨로 변해가고 있는 터라 서리도 빨리 오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평년보다 2~30일 정도 일찍 하얗게 서리가 내렸습니다. 아침에 쌈채소를 수확하는 데 손이 무척 시리네요.

아직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는 아침. 추위에 덜덜 떨면서 고구마밭에 나가보니, 간밤에 서리 맞은 고구마 잎들이 애처로운 모습으로 주인을 맞이하네요. 노지밭에 있는 작물들 중 추위에 강한 배추야 이런 정도 서리쯤엔 끄덕없지만, 추위 많이 타는 고구마와 서리 맞으면 바람 들기 쉬운 무가 좀 걱정입니다. 이번 주말에 시간 나는대로 얼른 고구마부터 캐버려야겠습니다. 다행히 일기예보 보니 앞으로 한동안은 서리 내릴 만큼 온도가 떨어질 일은 없다고 하네요.

이번 주 농산물 가족회원 발송은 통배추로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가을 배추가 풍작입니다. 배추 모종을 심은 직후 폭우 폭염이 없었고, 어린 배추가 한참 자라나는 시기에 비가 많이 내려주었으며, 알이 차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가물고 청명한 날씨가 이어져 아주 예쁘게 속이 잘 찼습니다. 더구나 요즘 일교차가 커서 맛도 제대로 들었고요. 원래 계획은 10월 말쯤 보내드릴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커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몇 주 전에 보내드리게 되었답니다. 김장 전에 겉절이 김치 한 번 담아 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아무리 잘 자란 배추라고 해도, 유기농 배추가 어디 갈까요. 겉잎은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을 만큼 구멍 송송 벌레 자국 투성이랍니다. 회원분들에게는 한참동안 겉잎을 다 떼어내고 난 뒤 깨끗한 부분만 보내드리고 있지요. 이렇게 떼어낸 겉잎들은 보통 닭 키우는 이웃이 거두어 가곤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소에게 주었습니다. 배추밭 근처에 이웃들이 키우는 소막이 있는데, 소들이 배추 수확하는 동안 애처로운 눈빛으로 하도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그 큰 눈망울의 ‘눈빛 공격’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배춧잎을 모아다 주었습니다. 우적우적 순식간에 산더미같은 배춧잎들을 다 먹어버리네요.

지지난 주에 캐서 흙을 물로 깨끗이 씻어낸 뒤 가을 햇볕에 며칠 잘 말린 땅콩입니다. 올해는 보내드리는 양이 예년보다 많이 적네요. 1년에 한 번 나오는 것이니까 좀 넉넉히 보내드리면 좋을 텐데, 수확량이 얼마 안 돼 조금씩밖에 못 보내드려 안타깝습니다. 올해 땅콩 농사는 온갖 짐승과 땅벌레들이 미리 거두어간 것들이 너무 많았답니다. 내년엔 땅콩을 좀 더 넉넉히 심어야겠어요. 

지난주와 이번주에 보내드리고 있는 얼룩이 강낭콩입니다. 흰 바탕에 자주색 줄무늬가 얼룩덜룩 나있는 것이 까놓으면 너무 예뻐요. 밥에 넣어 먹으면 밤 같은 맛이 나는데, 까만콩 넣은 밥과는 또다른 맛입니다. 이 얼룩이 강낭콩도 벌레들이 파먹은 것들이 많아, 따는 시간보다 일일이 선별하고 골라내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올해 백화골 밭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주자는 바로 비타민채입니다. 추위에 강하고 빨리 자라는 작물이라 늦은 시기지만 이렇게 마음놓고 심을 수 있답니다. 마지막 발송 때쯤이면 아마 알맞게 자라있을 듯합니다.

집짓기 공사와 더불어 이사갈 터전에 밭 만들기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산비탈에 다랑이 다랑이 얹혀져있던 작은 뙈기밭들을 하나로 모아 하우스를 세울 수 있는 평평한 한 필지 땅으로 만드는 작업 중입니다. 주변에 관행농으로 약 치는 곳이 없고 몇 년 동안 묵어있던 땅이라, 비록 산비탈 밭이긴 하지만 유기농 농사짓기엔 딱 알맞은 곳입니다. 

포크레인 작업은 장수 살며 알게 된 친구가 마침 근방에서 최고 실력으로 손꼽히는 전문 포크레인 기사라 두말 할 것 없이 이 친구에게 부탁했습니다. 작업하면서 땅심이 살아있는 겉흙을 따로 긁어서 모아놓아다가, 평평하게 만들어놓은 땅 위에 갖다 붓는 과정을 되풀이했습니다. 시간도 하루 정도가 더 걸리고 꽤 번거로운 작업이었지만, 앞으로의 농사를 생각하면 꼭 해야 하는 일이지요. 배수로 다듬고, 유공관 묻고, 돌 골라내고... 아직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차근차근 터전을 옮기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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