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는 방비가 잘 된 것인지 ‘산성’으로 막아놓은 후로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멧돼지가 남겨 놓은 밤고구마를 수확할 계획입니다.
왕귀뚜라미의 습격에 매일 같이 죽어나가던 배추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더니 왕귀뚜라미도 철이 있나 봅니다. 배추밭을 온통 뒤덮시피 했던 왕귀뚜라미들이 며칠새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며칠동안 정말 이 왕귀뚜라미 녀석들과 아주 징하게 싸움 한 판 치렀습니다. (귀뚜라미 얘기를 하다보니 귀뚜라미라는 회사도 떠오르네요. 이 회사 사장님이 아주 이상한 사내 공문을 하달했다지요. 새로 짓는 집에는 귀뚜라미 말고 다른 보일러 놓아야겠습니다. ^^)
어렵게 뿌리내린 배추들입니다. 중간 중간 계속 ‘땜빵’을 했기 때문에 저마다 자란 모양이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회원들에게 가을 포기배추로 보내고, 백화골 겨울 양식으로 김장할 만한 양은 얼추 될 것 같습니다. 어렵게 뿌리내린 배추이니 만큼, 병충해 방제도 잘하고 맛도 잘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날씨가 매일 이렇습니다. 보통 이른 아침에 안개가 끼면 낮에는 해가 쨍하게 뜨기 마련인데, 요즘은 하루종일 해가 거의 뜨지 않습니다. 해를 못 보니 작물들이 활기있게 자라지를 못합니다. 8월 6일 이후로 한번도 해가 쨍하게 뜬 날이 없네요. 비가 내리거나, 흐리거나, 안개가 끼어 있습니다. 밭 고랑은 하도 비가 많이 내려서 푹푹 빠지고 작물들은 햇볕을 못 봐서 힘이 없거나 병에 걸려 있습니다. 벌써 몇 년째 8월 중순에 이렇게 비만 내리네요. 해마다 찾아오는 7월 장마보다 이상기후인 8월 장마가 더 두렵습니다.
토마토 수확도 중반을 넘어 이제 끝물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습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토마토는 곰팡이병에 걸리기 쉬운데, 올해는 곰팡이병 잡는 천적 미생물을 초기부터 여러 번 뿌려 주었더니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비교적 생생하게 잘 버텨오던 잎들에 이제야 슬슬 곰팡이병이 나타나기 시작하네요.
피클용 오이를 심어봤습니다. 그럭저럭 자라서 일단 푸른밥상 회원부터 발송을 시작했습니다. 보통 오이의 반 밖에 안 되는 크기인데 맛은 아삭아삭 좋네요. 오동통통 귀여운 모양 때문에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여름 배추 농사가 진짜 어렵네요. 이 계절에 처음으로 배추 농사에 도전해 보았는데, 키우긴 했지만 속을 꽉 채우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역시 배추에겐 찬바람이 필수인가봅니다. 그래도 8월에 먹는 배추 맛이 참 좋습니다. 겉잎은 배추국 끓여 먹고 속은 쌈으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장수는 벌써 ‘추석 비상’이 시작됐습니다. 사과 농사들이 정말 바쁩니다. 친환경으로 사과 농사 짓는 분들은 올해는 추석 전에 거의 직거래를 안 할거라고 하네요. 그때까지 친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익히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잠깐씩 뜨는 햇볕에도 작물들이 조금씩 자라주어 수확하고 발송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비만 내리다 보니 어느새 8월 중순이 훌쩍 넘어가고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한낮에도 차가운 마루에 앉아있다 보면 으스스 몸이 떨리는 것이 갑자기 가을 한복판으로 순간 이동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