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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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장마 속 여름 작물들

백화골 2011. 7. 3. 23:28

어느새 달력이 7월로 넘어갔네요. 장마가 이어집니다. 비가 내리다 해가 뜨고, 또 비가 오고를 반복합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겪는 일이라 그냥 마음 편하게 농사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해가 나면 밝아서 좋고 비가 오면 시원해서 좋습니다. 아직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 않아서 일하기 좋은 나날들입니다. 

오이가 결국 진딧물을 당해내지 못하고 죽어버렸습니다. 오이에 진딧물이 많이 끓긴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전멸 당한 적은 없었는데, 올해는 유독 진딧물이 손 쓸 틈도 없이 오이밭 전체로 순식간에 번져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오이 넝쿨을 다 걷어 정리했습니다. 오이가 한창 쏟아져 나와야 할 때인데, 회원분들에게 충분히 보내드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네요. 오이 뽑아낸 자리에는 유박 퇴비 넣고 밭을 새로 만들어 포기 쌈배추를 다시 심었습니다. 작기가 짧아서 여름 배추로 심기에도 적당할 듯합니다. 

2차 오이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1차 오이가 진딧물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무당벌레 유충들을 주변 풀밭에서 부지런히 납치해다가 풀어 넣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비실비실 하더니 진딧물을 이겨내고 살아나네요. 이번엔 실수 없이 잘 키워서 회원분들에게 오이를 잔뜩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봄에 심었던 상추와 쌈채소가 수명이 다했습니다. 어느새 꽃대가 올라왔습니다. 상추와 함께 두 번째 쌈채소로는 뾰족뾰족한 잎의 민들레 치커리(지난 주에 일부 회원분들에겐 보내드렸지요), 짙은 녹색의 잎케일, 아삭아삭한 로메인 상추가 출발 대기 중입니다.

오이 바로 옆에 심은 애호박은 잘 자랍니다. 작년 여름엔 계속되는 장마 등으로 애호박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었지요. 올해는 애호박이 자라기에 좋은 날씨인 것 같습니다. 벌들도 탐스런 호박꽃들을 오가며 암꽃 수꽃 짝지어주기에 바빠 보입니다.

피망이 아니고 파프리카입니다. 그동안 여러 번 파프리카 농사에 도전해봤지만 매번 실패였습니다. 파프리카는 빨갛고 노란 색으로 익을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가지에 매달린 채 있어야 하는데, 그 긴 시간동안 온갖 벌레들이 가만 놔두질 않기 때문입니다. 벌레들이 슬쩍 입을 대고 가도 그럭저럭 수확이 가능한 다른 작물들과는 달리, 파프리카는 벌레가 딱 한 번만 건드려 놓아도 구멍이 뽕뽕 뚫려 상품으로 수확하는 게 전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유기농으로는 아주 어려운 작물 중 하나가 바로 파프리카랍니다. 

올해 파프리카 농사에 다시 도전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익힌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열심히 방제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입니다. 물론 이 초록색 파프리카를 노란색, 빨간색으로 만들기까지는 아주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익히는 거 포기하고 그냥 파랄 때 따서 발송할까 하다가도 오기가 생깁니다. 올해는 꼭 파프리카를 익혀서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

오이맛 고추입니다. 맵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좋습니다. 매운 고추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아 올해 풋고추 용으로는 아예 오이맛 고추만 심었습니다. 알싸한 매운 맛의 청양고추와 조림용으로 좋은 꽈리고추도 조만간 차례차례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싹이 나고 자라기 시작한 강낭콩입니다. 비를 맞으며 쑥쑥 잘 크고 있습니다. 비 그치고 나면 고랑에 난 풀들 얼른 뽑아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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