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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긴 가뭄 끝 장마와 태풍

백화골 2011. 6. 26. 21:48

한 달 넘게 계속되던 가뭄. 밭작물들이 비쩍 마른 채 근근히 목숨만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어서 비가 좀 왔으면 했는데, 이를 어쩌나, 좀 지나치게 많이 내렸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장마에 겹쳐 태풍까지 함께 찾아왔네요.

어제 그제, 태풍이 온다고 해서 잔뜩 긴장했습니다. 바람 소리에 잠을 설치고, 새벽에 나가서 하우스 안 날아갔나 확인해보고, 배수로 정비하고... 오늘 새벽에 집중적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아침부터는 날씨도 제법 맑아지고 바람도 잦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점심 나절쯤 되니 갑자기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합니다. 기상 특보 뉴스에 장수군 계남면 호덕리 산간 마을에 위치한 주민들 대피 요망이라는 자막이 떴다는 겁니다. 주소까지 정확하게 우리 동네를 콕 집어서 보도된 뉴스 때문에 사람들이 무슨 산사태라도 났나 싶어 놀라 전화한 것입니다. 날씨가 이렇게 화창해지는데 무슨 소린가 얼른 인터넷에 들어가 살펴보니 정말 중앙재난본부에서 발표한 내용이더군요. 저희 마을이 산간 오지 마을로 분류되어 있어 이런 오보가 나온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희 마을은 태풍이 그냥 무사히 지나갔고, 뉴스 특보 덕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통화하며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동네는 이번 태풍 메아리의 위기를 무사히 넘겼지만, 인터넷 뉴스를 보니 다른 지역 농민들은 큰 피해를 입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네요. 올해는 이렇게 일찌감치 태풍 한 번 맞았으니, 다른 태풍들은 살짝 살짝 비껴서 지나갔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애지중지 키우는 토마토입니다. 장맛비가 내리는 동안 하우스 안에서 빗소리 들으며 유인줄 매고 곁순 따는 일을 해주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일일이 하우스 파이프에 끈을 묶어 고정시켜야 하는 일이라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토마토는 지금은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자라면서 열매 맺을 무렵이 되면 엄청나게 크고 무거워집니다. 그 무게를 유인줄 한 개가 끝까지 고스란히 지탱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에 끈을 튼튼하게 묶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인줄을 다 달고 유인집게로 고정까지 시켜놓았으니 이제 왠만한 바람쯤은 안심입니다. 지금까지는 토마토가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올해는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키워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유기농 토마토를 회원분들에게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

저희가 새로운 터전으로 삼고 이사할 예정인 집터입니다. 장수 사람들은 이 마을을 ‘매자동’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참 마음에 듭니다. 마을 이름 유래를 찾아보니 풍수지리적으로 ‘매화꽃 떨어지는 혈자리’라서 매자동이 되었다고 하네요. 매화꽃 떨어지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의미인 것 같습니다. 산 밑에 아홉 가구가 오손도손 모여살고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입니다. 저희 집이 들어설 이곳은 마을에서 살짝 떨어져 있고요. 지금은 개망초 꽃이 활짝 피어있지만, 이제 장마 끝나고 나면 곧 집 짓는 일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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