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울주군 두서면 내와길187/010-2375-0748(박정선), 010-2336-0748(조계환)/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

농부의 하루/2011년

“난 나이 먹었어도 꽃이 좋아”

백화골 2011. 4. 3. 21:37

아직 봄이 오려면 먼 듯한 추운 날씨지만 4월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모종 하우스 안에서 밭으로 갈 날만 기다리던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양상추 정식을 했고, 노지밭에 퇴비 뿌리고 밭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3월 중반에 했던 장수군농민회 영농 발대식도 날씨 탓에 3월31일에 있었구요.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양상추 정식

아직 날씨는 춥지만 그나마 조금 기온이 올라서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양상추 정식을 했습니다. 모종을 튼튼하게 키웠고 2중 터널을 해 놓은 터라 영하 5도 이하로만 안 내려가면 잘 자랄 것 같습니다. 정성스럽게 밭 만들어 놓고 기다린지 벌써 한참 됐네요. 일기예보만 보다가 며칠 따뜻해진 틈에 후다닥 정식을 했습니다. 비좁은 트레이에서 꺼내 본밭에 옮겨 심으니 움츠렸던 몸 기지개 쭉 편 것처럼 덩달아 시원한 느낌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할머니

배추류 정식을 하고 참석한 장수군 농민회 영농 발대식. 한 해 농사 시작을 축하하는 잔치 같은 자리입니다. 농촌 행사는 술과 안주가 기본입니다. 사실 행사는 뒷전이고 직접 키운 돼지며 쌈채소류 가져와서 신나게 먹고 재미나게 시간을 보냅니다. 이날도 사실 본 행사보다는 그냥 겨우내 못 봤던 얼굴들 만나서 기분 좋게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농민회 주요 행사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화환도 많이 도착했습니다.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술이나 안주보다는 화환에 꽂힌 예쁜 꽃들을 탐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 속 할머니 역시 어찌나 꽃을 좋아하시는지 몇 송이 꽃을 뽑아가시면서 “난 나이 먹었어도 꽃이 참 좋아. 어때, 꽃들고 있으니까 나도 예쁘지?” 하며 포즈까지 멋지게 잡아주셨습니다. 꽃 몇송이에 마치 금은보화라도 얻으신 것처럼 너무나 행복한 웃음을 지으시는 할머니 덕분에 우리까지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퇴비 풀기

남은 밭들 정리하고 퇴비 푸는 일을 아주 쉽게 생각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저녁이 되서야 겨우 일이 끝났습니다. 해마다 되풀이하는 일이지만 힘든 것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20kg 짜리 퇴비 푸대 나르고 풀기를 열 포, 스무 포... 오십 포를 넘어가기 시작하니 허걱허걱, 벌써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집니다. 날씨는 냉장고 같은데 땀이 펄펄... 아침까지 감기 기운이 돌았는데 땀 흘리며 일하고 하루 자니 오히려 싹 나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농번기 시작입니다.

'농부의 하루 > 201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갇힌 감자 구출하기  (0) 2011.04.09
비가 내리기 전에  (7) 2011.04.05
이중터널을 설치하다  (5) 2011.03.29
눈 내리는 봄날  (8) 2011.03.25
막힌 하수구 뚫기  (2) 201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