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어젯밤에는 천둥이 여러 번 백화골을 흔드는 바람에 컴퓨터를 다 끄고 있었습니다. 시골에서는 천둥번개가 치면 전자제품이 고장나기 쉽거든요. 밤새 바람이 많이 불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심란한 밤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맑은 하늘에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바꿔 놓았네요. 예쁩니다. 작년에 한 번 겪어봤던 일이라서 그런지, 이제 3월 말에 눈이 쏟아지고 연일 영하 8도까지 떨어져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재작년만 해도 3월 10일에 하우스에 배추를 심어서 잘 키웠는데, 작년에는 3월 20일에 심었다가 다 죽어서 두세 번 다시 심은 끝에 겨우 재배에 성공했습니다. 올해는 작년 이상 기후 경험을 참고하여 계속 날씨 동향을 살펴보며 정식 시기를 찬찬히 결정할 생각입니다.
오늘은 며칠 전 골고루 퇴비를 먹이고 골을 타 다듬어 놓은 하우스 안에 시금치와 근대, 비타민채를 파종했습니다. 이놈들은 촘촘하게 심어도 되는 것들이라 호미로 금을 긋고 줄뿌림 방법으로 직파했습니다. 세 가지 종류의 씨앗들을 다 넣으려니 제법 시간이 걸립니다. 살살 흙을 덮어 복토한 뒤 조리개로 일일이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한파로 모터 동파가 우려돼 하우스 관수시설 연결을 아직 못했거든요.
모종은 잘 자라는데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가 계속되어 밭에 옮겨 심질 못합니다. 곳곳이 꽁꽁 얼어있어 마음이 답답하고 일도 진도가 안 나갑니다. 쌩쌩 부는 찬바람 맞으며 일하다 보면 코끝이 시려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네요. 많은 농민들이 저희와 비슷한 처지입니다. 봄 작물 심으려고 밭 다 만들어놓았는데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빨리 날이 풀려 제대로 된 봄 날씨가 돌아왔으면, 그리고 오늘 눈이 올 봄의 마지막 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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