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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비가 내리기 전에

백화골 2011. 4. 5. 23:33

이번 주 목요일, 금요일에 전국적으로 제법 큰 비가 온다고 합니다. 지방에 따라 각각 다른 지역별 일기예보는 안 맞는 경우도 많지만, 며칠 전부터 예보되는 이런 전국구 일기예보는 거의 들어맞는다고 보면 됩니다. 비 소식을 들으니 마음부터 바빠집니다. 농민들 머릿속에는 ‘비 오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목록이 다들 주루룩 들어있답니다. 

이번 비를 꼭 맞아야 하는 작물은 완두콩입니다. 다른 씨앗들도 마찬가지지만, 콩 종류는 특히 더 가뭄에 약합니다. 심고 난 뒤 적어도 한 두 번 이상은 흠뻑 비를 맞는 것이 좋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하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예전에 완두콩 심고 나서 며칠 봄 가뭄이 계속된 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밖에 싹이 나지 않아 재파종을 한 적도 있습니다.

완두콩이 비를 맞기 위해서는 얼른 심어야 되고, 완두콩을 심기 위해서는 밭부터 만들어야 하겠지요. 서둘러 완두콩 들어갈 노지밭을 갈아 엎고 골을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일들은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여러 모로 좋기 때문에 노지밭 옆에 붙어있는 하우스 땅도 한꺼번에 갈아서 밭 만들기를 했습니다.

이 밭들은 산자락 바로 밑에 있는 밭이라 그런지 유난히 돌이 많습니다. 6년 동안 이 밭을 경작하면서 그동안 수없이 많은 돌을 골라내었지만, 오늘도 역시나 돌 골라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도대체 어디 숨어 있었던 건지, 주먹 만한 돌에서 수박 만한 돌까지 골고루도 나옵니다. 농촌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이 돌 많은 밭은 3대가 농사지어도 돌이 나온다고 하니, 6년 경작한 것으로는 턱도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갈아엎은 밭을 관리기로 골을 타고, 돌 골라내고, 쇠스랑으로 골 모양을 평평하게 다듬고, 비닐 멀칭까지 끝내고 나니 하루 해가 끝났습니다.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은 뒤 완두콩 씨를 꺼내어 물에 불려 놓았습니다. 심기 하루 전에 미리 이렇게 물에 불려 놓으면 싹 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거든요. 쪼글쪼글한 씨앗들이 내일이면 펑퍼짐하게 불어나 있을 겁니다. 내일 아침 완두콩까지 심고 나면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빗소리 들으며 발 뻗고 잘 준비가 끝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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