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자기 하수구가 막혔습니다.
조금씩 쓰는 물은 그럭저럭 내려가는데, 한꺼번에 좀 많이 내려보낸다 싶으면 하수도가 막혀서 몇 시간이나 물이 내려가질 않는 겁니다.
각종 인터넷 정보를 뒤져가며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봤습니다. 베이킹 소다랑 끓는 물도 써보고, 식초랑 소금도 써보고, 팔 근육이 늘어날 정도로 고무 펌프질도 해보고, 긴 철사도 넣어 쑤셔보고, 긴 고무호스도 넣어보고, 에어 콤프레샤를 집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압축공기로 밀어내기 시도도 해보고, 급기야는 전문가용 하수구 스프링 청소기를 주문해서 하수구 깊숙이 밀어 넣어도 봤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허사였습니다. 며칠 동안 하수구 뚫는 문제로 고심하느라 아주 머리털이 셀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왜 하수도 뚫는 사람은 안 불렀냐고요? 도시와 시골은 이런 점에서 좀 다릅니다.
도시에서 하수구가 막혔다면 펌프질 몇 번 해보고 당장 사람을 불렀을 테지만, 시골집 사는 농사꾼이라면 이런 문제쯤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역 사회의 분위기 같은 것이 있습니다. 더구나 할머니 할아버지 사시는 집도 아니고,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남정네 사는 집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아무튼 오늘은 아예 땅을 파서 배수관을 일일이 점검해 보다가 마지막으로 정화조까지 열어보았습니다. 범인은 바로 여기에 있었군요. 슬러지가 정화조 내부를 막고 있었던 겁니다. 그 까맣고 끈적거리는 침전물들을 긁어 양동이로 퍼내기를 수십 분. 정화조 안을 거의 다 치우고 나자 어느 순간 ‘펑~’ 하고 속 시원하게 배수관이 뚫립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 ‘살면서 꼭 알아두어야 하는 지식들’ 중 또 하나의 과정을 마스터했습니다. ‘막힌 하수구 어떻게 뚫어야 하나? - 부제 : 하수구가 막혔을 때 시도해볼 수 있는 101가지 방법들’이 이번 배움의 주제였습니다. ^^
그리고 또 한 가지 배움이 있다면, 근본 원인은 놔두고 겉만 깔짝깔짝 해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 그리고 내 마음 속 때도 침전된 슬러지처럼 어딘가 쌓여서 맑은 물의 흐름을 막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약간의 반성... 등도 덤으로 딸려온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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