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병원 갈 일이 자주 생기네요. 남편이 결석이 생겨 병원에 다녀왔답니다.
며칠 전 아침, 이웃 오미자 하우스 짓는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갑자기 허리와 배에 통증이 왔습니다. 얼굴은 하얘지고 손발은 차가워지고... 농사일을 하다보면 허리가 삐끗 할 때가 가끔 있긴 하지만 이번엔 배까지 같이 아프다고 하니 왜 그럴까, 하다가 ‘급체한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침 전날 저녁 친구 집에 놀러가서 오랜만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는데, 이게 좋지 않았나보다 추측을 했지요.
열 손가락 다 따서 피를 내고, 한의원에 가서 허리에 침을 맞고, 따뜻하게 팩을 해주었습니다. 점심 저녁은 묽은 녹두죽. 한의원에서는 혹시 속에서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으니 일반 병원에도 가보라고 권고하더군요.
동네 병원에 갔더니 배 아플 때 먹는 약을 지어주면서 이삼일 지나도 계속 아프면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합니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장수에 있는 병원에 가면 언제나 듣는 멘트입니다. 어쨌든 침을 맞아서인지 통증이 많이 가라 앉아 큰 병원은 안 가도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날 새벽, 갑자기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는데 혹시 맹장이 아닐까 싶어 동네 맹장 수술 경험자에게 물어보니 맹장은 오른쪽이랍니다. 아픈 곳은 왼쪽 배와 옆구리와 허리.
통증이 좀 가라앉은 틈을 타서 이른 아침 전주에 있는 종합병원에 갔습니다. 접수대에 있는 직원이 아픈 부위를 듣더니 “신장 쪽인 것 같으니 그쪽으로 접수해주겠다”고 합니다. 아, 신장이란 게 몸 왼쪽에 붙어있는 것이었군요.
아무튼 그때부터 몇 시간 동안 온갖 검사를 다 하더니 신장 바로 밑 요로에 결석이 생겼다고 진단을 내려줍니다. 제거 방법은 돌이 있는 부분에 전기 망치질 2천번! 외부 충격으로 돌을 깨부수어 소변으로 배출하게 하는 시술법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겉보기엔 좀 무식해보이지만, 입원도 마취도 필요 없고 부작용도 없다는 이 시술법으로 돌을 깨고 나니 통증도 없어지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1주일 뒤 다시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돌이 다 깨졌으면 완전히 나은 것이고, 깨지지 않았으면 2차로 망치질을 한다고 합니다.
병원비가 상상 외로 엄청나게 나오고(이것저것 다 합하니 50만원이 넘더군요), 2천번 두드려 맞느라 고통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3일 만에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하게 돼 다행입니다. 요로결석인 줄도 모르고 부항에다 녹두죽까지, 어휴...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요로결석은 굉장히 흔한 병이라고 하네요. 여러분도 혹시 왼쪽 배와 허리와 옆구리가 아프거든 녹두죽 쒀 먹기 전에 꼭 병원에 가서 검사부터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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